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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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판타지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방대한 세계관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읽게 된다. 비현실적인 드래곤과 마법이 가득한 세계관도 있는가 하면, 현실보다 더 절망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도 있다. 내 인생책인 ‘해리포터’의 경우를 보면 마법사 세계관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그 중에서도 약자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인물들도 있지만, 그 인물들에 대항하는 다른 인물들도 보여줌으로써 연대의 힘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준다. 다 읽고 나면 오랜 꿈에서 깨어난 듯이 몽롱한 기분이 들면서 동시에 궁금해진다. 겉모습이 다를 뿐 아니라 아예 종족이 다른 이들이 어떻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비현실적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공감이 가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판타지는 비현실적인 세계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요소들이 다분하다. 적에 맞서 싸우는 등 연대하는 모습이나 컨텐츠적인 요소의 재미 등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에 판타지는 오히려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아예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고 연결되는 모습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갈등도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판타지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지표를 알려주는 도구로써 기능한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나오듯이 약자를 약자라고 지칭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갈등을 원만하게 극복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표지를 꼭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표지의 질감이 퐁신퐁신하달까, 일반 책 표지에서 만날 수 없는 벨벳 코팅 느낌이라 읽는 동안 이 책의 물성 덕분에 행복했다. 책 표지에 흑백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뒤집어서 봐야 제대로 보이는 사진이다. 판타지와 현실은 서로가 뒤집어진 현실이라는 걸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 책등에도 이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덕분에 책장이 한층 아름다워져서 행복함을 만끽했다. 여러 이슈로 요즘은 종이책을 조금 더 선호하는데, 책의 물성이 읽을 종이책을 결정하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표지가 아름답거나, 책의 자간이 선호하는 넓이로 있는 등 이런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완벽한 책을 만드는데,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는 이 모든 요소에 걸맞는 책이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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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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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은 안전사고로 누나를 잃은 11살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강 산’은 후천적 난청으로 인해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다닙니다. 그 후 산은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 누나인 ‘메아리’가 더욱 잘 챙겨야 하는 동생이 됩니다. 항상 자신을 챙겨야 하는 누나가 자신을 두고 친구와 워터파크에 가게 된 사실에 화가 난 산은 누나와 말싸움을 하고, 그게 마지막이 됩니다. 워터파크의 워터 슬라이드가 헐거워져서 추락 사고로 딸을 잃게 된 엄마는 직장을 그만 두고, 매일 시청에 1인 시위를 갑니다. 산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메아리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산은 눈물이 나지 않아요.

 

어느 날, 산은 메아리 누나 방에 들어갑니다. 누나 방에 있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자, 들리지 않는 왼쪽 귀로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고 산은 누나의 마지막 소원들을 들어주기로 결심하죠. 산은 누나의 책을 반납하고, 누나 친구들에게 누나가 마피아였음을 밝히고, 누나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눈물을 흘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나를 추모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최현진 작가님의 전 작품인 스파클을 정말 감명 깊게 읽어서 그때만큼 엉엉 울게 될까봐 약간 두려웠는데, 11살 소년의 시점은 16살 사춘기 소녀의 시점만큼 섬세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11살 소년인 ‘산’은 다른 사람들처럼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나를 추모합니다. 누나의 마지막 소원들을 들어주며, 엄마도 이모도 누나 친구들도 메아리 누나를 떠올릴 때 너무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힘쓰죠. 누나가 좋아하는 도서관에서, 누나가 태어난 월일을 본떠 4시 30분에 누나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생일 파티를 즐기는 그 모습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주인공 ‘산’이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설정 덕분인지, 읽는 내내 글이 고요했습니다. 소복히 쌓이는 눈처럼 소리 없이 조용한 느낌을 주어 저도 조용히 메아리를 추모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고인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생각만 해도 슬퍼서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제사를 지내는 방법도 있고, 추모할 때마다 다같이 모여 주변인들끼리 행복하게 보낼 때도 있습니다. 영화 ‘써니’의 장례식장에서 춤추는 장면처럼 축제같이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도 있죠. 함께했던 추억이 너무 슬픈 기억으로 남지 않게 하는 산이의 방식을 닮고 싶었습니다. 읽다 보니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샤이니 멤버들은 멤버인 종현을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며 함께 추억하고, 최근 종현의 가이드곡을 녹음하여 앨범으로 냄으로써 팬들도 함께 추억할 수 있도록 했죠. 소중한 이를 떠올리는 게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억하는 게 참 좋았어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입니다. 부디 슬프다는 감정 때문에 소중한 이와 행복했던 기억들을 너무 오래 잊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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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액괴 나랑 떨어지지 마
김나현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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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의 끝맺음 때문일 것입니다. 단편을 읽을 때 갑자기 끝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서 장편을 선호하는데, 이 소설집을 읽고 그건 편견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다섯 편의 단편 소설집인데, 귀여운 표지와 달리 마냥 웃으면서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넷플릭스의 웬즈데이를 책으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귀여우면서도 약간의 스산함이 있는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오감 포워딩’ 서평을 소개하려 합니다.

