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공부법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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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기요시는 일본의 대표적 철학자 중 한 명이다. 교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리케르트와 하이데거 등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일본에 귀국 후 발표한 <파스칼에 있어서의 인간의 연구>는 일본 철학계에 충격을 주었고 그의 대표 저작으로 남아 있다. 
 도쿄 호세이대학에 재직했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사상범으로 몰려 수감되었고 1945년 48세의 나이로 옥사한다.



 저자의 유년기는 당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나 독서보다는 자연을 접하고 친구들과 뛰어노는 데 치충한 생활이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독서에 흥미를 갖고 중고등 학생 시절엔 독서에 탐닉하게 된다. 선생님과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영향으로 독서의 영역을 확장해 문학을 넘어 종교, 역사, 철학 등을 섭렵한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진로를 철학으로 결심하고 여러가지 철학서적을 접하던 중 니시다 기타로의 <선의 연구>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니시다 기타로가 교수로 재직 중인 도쿄대에 입학한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도 탐독은 끊이지 않았으며 3년 간의 독일 유학시절에 절정에 이른다. 



 철학에 관심있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지만 '어떤 철학서를 읽어야 하는가'는 답하기 어렵다. '철학 개론'이라 명명된 서적을 접한다고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철학 개론이라는 이름과 달리 어려운 서적 또한 많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는 니시다 기타로의 <선의 연구>,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빈델반트의 <프렐루디엔> 등이다. 철학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심리와 논리를 정리한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 원리>와 존 스튜어트 밀의 <논리학 체계>도 추천하고 있다.
  
 철학을 공부함에 있어 철학적 지식을 채우는 것보다 철학적 사고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류 철학자의 저작을 자주 접하는 것이 좋은데 플라톤의 '대화편'과 같은 널리 알려진 고전을 접하는 것이 좋다. 미술 감정가가 진품을 수없이 보는 훈련을 통해 진품과 가품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처럼 철학에 대한 접근 또한 명저를 통해 순수하고 뛰어난 것에 대해 익숙해 진다면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감별하는 눈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철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철학에 사용되는 전문용어와 철학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이 보편적인 학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철학자들이 보다 보편적인 용어로 쉽게 풀어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독자들 또한 공부가 필요하다. 독자들은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공부를 통해 철학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으며 자신에 맞는 철학을 찾고 공부한 후에 차츰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좋다.
 철학이 보편성을 지향하지만 보편성과 특수성은 공존하기 때문에 다양한 철학 사상에 대한 얕은 지식을 넓게 접하는 것보다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그 안에서 보편성을 발견하는 것도 철학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고대로부터 철학은 과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고 과학적 사고가 철학적 사고에 도움을 주므로 철학적 소양을 고취시키기 위해 과학적 접근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철학에서 논리학이 중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철학은 사고하고 또 사고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일류 철학자의 저작을 읽을 때 해설서에 의존하기 보다 본인의 숙고를 통해 저자의 사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쏟아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지나가지 말고 문장 하나 하나가 주는 함의를 생각해야 한다. 철학 입문자들에게는 새로 발간된 것보다 고전이나 발간된지 10 ~ 15년 가량 지난 검증받은 서적을 접하는 것이 좋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철학 서적을 접함에 있어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독서법은 저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독서이다. 내가 던지는 질문은 저자가 나에게 하는 질문이며 내가 무언가를 묻지 않는다면 저자 또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철학적 독서는 독자와 저자가 끊임없이 주고받는 문답으로 전개되어야 하고 이런 대화야말로 철학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저자의 친구인 고바야시 이와오가 중학생 때 관심있는 원서를 읽기 위해 독일어를 공부했다는 부분은 감탄스러웠다. 훌륭한 종이에 뛰어난 번역작업을 거친 명저조차 제대로 읽기를 꺼려하는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변해도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정과 지식을 늘리고자 하는 지적 욕망은 변치 않는다. 편의성과 접근성의 측면에서 우리는 이전 어느 세대의 선조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이 혜택을 당연시하며 지내왔는데 미키 기요시와 그의 친구를 바라보며 내가 버리는 많은 시간에 가치를 부여할 만한 서적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단 다짐을 하게 된다. 

 <철학자의 공부법>은 철학을 이해하고자 몇몇 서적을 들춰보다 이내 포기하는 내 모습과 내가 선택한 철학 공부법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철학의 역사와 철학 사상의 흐름을 알기 위해 철학사에 치중했던 독서법이 오히려 철학을 어렵게 만들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저자가 추천한 입문서 가운데 데카르트의 <방법서설>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제대로 완독하지 못한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와 군나르 시르베크의 <서양철학사>를 다시 펼쳐 정독해야겠다. 

 철학을 접하고 싶은데 방향을 잡지 못해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미키 기요시의 <철학자의 공부법>이 힌트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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