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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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재미와 문학적 예술성을 다 잡은 천재 작가의 미스터리 걸작.

"이런 작가가 있는데 어떻게 미스터리를 쓸 수 있겠는가."_다나카 요시키(작가)

📖
숨막히게 푹푹 찌던 한여름의 어느 날, 한 가정집 앞마당에서 네 살 여아의 사체가 발견된다.
아이가 죽어갈 동안 다른 가족들은 뭘 하고 있었나.

일곱 명의 진술, 일곱 개의 살해동기, 그리고 일곱 개의 비밀.

👤유일하게 집 안에서 아이와 함께 있었던 치매노인.
👤조카였던 여아를 치매노인과 단둘이 집에 두고 딸과 외출한 이모.
👤자신보다 예쁘고 영리한 사촌동생을 시기한 언니.
👤아이를 언니 집에 매번 맡기고 젊은 남자와 호텔에서 불륜을 즐기던 엄마.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저 아이도 내 딸이 아니라고 확신한 아빠.
👤여아의 사망추정시각에 몰래 집에 들렀다 황급히 달아난 이모부.
👤엄마의 불륜 상대이자 꼭두각시인 대학생.

"나는 그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죽이려고 했던 것도 나였고 구해주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어서 경찰서에 가서 그 아이를 죽인 건 자기라고 실토를 하면 일이 간단히 해결될 게 아니냐."

"경찰서에 가서 모두 다 말하기 전에 처형에게 먼저 고백하고 싶었어요. 그날 내가 나오코를 죽였다는 것을."

"사토코 씨는 당신이 진짜 범인을 감춰주려고 자수했다고 생각하고 있던데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사년 뒤 죽음이 예견돼 있었던 아이.
모두의 추악한 비밀과 욕망으로 태어난 아이.
자랄수록 모두의 눈엣가시였던 아이.

여아의 죽음을 파헤칠수록 평범해보이기만 했던 이 가정의 어두운 심연이 드러난다.


마지막 장까지도 범인을 알 수 없게끔 치밀한 심리묘사가 압권이었다.
모두가 죽이고 싶어했던 아이였기에 더더욱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다른 반전은.
<소문>에선 뒤통수 맞는 기분이었다면 <백광>의 반전은 너무나 묵직한 슬픔이 뒤따라왔다.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어두운 내용과는 별개로 저자의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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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박완서 지음, 이성표 그림 / 작가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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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이 분의 글에 대한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시를 읽고 나서는 더욱 어려워졌다.
짤막하고 쉬운 단어로 쓰인 이 글이 왜 이리 무거운 걸까.

생전에 그녀는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책으로 남는다.'

전쟁통에 오빠를 잃고, 남편과 아들까지 먼저 떠나보낸 저자는 오히려 가족을 만날 수 있으니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투병중에도 계속 글을 썼던 저자는 그렇게 2011년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타계한지 어느덧 10년이 되자 저자의 글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책으로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정말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저자의 시와 이성표 일러스트레이터의 따스함 가득한 그림이 어우러져 '시그림책'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 '시를 읽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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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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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도 방영된 원작 <덱스터>의 저자가 쓴 새로운 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천재적인 대도, 변신술의 귀재, '라일리 울프'가.

📖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장 한가운데서 5000만 달러의 강철 동상, 무려 12.5톤에 육박하는 이 거대한 동상을 훔쳐 유유히 허공 속으로 사라진 최고의 도둑, 라일리.

이런 미친 짓을 할 작자는 오로지 라일리 뿐이라며 또 한 번 놓친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FBI요원 델가도!
다음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라일리의 과거를 하나씩 되짚어 나간다.

한편, 물건을 건네주고 거금의 수수료를 받은 라일리는 기분이 언짢다.
너무 쉽게 끝나 오히려 초조하고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어디 또 돈 많은 양들이 애지중지하는 훔칠 만한 보물이 있을까 찾던 라일리의 눈을 사로잡은 잡지 기사.

이란 황실의 최고 보물이자 세계 최대의 핑크 다이아몬드인 '다리야에누르'가 바로 이 곳, 미국으로 전시를 위해 온다는 소식이었다.
그 순간 라일리는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친 짓이라고? 불가능하다고? 절대 못할 것 같아?
나를 지켜봐."

최신식 보안 장치에 각국에서 파견된 수많은 특수부대 대원들의 감시 속에서 라일리는 어떻게 이들을 따돌리고 다리야에누르를 훔쳐낼 것인가.