 

오감 포워딩은 천애고아에 보육원에서 가난하게 살던 혜원이 K사와 거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혜원이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느낄 때 손바닥의 버튼을 누르면 그 감정은 K사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혜원은 대신 돈을 받죠. 자신의 인생에서 항상 차선과 차악만을 느껴야 했던 혜원은 초호와의 첫키스 날, 손바닥의 버튼을 누르고 기절합니다. 이후, 초호는 혜원의 ‘특별함’을 감당하지 못해 헤어짐을 고하고, 혜원은 그 뒤 혼자 살다가 친구였던 루다가 초호와 결혼한 후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다를 찾아간 혜원은 K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받던 사람이 루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 후,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 루다와 혜원은 손바닥 버튼을 이용해 서로의 감정을 연결시켜서 서로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최선의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인생을 살면서 최고 혹은 최악의 순간을 맞닥뜨린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최고의 순간은 많이 있을수록 행복하겠지만, 최악의 순간은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겠죠. 그렇지만 그 모든 경험과 시간들이 쌓여서 ‘내’가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회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팔아서 삶을 이어간다면,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경험인데, 그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면 나는 무엇으로 구성된 인간인지 회의감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혜원도 비슷한 생각이었기에, 루다를 찾아간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혜원은 가난했기에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죠. 살아가는 데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꼭 절대적인 건 아니라 생각해요. 풍족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내가 나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삶을 이어가야 하나 고민이 되는 순간부터는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게 됩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읽으면서 삶에 있어서 피하고 싶은 순간조차도 전부 내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경험했기에 의미 있는 감정과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나’라는 인간이 완성되는 것이기에, 힘든 순간이라도 결코 피하지 않으려 합니다.

 

소설집의 모든 단편선이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독서 모임에서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기에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나머지 단편들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적었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미스터 액괴 나랑 떨어지지 마

액괴가 사람 몸에 붙으면서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내가 사는 피부

우리나라 산에서 발견된 외래종 원숭이 ‘소피아’를 동물원에서 키우며 촬영을 통해 관광 수입 자원과 유튜브 조회수로 활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오감 포워딩

내가 느끼는 최고의 감각들을 손바닥에 박힌 버튼을 통해 타인에게 전송함으로써 돈을 버는 대신 그 감각을 영원히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

 

 

벌룬 파이터

작년 북한의 오물 풍선처럼 사람이 풍선에 매달려 고가인 아파트들 가격을 떨어뜨리는 이야기.

