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작가들의 먹는이야기들. 나만 해도 점심 먹으며 ‘저녁엔 뭘 먹지‘하는 게 고민이고 가끔은 배민을 심심할 때 뒤져보는게 시간때우기 일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지에 대한 에세이라니 흥미가 안갈수 없었다. 게다가 참여한 작가 목록에는 구독 잘 안하는 내가 구독중인 유튜버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책 작가도 있었으니 이 책을 안 읽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기대했던 만큼 재미있게, 부담없이 읽었고 꼭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에 따른 음식소개들은 흥미로웠다. 대부분이 글 잘 쓰는 이들이다보니 짤막한 음식이야기, 먹는 이야기들은 페이지가 가볍게 술술 잘 넘어갔다.다른 사람들은 뭐 먹고 살지?가 궁금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읽을만한 책.
독특한 분위기의 책이다. 묘하게 거무스름한데 그리 기분나쁘지만은 않은듯한 분위기를 지녔다. 살짝 판타지인가 싶은 기분도 들다가도 그 기반이 무엇보다 냉철한 따뜻하지 않은 도시의 모습이라 더 그러한것 같다. 검은 덩어리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주인공이 알맞는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부동산중개업-의외다)을 통해 그냥 덩어리가 아니라 본인의 모습을 찾아갈거 같은 이야기다. 무겁진 않은데 산뜻하지도 않지만 특이하게 끝이 긍정적인 이야기.
수학자인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그런데 유럽여행및 체류기이기도 하고 철학책인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놀란건 시가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학과 문학, 문학장르 중에서도 가장 끝간데 놓여있다고 느껴지는 시가 그렇게나 많이 인용되어 있다니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치고는 내용이 너무 심도있어서 철학적 에세이를 읽는것 같은 기분도 들고, 음악, 미술 작품의 언급도 꽤 많이 되어 있어서 예술입문서를 읽는 기분마저 든다. 다만 시라는 장르와 좀처럼 친해질수 없는 인간이라서,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들에 공감하기 어려워서 아쉬웠다. 그리고 학자가문의 사람들은 아이에게 쓰는 편지마저 이렇게 어려운걸까하는 생각도 살짝 스치고 지나갔음을 인정해야겠다.
2022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고 해서 핫해진 작품. 호러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라 해서 볼까말까 엄청 고민했으나 그 정도가 심한 이야기는 많지 않고 이야기 자체가 재밌다는 평을 보고 읽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곤란한 정도의 호러수준의 이야기는 하나 정도여서 다행이었다. 호러라고 해도 끔찍함에 몸서리치는 정도는 아니고 은근슬쩍 생각해보면 기분나쁜 정도? (물론 진실의 사바사겠지만) 라서 내심 안심에 가깝다.판타지 등의 장르 소설을 좋아하기에 내심 각오하면서도 읽기를 결심한 이유는 사실 첫 문장이 너무 맘에 들어서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라니... 너무 궁금해지잖아..잘 짜여진 짧은 단편들 중 더 좋았던 이야기들은 표제작인 저주토끼와 가장 판타지스러운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였다. 어느 정도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즐길만한 책이다. 책을 관통하는 모드가 쓸쓸함과 씁쓸함이지만 다 읽고난 감상이 기분 나쁘지 않은 책을 이렇게 만나기도 힘드니까.
특이한 소설이다. 건축을 모티브로 미스테리도 접합되어 있는데, 던져진 주제도 문체도 인물들의 감정선도 가볍지 않다. 게다가 일본식 이름들은 아무리 많이 접해봤어도 그 이름과 인물을 연결시키는데 읽기 시작한 이후로도 꽤나 시간이 걸리고 자꾸 다른 인물과 헷갈리게 된다.그럼에도 이 소설에는 끝까지 책을 붙잡고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가 던진 미스테리의 결말도 궁금하지만 주인공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집에 대한 이야기도, 주변 인물들과 만들어가는 기념관도 모두 궁금해진다. 그러다보면 나에게는 이상적인 집이란 어떤 형태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묵직한 분위기지만 이야기 자체에 힘이 있어 놓지 못하고 계속 읽어가게 되는 소설이었다. 건축에 조금 관심이 있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