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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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간만에 한 권 끝까지 다 읽기를 해낸 책이 되었다.
좀처럼 손에 책이 잡히지 않아서 책읽기를 다 미뤄두었다가 산뜻한 표지 그림과 짧게 나뉘어있는 꼭지들의 글이라서 부담없이 골라들었고 또 내킬때마다 집어들어 잠깐씩 읽고 내려 놓을수 있어 좋았다.
우리나라의 24절기를 소재로 한 에세이로 절기를 소개한다기 보다는 그 시기마다 하기 좋은 소소한 일들, 그렇게 사소한 행복을 찾아 즐기다보면 일년이 채워진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절기가 그날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 절기가 오기 전까지의 기간의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각 계절마다 즐거운 일들을 떠올릴수 있게 모티브를 제공해주어 좋은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지치고 늘어지고 의욕이 없는 여름 장마철에 산뜻하게 한두 꼭지를 읽고선, 오늘의 책읽기를 해냈어! 하는 성취감도 줄 수 있는 잘 읽히고 잘 쓰여진 글을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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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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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의 소설은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담담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소설들은 읽고나면 밝고 희망에 가득찬 이야기들이 아님에도 뭔가 따뜻해지고 좀더 긍정적인 기분이 든다. 그래서 최은영의 소설들을 좋아하고 신작이 나오면 궁금해하며 읽게되는 것 같다.
전작인 밝은 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여성들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소통과 나눔, 혹은 그것들의 결핍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서로를 마주칠 때나 함께 생활할 때에는 마냥 편하지 않고 어색하거나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을지라도 모든 관계에서의 소통은 자양분이 되어 한걸음 더 나아가는 자아의 기반이 된다. 그러한 관계성의 이야기들이 잘 쓰여진 책이다.
강사와 학생, 언니와 동생, 선후배나 동료관계, 또 엄마와 딸같은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의 소통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삶을 변화시켜 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뭔가 일회성의 낭비되는 사람들의 감정이나 이를 부추기는 미디어에 지쳤다면 재밌게 읽을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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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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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책이다
‘천 개의 파랑‘을 아주 인상 깊게 읽은 후에 천선란 작가의 책이라면 일단 호감이 간다. 나인은 천 개의 파랑 다음으로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내게 천선란은 sf지만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인상답게 이 책도 외계인이 나오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잔뜩 나오지만 매우 인간적이며 따뜻하다.
작가의 말처럼 뒤틀린 어른이 되지 않도록 뒤틀린 아이가 그대로 어른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또한 그 무엇을 이야기하든 무조건 믿어주는 존재라는 것 또한 이 이야기의 다른 주제가 아닐까 싶게 소중하다. 그런 존재야 말로 외계인만큼 희귀한 것 아닐까 싶다.
나인이 인간이 아니지만 가장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만큼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선의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막상 식물을 죽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내가(;;;;) 식물의 인간화인 이 책이 이렇게나 호감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매우 의외인 것만큼이나 많은 이들에게도 의외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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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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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왜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지를 다 읽고나니 알겠다. 좋은 소설이 갖춰야하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당연히 스토리 자체의 힘도 있고, 평면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있으며 당시대를 반영하는 배경과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도 있다.
역자의 말에 보면 작가가 이 책은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했는데 쓰여진대로 그렇기 때문에 요즘 현대인들에게 더 공감이 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넘쳐나는 자극 속에 개개인은 더 홀로남게 되는 것이 요즘 사회다보니 늪지에 홀로 자라서 홀로 살아남아 인생을 배우고 살아가는 주인공 카야에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이 소설이 늑대소년처럼 버려진 소녀의 일대기에 끝났으면 이렇게 화자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장과 미스테리가 동시에 얽혀있으며 열린 결말도 아니여서 개인적으론 매우 다행이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열린 결말 싫어하는 편;;)
모든 걸 다 떠나서 이야기 자체가 재밌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제대로 쓰인 소설을 읽는 기쁨을 더 많은 이들이 발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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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워크 아침달 시집 36
신수형 지음 / 아침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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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전달을 하기위해서건,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건 설명하고 싶은 대상을 풀어쓰는 산문에서도 이해가 안되거나 오역을 하거나 혹은 멋대로 읽다가 내동댕이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 길게 애써서 설명해놓았는데도 상대를 이해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시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내겐 당연하고 본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은 읽을 수 있었다. 비록 어떤 시들은 여전히 어렵고 제목과 내용의 연결고리를 못 찾겠고 이 단어와 저 단어사이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또 어떤 시들은 직관적으로 좋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 시들을 발견하며 끝까지 읽을수 있었다. 시를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시를 읽는 것에 훈련되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읽어낸 시집이라면 다른 이에게도 분명 접근 가능한 시집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인이 (늘 책을 쓴 사람을 호칭하는 것은 저자라고 생각했는데 시인으로 부르는 느낌마저 생소하다) 고르고 골라 배열해 놓은 정성을 느낄수 있었고 심지어 그러한 시들이 이렇게나 많아서 3부로나 엮어지는 책 하나를 완성했다는 것도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들이고 철저히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비록 시를 읽는게 서툴러서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또 시는 줄글과는 다른 호흡으로 그렇게 읽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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