 

나무 인간

사람들이 나무로 변하는 걸 숨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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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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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국가에서 아이들을 함께 보육하는 게 당연한 시대. 아이들은 부모의 소득이 많건 적건 ‘아이들의 집’에서 지낼 수 있으며, 아이가 원하면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이들의 집’에서 지낼 수 있다. 아이를 키울 집은 무조건 국가에서 제공하며, 무정형은 집이 아이 양육에 적합한지를 조사하는 조사관이다. 어느 날, 무정형은 ‘아이들의 집’에서 가끔 보던 색종이가 죽은 집을 조사하고 그 곳에서 귀신을 본다. 귀신의 정체와 색종이가 죽은 이유는 무엇인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읽으면서 우리나라 형제의 집 사건이 떠올랐다. 88올림픽 당시, 깨끗한 거리를 만들고 싶어했던 당시 대통령과 사회 문화가 맞물려 거리의 노숙자들과 고아들을 전부 시설에 가둔 사건이다. 시설에 아이를 많이 입소시켜 실적을 올리는 게 중요했던 사람들은, 고아든 아니든 전부 시설로 데려갔다. 거리에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부모와 생이별하여 해외로 입양되거나 노동력 착취를 당하며 자랐다. 아이들을 사람으로 본 것이 아니라 지원금 받을 머릿수로 본 것이다.

 

현재의 돌봄 문제와도 많이 닿아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가는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고, 부모는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를 양육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늘봄에 아이를 맡기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외로워진다. 모든 책임을 가정이나 늘봄에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먼저 가정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부모의 양육 시간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제도가 있어야,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제때 퇴근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의 힘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귀가하여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선이 우선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어른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서 부모는 그 권리를 휘두르며,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 버려지기 싫으니까.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대용품이나 도구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모든 부모에게는 아이가 있지만, 모든 아이에게는 부모가 있지 않다. 부모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정보라 작가님 특유의 문체와 기묘한 분위기 덕분에 읽는 내내 긴장하며 읽었다. 나는 무정형이 아닌데, 마치 소설 안에서 귀신을 본 것처럼 내내 긴장했다. 또한 작가님의 서술이 참 담백해서 좋았다. 덕분에 상세한 피해자의 고통 묘사와 지나치게 사실적인 학대의 증거에 눈살을 찌뿌리며 읽지 않아도 되어 다행으로 여겼다. 피해자의 고통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으시는 작가님이 참 좋다. 작가님의 모든 글을 좋아하지만, 이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었다.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시면서, 그걸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도록 글을 쓰시는 고민의 흔적이 보여서 작가의 말을 계속 곱씹게 되었다. 6월에 많은 책들을 읽었고, 아직 6월이 많이 남았지만, 감히 이번 달 최고의 도서라 꼽아 본다. 미혼, 기혼 상관없이 세상 모든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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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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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를 보면 마지막에 납치한 소녀를 죽이려고 하지만, 그 소녀는 탈출에 성공하거나 살인마를 죽이면서 영화가 끝이 나는 경우가 많죠. 지금도 공포 영화를 잘 못 보지만, 어렸을 때도 그런 공포 영화를 보면 항상 의문이 들었어요. 그럼 살아남은 사람은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지?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살인마로부터 살아남은 ‘파이널 걸’의 이야기를 단순한 유흥으로 소비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공공연했던 시절, 캐럴 박사의 주도 하에 만들어진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에 ‘에이드리언’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다시 살인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한 리넷은 당장 자신의 집을 나와, 안전 가옥으로 피신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줄리아가 총상을 입게 됩니다. 평소 신경 쇠약과 불안감에 시달리던 리넷은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파이널 걸들에게 정체 모를 살인범을 경고하죠. 그 후, 자신이 지킬 수 있는 파이널 걸인 ‘스테파니’를 납치해 그녀를 지키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살인마들의 살인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일면식도 없을 수 있고, 단순 쾌락을 위해 하는 살인이죠. 그들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완성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그들로부터 도망쳐 살아남는 데 성공한 파이널 걸들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살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그 이후 생존이 더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리며,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힘겨워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버리고 고립되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우리가 그들의 삶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데 드는 노력을 알기에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가 아님을 모두가 알아야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에.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 있고 이야기 전개가 늘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파이널 걸을 위험에 빠뜨리는 범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리넷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이 얼얼한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긴 호흡의 이야기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액션신들의 향연에 연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여성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연대를 읽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서평 제안을 주신 문학동네 담당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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