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 신의 입자를 찾아서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0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엮음,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신의 입자를 찾아서, 힉스>는 1980년에서 2012년까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이란 과학저널에 소개된 입자 물리학을 다룬 내용 가운데 주목할만한 것들을 추려 정리한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발표된 저작들이기에 시기에 따라 집필 당시에 밝혀진 것들과 집필 당시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것들이 혼재되어 있지만 공통적으로 입자 물리학이 걸어온 길을 다루기 때문에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도록 구성되었다. 


 작년 이맘 때,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를 읽으며 현대 물리학이 다루는 엄청난 영역을 경험한 바 있다. 내용이 생소한 부분이 많아 책장을 넘기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책을 통해 물리학은 광년(light year), AU(astronomical unit)에서부터 소수점 20자리를 넘는 초미세 영역까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크기를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됐다(양쪽 극단은 상상조차 어려운 크기이다).

 어떤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가 무엇이며 기본 입자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또한 마찬가지다. 현대 물리학이 추구하는 바는 만물의 기본 입자와 상호작용을 밝혀내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물질은 6가지의 경입자(Leptons 전자, 뮤온, 타우,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와 6가지의 쿼크(Quarks 위쿼크, 아래쿼크, 맵시쿼크, 기묘쿼크, 꼭대기쿼크, 바닥쿼크)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질량의 입자라 칭해지는 양자 수준에서의 힘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보손(Boson)이라 부른다. 보손은 광자(photon), Z 보손, W 보손, 글루온(gluon), 힉스(higgs) 보손이 발견되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 간에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3가지 힘이 작용하여 물질의 특성을 띠게 된다. 물리학을 지배하는 4가지 힘 가운데 중력을 제외한 3가지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력은 논외로 한다면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3가지 힘을 동일한 수학적 구조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를 게이지 불변 장 이론(gauge invariant field theory) 또는 줄여서 게이지 이론이라 한다. 힘이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매개하는 장(field)이 필요하고 장은 보손(gauge boson)이라는 매개 입자로 볼 수 있다. 전자와 양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게이지 보손은 광자이며,  강입자 내부의 쿼크를 붙들고 있는 게이지 보손은 글루온(gluon)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약력을 매개하는 게이지 보손은 W+, W-, Z0, 그리고 힉스 입자이다.
 모든 물질은 6개의 경입자와 18개의 쿼크(쿼크의 색상을 첨가했을 때 하나의 쿼크가 3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로 설명 가능하고 물질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도 광자, 8개의 글루온, 3개의 약한 보손(W-, W+, Z0), 그리고 힉스 보손으로 설명 가능하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가설의 증명을 받은 후 합당한 이론으로 인정받는 과정은 현대과학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물리학이 다루는 영역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실험이 어려운 상황(우주를 상대로 실험을 할 수는 없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입자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도 없다)이 많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수학적 논리에 근거한 이론 물리학이 발달하게 됐다. 과거 증명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이론에 머물렀던 많은 것들은 기술의 발달과 실험설비의 발전으로 점차 실험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힉스 입자(Higgs Boson) 또한 50여년 전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해 이론적으로 그 존재를 확신했지만 실험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것 가운데 하나였지만 2013년 유럽입자물리 연구소(CERN)에서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를 사용하여 발견했다. 힉스 보손의 발견으로 인해 입자물리학이 추구하던 표준모형을 완성할 수 있었으며 표준모형에 포함된 여러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데 큰 도움을 얻게 되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 힉스>는 긴 시간동안 물리학자들이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입자', 즉 힉스 보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어떤 지식적 배경을 토대로 힉스 입자를 추측하고 밝혀 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인류가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물질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시행한 것은 인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우리와 우리가 사는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하는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그에 대한 해답 또한 수많은 학자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과학적 토대가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저 육안에 의존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던 것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분자수준, 원자수준, 아원자수진, 미세입자 수준에까지 도달했으며 이제는 실험적 결과를 토대로 실체를 추적해 모형을 구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고 핵은 양성자 중성자로 구성되며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구성된다. 다수의 물리학자들은 쿼크 이하의 미세구조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지만 과학의 진보가 새로운 진실을 밝혀냈듯 또 어떤 가설이 등장해 이론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에 쿼크 이하의 구조는 없으리라 단정할 수는 없다.
 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으로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원리를 찾는 것처럼 현재까지 밝혀진 물질의 기본 입자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더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본 요소를 찾는 연구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 과학을 다루는 서적이 그렇듯 <신의 입자를 찾아서, 힉스> 또한 쉽지 않으며 저자들은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풀이했을테지만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역부족임을 느낀다. '보통'의 지적 능력을 지닌 나와 같은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1-1(기본 입자와 힘)과 1-4(쿼트와 경입자의 구조)를 먼저 읽은 후 다른 장을 읽는 것이 힉스 입자를 이해하기 용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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