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 역대급 살인 미스터리, 리지 보든 연대기
에드윈 H. 포터 지음, 정탄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지


한 줄 평: 뮤지컬 리지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뮤지컬로 먼저 접한 ‘리지‘라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당시의 살인 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한 일대기였다. 다 읽은 지금에서도 리지 보든이 범인으로 지목된 이유를 알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성인 여성이 도끼로 수십 번 내려쳐서 사람을 살해하는 게 가능한 리가 없다. 그러나 살인 사건 이후 너무 침착했던 점, 정황 증거들로 미루어 보아 범인으로 지목된 건데 당시의 수사가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들이 범인으로 리지 보든을 생각하고 수사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증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신원 불명의 남자를 찾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마녀사냥을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을 뿐더러, 이때다 싶어 보든 가족이 살았던 검소한 방식을 비난하고 싶어 모든 언론들이 달려든 듯 했다.

그러나 범인이 따로 있다기에는 리지 보든의 태도가 다소 미심쩍은 면도 있다. 베테랑 형사들도 혀를 내둘렀다는 끔찍한 살해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가장 걸리긴 하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이라 한들 사람이 참혹하게 죽어 있는 현장을 봤는데도 이렇게 태연할 수가 있을까? 과연 진짜 범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사건에서 리지 보든이 범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데는 살해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손도끼로 추측했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손도끼들에서는 보든 가족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살해 도구는 정말 증인의 말대로 신원 불명의 남자가 가지고 간 걸까?

결국은 범인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이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러나 뮤지컬과 소설의 소재가 될 정도로 당시의 리지 보든 사건은 정말이지 큰 화제였다. 용의자가 그들의 차녀라는 점도 놀라웠고, 명확한 살해 동기가 밝혀진 것도 없고, 살해 도구도 발견되지 않아서 더 화제가 된 것도 있다. 언론에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이 더 마녀사냥으로 몰아간 것도 있다. 무죄 판결 이후 리지 보든의 여생은 평안했다. 정말로 평안함을 느꼈는지는 그녀 본인만 알겠지만. 진짜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돈이 많은 집안의 상속녀 중 하나였던 리지 보든은 태연하다는 이유 만으로 용의자가 되었다. 이전 가족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현재로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사건의 실체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많이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흥미를 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리지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것은 소설인가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소설인가 서평

 

한 줄 평: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계급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관조적으로 드러낸 소설

 

추천 대상: 보고 싶지 않았던 계급을, 사회 생활을 하며 알게 모르게 느껴봤던 모든 사람들

 

서평:

대학교를 처음 들어갔을 때 든 생각은 하나였다. 신분제가 없어졌는데도 계급은 존재하구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몰랐는데 대학교에 들어가니 사복을 입고 각자의 생활을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잘 사는 동기들이 많았다. 나는 알바와 장학금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데, 부모님 용돈 받으면서도 풍족하게 살기 위해, 또는 경험을 쌓기 위해 알바를 하는 동기들이 있었다. 방학 때면 어학 연수를 다녀오는 동기들이 있었다. 부러웠던 그 마음은 꾹 누르고 언젠가 가겠지, 지금은 내 할 일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만 이렇게 살고 있나 싶어 비참하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때는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나 싶었다. 내 앞가림을 꾸역꾸역 하고 있던 터라, 남의 사정은 볼 수 없었다.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모든 결핍이 나를 궁지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는 내 상처가 가장 크게 보이지만,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개인별로 힘들다고 느끼는 편차가 크다는 것을. 그리고 보이는 것만 보고 다른 사람을 쉽게 재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오늘 겪었던 상처를 회복할 시간도 없이 하루가 끝나고 고된 삶에 지쳐 쓰러지듯이 잠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눈 뜨면 하루가 또 시작되고, 시간이 어떻게 끝나는지도 모른 채 하루가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 삶이 보이는 것보다 힘든 만큼, 타인의 삶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무심코 내가 지나친 이웃이 고된 하루를 겨우 견딘 것 일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을 함부러 판단할 수 없다.

 

이 책은 우리가 한 번쯤은 느껴봤을 계급의 격차를 보여준다. 그래서 다 읽었는데도 찝찝함이 묘하게 남는다. 개운하지 않고 마음에 찌꺼기가 쌓인 것처럼. 살면서 어렴풋하게 느꼈던 감정을, 장면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이런 거였구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묘하게 답답하고 힘들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하고 직면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보여준다. 내 삶만이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내가 무심코 보낸 시선 하나가 타인에게 큰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왜 저렇게 살까 반문하며 비난하기보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사회에 씁쓸함을 느끼는 게 먼저일 수 있다. 그제서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마주볼 수 있다.