그냥 변장술이 아니라 온 신경을 집중해 철저히 다른 인격체로 변신하는 라일리.
또한 파쿠르의 귀재로 건물 사이를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넘어다니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의 완벽한 조력자인 위조의 귀재 '모니크'까지.

천재 도둑 + 위조의 귀재 = 무조건 재밌는 조합이 아닐까.

읽는 내내 마치 영상으로 보는 듯했고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술술 넘겼다.

이런 도둑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믿고 보는 북로드 #스토리콜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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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위안 (초판 겨울 한정판)
서민재 지음 / 한평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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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한 번 봤어요.
그리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창 밖엔 크고 작은 다양한 눈송이가 흩날리네요.
방의 불은 켜지 않았어요.
그저 자연히 들어와 앉은 창문 크기만큼의 빛이면 돼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선 어린 아이들이 눈송이만큼이나 하얀 소리를 내지르네요.
그리 싫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속 들리기를 원해요.
고요한 방 안은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똑딱거립니다.
새로 꺼내온 두툼한 이불에선 엄마 품 같은 냄새가 나요.
전 아무 약속도 없고 무언가에 쫓기지도 않죠.
오롯이 지금 이 시간을 즐기고 있어요.
곁에선 한참 이불 위를 파헤치고 구르더니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았는지 곧이어 새근새근 잠이 든 하얗고 작고 보드라운 동물도 있어요.

전 이 모든 것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책 한 권을 읽습니다.
제목은 <너라는 위안>입니다.


막 내린 새하얀 눈밭 위에 난 작은 발자국 한 줄처럼 저자의 글 역시 그렇다.
꾸밈없고 조용하면서 포근하다.

한 페이지에 한 줄이 있을 때도 있고 짧은 시와 글들이 어우러진 자유로운 에세이라 누구나 편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무겁거나 화려하지 않아 좋다.

위 리뷰는 이 책을 읽은 나의 상상으로 쓴 글이다.
왠지 이런 느낌일 때 읽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서.
음악이 나오는 카페보다는 나만의 휴식공간에서 조용히 읽어봄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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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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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쓰는 글 중에서 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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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셜리클럽 저자의 일기(2015~2019)와 상하이 여행기(2017), 월기(2020)를 담은 산문집이다.
그녀가 써왔던 일기 중에서 생판 남에게 보여도 상관없겠다 싶은 글들을 모아놓은 "실제" 일기라는 점이 묘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실제 일기는 아니지만 이전에 읽었던 일기 형식의 소설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노인의 일기》였는데, 그 때도 타인의 속살을 몰래 엿보는 이상야릇한 기분이었어서 이번 일기는 과연 어떨까 굉장히 궁금해졌다.

"오래전에 두어 번 같이 잤던 애가~"

일기의 첫 문장부터 동공이 흔들렸다.
잠깐만요, 이거 괜찮은 거예요?

시원한 육두문자가 나오고 생리불순에 구 애인들과의 에피소드까지.
아 이거 진짜 일기구나 싶었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의 글들이라 그녀의 지인들과 새벽까지 파티를 하고 음주가무를 즐긴 이야기들을 읽으니 새삼 그때가 너무나 그리워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소름 돋았던 부분...
갑자기 블루종 치에미의 "산쥬고오쿠"가 듣고 싶어서 유튜브로 일본 개그프로를 찾아 본다던지 <안녕,프란체스카>를 정주행 하는 모습...내가 아니던가!
요즘 오분순삭이나 옛능에서 다시 올려줘서 또다시 빠져있는 나였다.
(Ps. 거침킥도 그 중 하나)

안그래도 얼마 전 2021년도 일기를 정리하면서 보니 스물 세살부터 써 온 일기가 벌써 여덟 권이 모였다.
한 차례 다시 정리하면서 몇 년 만에 들여다봤더니 참 많은 생각과 감정이 일었다.

내 성장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긴, 흑역사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지나간 인연들의 기록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 맛을 한 번 보면 진짜 만취한 상태에서도 일기는 쓰고 자게 된다.

기억은 오염되고 바래지지만 글로 눌러 쓴 추억은 영원하다는 점 때문에.

그녀의 일기를 읽으면서 또 한번 느꼈다.
오늘 일기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써야겠다.

🏷182p.
일기 말고는 내 편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고 보면 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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