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덕질기록을 보는 건 흥미롭다. 내가 그 대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더 그렇다.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것 같다. 각자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책 한권이 되도록 떠드는 수다를 즐겁게 듣고있는 기분이다. 게다가 필진은 다들 글 잘 쓰는 이들일테니 읽기도 쉽고, 이 얼마나 즐겁지 아니할 소냐.얼마전 구경갔던 고급 문구점이 생각나 집었는데 표지에 코끼리가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책이다. 글 속에 이 책의 제목이 ‘아무튼, 코끼리‘가 될 뻔했던 사연도 그래서 즐겁게 읽었다.다른 아무튼 시리즈보다는 조금 더 무게감 있는 글들이다.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충분히 즐기면서도 생각하며 읽을 수 있다.나는 비록 연필의 세계에 대해 잘 모르지만 팬시한 문구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편이어서 이 책도 즐겁게 읽었다. 모든 덕질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된다.
작년 인기있는 소설 중 가장 인기있는 소설책이 혼모노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로 유명해진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처럼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말도 또 없었다.계속 언젠가 한번 읽어야지 하다 작년에는 그 열풍에 도서관 대출자체가 불가능했고 살까말까는 고민이 되어 읽어본 후에 또 읽을 것 같으면 살래 라는 마음으로 미뤄두다 드디어 읽게 된 책이기도 하다.읽어보니 역시, 남들 다 좋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란 건 틀린 말이 아니다. 일단 재밌다. 잘 읽히고,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다. 괜히 넷플릭스 시리즈물에 비견되는 게 아니다. 짧은 단편소설들인데도 힘이 있고 캐릭터가 명확하다. 서술에도 군더더기가 없는데 계속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모든 수록 작품들이 닫힌 결말이 아닌데도 답답하지 않는다. 눈 앞에 여러 선택지가 놓이게 되는데 그 모든 길이 전부 정답이라고, 어떤 상상도 가능하다고, 혹은 소설이 끊긴 그 지점에 머물러도 된다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의 숨이 있는 결말들이다. 마냥 쓰이는 열린 결말과는 느낌이 다르다. 책 뒤에 수록된 평론가의 말처럼 독자들을 능동적으로 초대하는 결말이다. 그래서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단편 각각의 이야기도 잘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라도 낯설지 않았고 몰입되서 읽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능력에 대해 감탄한다.성해나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기다리게 된다. 이유있는, 공감되는 맛집이었다.
이영도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도서관에서 모르던 이영도 책을 발견하고는 만세를 불렀다.다행히 한 권짜리 소설이었고 길이도 그리 부담되게 길지도 않아서 집어들기 딱 좋았다.다만 읽고나서는 세계관 설정이 투철한 작가치고는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새로운 존재나 창조물들을 이전의 긴 호흡속의 작품들에선 직접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읽다보면 파악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 책 속의 낯선 사물이나 존재들은 그 장르적 특성을 미리 알고있던 독자들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 안에서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다.작가 특유의 유머나 해학, 말재간들은 즐겁지만 역시나 내용을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을 더한다. 내가 좀더 명민한 독자가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나 이 또한 좀더 세심한 안배를 해주지 않은 작가 탓을 해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도 이야기이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디스토피아적 미래 속에서 인류의 생존을 이기적이라 여기는 주인공의 모습이 현재 젊은이들의 모습과 일맥상통하기에 읽으며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많다.
호로요이의 시간. 호로요이는 일본의 알콜도수 낮은 술로 알고 있었는데 ‘기분좋게 알딸딸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유튜브에서 책 소개하는 컨텐츠를 보다가 발견하게 된 책인데 너무 호기심 당기는 제목 아닌가. 실제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에게 그래서 알콜음료 호로요이도 좋아했던 옛날 기억도 나고 해서 읽게 되었다.제목처럼 술에 연관된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술이 들어간 디저트, 호감있는 상대와 한 잔 후의 (좋지많은 않은) 이야기, 일본 전통 양조장의 대를 이어야하는 양조학과 대학 신입생, 코로나 시기의 온라인 칵테일 모임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본소설 특유의 약간 낯간지러운듯한 묘사나 대사가 느껴지지만 그것조차 호로요이니깐 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고 대학 신입생의 고민 이야기나 코로나 시기의 이야기들이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아서 기억에 남는다.책 뒷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가벼운 한 잔(음료든 술이든)과 함께하기 좋은 소설.
최은영의 첫 에세이집이다.최은영의 소설들을 좋아한다. 항상 시선도 따뜻하고 다정한데 감정이 과다하게 표현되지 않으면서도 여기서 응원하고 있어요의 마음이 전해지는 문체의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그의 산문이어서인지 더 직접적으로 그러한 느낌이 다가온다. 작가의 아픈 기억들도,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들도 담담하지만 애정있는 시선이 위로가 된다. 작가의 말처럼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서 닿아 공감과 위안이 되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