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작가의 책이다‘천 개의 파랑‘을 아주 인상 깊게 읽은 후에 천선란 작가의 책이라면 일단 호감이 간다. 나인은 천 개의 파랑 다음으로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내게 천선란은 sf지만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인상답게 이 책도 외계인이 나오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잔뜩 나오지만 매우 인간적이며 따뜻하다.작가의 말처럼 뒤틀린 어른이 되지 않도록 뒤틀린 아이가 그대로 어른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또한 그 무엇을 이야기하든 무조건 믿어주는 존재라는 것 또한 이 이야기의 다른 주제가 아닐까 싶게 소중하다. 그런 존재야 말로 외계인만큼 희귀한 것 아닐까 싶다.나인이 인간이 아니지만 가장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만큼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선의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막상 식물을 죽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내가(;;;;) 식물의 인간화인 이 책이 이렇게나 호감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매우 의외인 것만큼이나 많은 이들에게도 의외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이 왜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지를 다 읽고나니 알겠다. 좋은 소설이 갖춰야하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당연히 스토리 자체의 힘도 있고, 평면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있으며 당시대를 반영하는 배경과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도 있다. 역자의 말에 보면 작가가 이 책은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했는데 쓰여진대로 그렇기 때문에 요즘 현대인들에게 더 공감이 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넘쳐나는 자극 속에 개개인은 더 홀로남게 되는 것이 요즘 사회다보니 늪지에 홀로 자라서 홀로 살아남아 인생을 배우고 살아가는 주인공 카야에 공감이 가는 것 같다.이 소설이 늑대소년처럼 버려진 소녀의 일대기에 끝났으면 이렇게 화자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장과 미스테리가 동시에 얽혀있으며 열린 결말도 아니여서 개인적으론 매우 다행이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열린 결말 싫어하는 편;;)모든 걸 다 떠나서 이야기 자체가 재밌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제대로 쓰인 소설을 읽는 기쁨을 더 많은 이들이 발견했으면 한다.
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의사전달을 하기위해서건,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건 설명하고 싶은 대상을 풀어쓰는 산문에서도 이해가 안되거나 오역을 하거나 혹은 멋대로 읽다가 내동댕이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 길게 애써서 설명해놓았는데도 상대를 이해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시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내겐 당연하고 본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은 읽을 수 있었다. 비록 어떤 시들은 여전히 어렵고 제목과 내용의 연결고리를 못 찾겠고 이 단어와 저 단어사이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또 어떤 시들은 직관적으로 좋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 시들을 발견하며 끝까지 읽을수 있었다. 시를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시를 읽는 것에 훈련되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읽어낸 시집이라면 다른 이에게도 분명 접근 가능한 시집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시인이 (늘 책을 쓴 사람을 호칭하는 것은 저자라고 생각했는데 시인으로 부르는 느낌마저 생소하다) 고르고 골라 배열해 놓은 정성을 느낄수 있었고 심지어 그러한 시들이 이렇게나 많아서 3부로나 엮어지는 책 하나를 완성했다는 것도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들이고 철저히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비록 시를 읽는게 서툴러서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또 시는 줄글과는 다른 호흡으로 그렇게 읽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영하의 장편소설.인간과 휴머노이드, 기계, ai를 구분짓는 모호한 선과 그 혼란함과 모순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나 책으로도 많이 다뤄진 소재이고 잘못 쓰이면 진부할 수 있겠으나 김영하는 이야기꾼이니 그럴 염려는 없다. 역시 읽어보니 좋은 소설이었고 재밌는 이야기였다.책 속에 인간의 존재성에 대해 말하면서 각각의 존재들의 이야기의 완성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많은 공감을 했고 생각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책 전반에 걸쳐 그런 부분이 많았는데 윤리와 생명체에 대한 정의와, 나와 타인에 대한 구분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읽기가 어럽거나 무겁지 않았고 스토리자체의 재미도 충분히 즐길수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굉장히 간만에 읽는 만화책이었다. 단순한데 묵직하고 동시에 가벼우며 건조하고 위트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정 반대되는 형용사 집합인가 하겠지만 이 책들을 설명하는데는 딱이다.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어느 부분만큼은 즐기지 않을수 없는 곳이 반드시 있다! 전체는 아닐지라도 나한테 큭큭하는 공감섞인 실소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찾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대 어울리는 책이고 그 의미에서 난 100%를 즐기지는 못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었다. 책읽기를 조금이라도 즐긴다면 충분히 즐겁게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