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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평점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임스 밀의 아들로 태어나 세 살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인들로부터 받은 교육, 당대의 지성들과의 사상적 교류, 그리고 그의 명석함으로 인해 높은 지적 수준에 이르렀고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대표적 저작으로 <논리학 체계>와 <자유론>을 들 수 있는데 당대에 유행하던 자유주의 사상을 정리한 <자유론>은 자유를 이해하는 기초도서로 인정받고 있으며, <논리학 체계> 또한 논리학과 철학 입문서로 손꼽히는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밀의 자유론이 다루는 자유란 단순한 '의지의 자유'가 아닌 '사회가 개인에 대해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그 한계'에 관한 것이다.
밀의 주장에 따르자면 올바른 자유란 개인을 억압하는 공권력, 사회가 가진 문화, 그리고 오랜 시간을 이어온 관습적 사고로부터 침범받지 말아야 할 권리이다. 고대 국가로부터 근대 이전의 사회 전반을 형성하고 있던 전제군주제 혹은 원시 공화정 형태의 지배자나 근대 국가의 권력 등으로부터 개인은 간섭받지 말아야 하며(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한) 사회가 지닌 관습적 사고로 개인의 개성을 억누르려는 시도 또한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 개인의 판단을 좌우하는 가치관을 강압하는 사회 환경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자유라는 것을 모든 존재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라는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집단이란 '문명화된 사회의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수준을 가진 자'들에 국한된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평균적 교육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일정수준 이상의 지적 성취를 이룬 자들이 많이짐에 따라 자유를 누릴 전체 인구수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우매한 집단은 자유의 오용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자유는 제한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자유롭다 여기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관습과 문화, 주변인들의 신념에 영향을 받아 부지불식간 자유롭지 못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로부터 지배층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고 자신들에 유리한 항목을 삽입하여 법규를 만들고 처벌을 가했는데 해당 사회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모순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이것은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 그를 둘러싼 환경의 악영향에 의해 인지하지 못한 통제 하에 놓인 상태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은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에 어떠한 오류나 '개인적'이 아닌 '타의에 의한 영향'에 의해 그렇게 강요받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공권력에 의한 통제 뿐 아니라 종교와 사상에 의한 통제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특정 종교를 믿는 부류는 다른 종교를 가진 집단을 이단으로 분류하고 지탄받아 마땅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자신들의 종교는 선이고 다른 이들의 종교는 악이라 규정하고 타인들에게 주입함으로써 이성적 사고를 방해한다. 그들은 서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데 인색함을 띠며,자유가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타인의 자유를 존중한다고도 생각하지만 실제적으로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한다.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충분히 존중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누차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개인의 행위를 미리 차단하지않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인간은 '의식'이라는 내면적 영역을 온전히 소유할 자유를 누리고 개성적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자유 또한 누린다.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에 의거해 단체를 결성할 수 있
는 자유도 포함해야 한다. 자유로운 인간은 각자의 개성에 따른 다양성을 토대로 사회가 발전을 이룰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주의 사회를 살고있는 현재의 우리가 읽기에도 지당하다 싶은 대목을 많이 담고 있다. 밀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할 덕목으로 보고 국가와 사회도 타인의 자유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자유가 어떤 형태로 존재할 때 사회에 이바지하고 공공의 복리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논하고 있다.
물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는 이샤야 벌린(Isaiah Berlin)의 소극적 자유에 해당하는 주장이며 현대적 관점의 자유와는 어느정도 거리감은 있다. 아마도 밀이 살던 시대가 야경국가와 자유방임을 추앙하던 분위기였기 때문에 밀의 '자유'도 여기에 큰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밀의 <자유론>이 두 세기 전에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난 두 세기 동안 자유의 의미가 얼마나 변했는지 생각케 하는 좋은 자극제라 생각한다. 타인의 간섭을 최소로하는 자유는 현대로 오는동안 적극적 자유와 혼합된 형태로 발전했다. 단순히 개인의 방임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간섭을 포용하는 것이 오늘날의 자유일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자유에 관한 밀의 주장이 소극적 측면의 자유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의 글에서 적절한 교육수준과 환경을 갖춘 사회에서 자유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밀의 자유' 또한 적극적 자유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