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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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은 안전사고로 누나를 잃은 11살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강 산은 후천적 난청으로 인해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다닙니다. 그 후 산은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 누나인 메아리가 더욱 잘 챙겨야 하는 동생이 됩니다. 항상 자신을 챙겨야 하는 누나가 자신을 두고 친구와 워터파크에 가게 된 사실에 화가 난 산은 누나와 말싸움을 하고, 그게 마지막이 됩니다. 워터파크의 워터 슬라이드가 헐거워져서 추락 사고로 딸을 잃게 된 엄마는 직장을 그만 두고, 매일 시청에 1인 시위를 갑니다. 산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메아리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산은 눈물이 나지 않아요.

 

어느 날, 산은 메아리 누나 방에 들어갑니다. 누나 방에 있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자, 들리지 않는 왼쪽 귀로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고 산은 누나의 마지막 소원들을 들어주기로 결심하죠. 산은 누나의 책을 반납하고, 누나 친구들에게 누나가 마피아였음을 밝히고, 누나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눈물을 흘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나를 추모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최현진 작가님의 전 작품인 스파클을 정말 감명 깊게 읽어서 그때만큼 엉엉 울게 될까봐 약간 두려웠는데, 11살 소년의 시점은 16살 사춘기 소녀의 시점만큼 섬세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11살 소년인 은 다른 사람들처럼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나를 추모합니다. 누나의 마지막 소원들을 들어주며, 엄마도 이모도 누나 친구들도 메아리 누나를 떠올릴 때 너무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힘쓰죠. 누나가 좋아하는 도서관에서, 누나가 태어난 월일을 본떠 430분에 누나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생일 파티를 즐기는 그 모습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주인공 이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설정 덕분인지, 읽는 내내 글이 고요했습니다. 소복히 쌓이는 눈처럼 소리 없이 조용한 느낌을 주어 저도 조용히 메아리를 추모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고인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생각만 해도 슬퍼서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제사를 지내는 방법도 있고, 추모할 때마다 다같이 모여 주변인들끼리 행복하게 보낼 때도 있습니다. 영화 써니의 장례식장에서 춤추는 장면처럼 축제같이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도 있죠. 함께했던 추억이 너무 슬픈 기억으로 남지 않게 하는 산이의 방식을 닮고 싶었습니다. 읽다 보니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샤이니 멤버들은 멤버인 종현을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며 함께 추억하고, 최근 종현의 가이드곡을 녹음하여 앨범으로 냄으로써 팬들도 함께 추억할 수 있도록 했죠. 소중한 이를 떠올리는 게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억하는 게 참 좋았어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입니다. 부디 슬프다는 감정 때문에 소중한 이와 행복했던 기억들을 너무 오래 잊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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