 

 

무슨 내용이길래 제목이 ‘이것은 소설인가’라고 지었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완독 후 서평을 쓰는 지금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현실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하며, 그 사람의 삶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책이다. 완독한 뒤 찝찝한 여운이 남는 책을 싫어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ㅣ 교유서가 시집 9
김개미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을 읽고 온종일 쓸쓸한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늦가을의 허전하고 외로운 느낌이 담뿍 담긴 시집이라, 가을의 계절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뜨거운 여름에 읽었음에도. 시에서 발화하고 있는 화자를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사랑을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사랑을 찾느라 애썼다고, 아무 말 없이 안아주면서 위로해주고 싶었다. 시를 읽으며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인 ‘홍련‘의 넘버 ’범죄의 기록’의 가사가 떠올랐다.

“ꖶዞ 아이는 사랑을 구걸해야 했나. ꖶዞ 아이는 사랑을 놓지 못했었나.” 죽은 할머니에게 말하듯 하는 시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할머니여도 고향에 가고 싶은 무덤이 되어달라니, 이 아이는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 걸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를 사랑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걸 어른도 아닌 아이가 하고 있다. 마음이 참.. 아린다. 마음이 찡해지는 것도 아니고 아리는 시가 너무 많아서, 김개미 시인까지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사랑을 말하는 시는 참 많았지만, 아이가 화자인 시는 또 처음 접해보는데 이게 생각지도 못한 아린 감정들이 많이 드는 시들이라 자꾸만 시구를 곱씹게 되는 것 같다.

시의 화자인 아이는 사랑받지 못하고 큰 채로 어른이 되어 사랑을 할 때도 혼란스럽다. 내가 하는 게 사랑이 맞는지, 이렇게까지 상대만을 생각하게 되는 게 집착이 아니라 사랑이 맞는지 알지 못하기에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자꾸만 자기 스스로 이러면 안 되겠지. 하고 사랑에 한계를 두려 하는 것 같아 응원하는 말만 해주고 싶어진다. 겁내지 않아도 되고, 너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싶은 만큼 사랑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사연 없는 가족이 어디 있겠냐만은 저마다 가족이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들로 인해 울고 웃는 사람들에게 이 책으로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야구장의 피아노맨 - 신해철에서 퀸까지, 스포츠의 심장을 뛰게 한 노래들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구장의 피아노맨 서평

추천 대상: 스포츠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낭만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추천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야구장에서 넓게 울려퍼지는 야구선수들의 등장곡과 응원가도 한 몫한다. 실제로 지인 중 한 명은 야구장에 노래 부르러 간다고 말할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과 한 마음 되어 부르는 응원가는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신나고 귀에 계속 맴돈다. ‘야구장의 피아노맨‘은 그 응원가에 얽힌 이야기,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많이 쓰이는 노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24년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에 쓰였던 노래, MLB 야구선수의 응원가 등 다양한 종목들의 응원가로 많이 쓰이는 음악들에 얽힌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 보면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는 기분이 든다.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이 들면서 갑자기 야구가 너무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AI가 이렇게도 만연한 시대에도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마도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주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공 하나에 울고 웃으면서 내 기분이 좌우되는 느낌.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AI로도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이 만든 음악이 주는 벅참이 있다. 스포츠도 음악도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벅참이 있기에, 이러한 시대에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 사람들이 찾는 게 아닐까. 좋아하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만큼 기쁜 게 없는 사람들이 스포츠팬인데, 제발 오늘도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신세기 도킹 스테이션 ㅣ 교유서가 시집 8
윤다미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세기 도킹 스테이션

 

한 줄 평: 시도 재밌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시집.

 

추천: 시에 입문해보고 싶은 분께 추천!

 

시집을 교환독서해보는 건 사실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같은 시를 읽었는데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한다니!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긴 호흡을 가지며 읽었다. 일단 윤다미 시인의 시집은 다른 시집과 다른 결을 가진다. 일반적인 시와 다른 궤적을 가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도 내용이 직관적이라 시구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산문같은 시도 있고, 한 문장 안의 글씨 크기가 달라져서 문장에 담긴 감정이 바로 느껴질 때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시를 읽으며 윤다미 시인의 사랑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을 곱씹을수록 시인이 경험한 사랑이 흘러넘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시인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랑이 무척 많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니까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인상 깊어서 서평에 사랑 사랑 노래를 하고 있기는 한데, 진짜 그만큼 사랑을 말하는 시들이 무척 좋아서 계속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시집에 나온 시구처럼 그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이 남았을지, 그리고 독자들에게 들려줄 사랑이 얼마나 많이 남았을지 기대가 된다. 덧붙여서 이야기하자면, ‘원’의 정체가 궁금해서 윤다미 시인의 X와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보고 ‘원’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시인님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원을 좋아해요..

 

이 외에 재밌는 시도 많다. 제목이 영어로 써져 있는데, 읽어보니까 한국어여서 속절없이 깔깔 웃으며 읽은 시도 있고,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좌절과 삶에 관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도 있어서 읽으며 깊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많지 않은 분량의 시집이지만 휴가에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바닥씩 읽기 좋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를 읽은 경험이 많이 없는 나같은 사람도 재밌게 읽은 시집이고, 지금 이 계절에 읽기 좋은 시집이라 시에 입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