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액괴 나랑 떨어지지 마
김나현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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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의 끝맺음 때문일 것입니다. 단편을 읽을 때 갑자기 끝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서 장편을 선호하는데, 이 소설집을 읽고 그건 편견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다섯 편의 단편 소설집인데, 귀여운 표지와 달리 마냥 웃으면서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넷플릭스의 웬즈데이를 책으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귀여우면서도 약간의 스산함이 있는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오감 포워딩서평을 소개하려 합니다.

 

오감 포워딩은 천애고아에 보육원에서 가난하게 살던 혜원이 K사와 거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혜원이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느낄 때 손바닥의 버튼을 누르면 그 감정은 K사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혜원은 대신 돈을 받죠. 자신의 인생에서 항상 차선과 차악만을 느껴야 했던 혜원은 초호와의 첫키스 날, 손바닥의 버튼을 누르고 기절합니다. 이후, 초호는 혜원의 특별함을 감당하지 못해 헤어짐을 고하고, 혜원은 그 뒤 혼자 살다가 친구였던 루다가 초호와 결혼한 후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다를 찾아간 혜원은 K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받던 사람이 루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 후,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 루다와 혜원은 손바닥 버튼을 이용해 서로의 감정을 연결시켜서 서로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최선의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인생을 살면서 최고 혹은 최악의 순간을 맞닥뜨린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최고의 순간은 많이 있을수록 행복하겠지만, 최악의 순간은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겠죠. 그렇지만 그 모든 경험과 시간들이 쌓여서 가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회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팔아서 삶을 이어간다면,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경험인데, 그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면 나는 무엇으로 구성된 인간인지 회의감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혜원도 비슷한 생각이었기에, 루다를 찾아간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혜원은 가난했기에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죠. 살아가는 데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꼭 절대적인 건 아니라 생각해요. 풍족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내가 나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삶을 이어가야 하나 고민이 되는 순간부터는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게 됩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읽으면서 삶에 있어서 피하고 싶은 순간조차도 전부 내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경험했기에 의미 있는 감정과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라는 인간이 완성되는 것이기에, 힘든 순간이라도 결코 피하지 않으려 합니다.

 

소설집의 모든 단편선이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독서 모임에서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기에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나머지 단편들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적었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미스터 액괴 나랑 떨어지지 마

액괴가 사람 몸에 붙으면서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내가 사는 피부

우리나라 산에서 발견된 외래종 원숭이 소피아를 동물원에서 키우며 촬영을 통해 관광 수입 자원과 유튜브 조회수로 활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오감 포워딩

내가 느끼는 최고의 감각들을 손바닥에 박힌 버튼을 통해 타인에게 전송함으로써 돈을 버는 대신 그 감각을 영원히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

 

 

벌룬 파이터

작년 북한의 오물 풍선처럼 사람이 풍선에 매달려 고가인 아파트들 가격을 떨어뜨리는 이야기.

 

나무 인간

사람들이 나무로 변하는 걸 숨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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