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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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를 보면 마지막에 납치한 소녀를 죽이려고 하지만, 그 소녀는 탈출에 성공하거나 살인마를 죽이면서 영화가 끝이 나는 경우가 많죠. 지금도 공포 영화를 잘 못 보지만, 어렸을 때도 그런 공포 영화를 보면 항상 의문이 들었어요. 그럼 살아남은 사람은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지?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살인마로부터 살아남은 파이널 걸의 이야기를 단순한 유흥으로 소비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공공연했던 시절, 캐럴 박사의 주도 하에 만들어진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에 에이드리언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다시 살인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한 리넷은 당장 자신의 집을 나와, 안전 가옥으로 피신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줄리아가 총상을 입게 됩니다. 평소 신경 쇠약과 불안감에 시달리던 리넷은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파이널 걸들에게 정체 모를 살인범을 경고하죠. 그 후, 자신이 지킬 수 있는 파이널 걸인 스테파니를 납치해 그녀를 지키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살인마들의 살인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일면식도 없을 수 있고, 단순 쾌락을 위해 하는 살인이죠. 그들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완성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그들로부터 도망쳐 살아남는 데 성공한 파이널 걸들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살인 사건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그 이후 생존이 더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리며,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힘겨워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버리고 고립되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우리가 그들의 삶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데 드는 노력을 알기에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가 아님을 모두가 알아야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에.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 있고 이야기 전개가 늘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파이널 걸을 위험에 빠뜨리는 범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리넷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이 얼얼한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긴 호흡의 이야기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액션신들의 향연에 연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여성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연대를 읽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서평 제안을 주신 문학동네 담당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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