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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발견
김민철 지음 / 김영사 / 2026년 4월
평점 :
책을 읽으면 그 책을 읽은 독자 수만큼의 감상이 새로 생긴다. 책은 분명히 한 권인데 독자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에 같은 책을 읽어도 감상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각자의 배경 지식과 경험에 의거하여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데, 이때의 일도 오독이라 할 수 있다. 오독이 틀린 것이라 아니라 각자 다르게 읽을 수 있는 것이고, 여러 번 읽을수록 감상이 달라지기도 하는 게 독서라서 작가님은 자신이 주최하는 ’오독 북클럽’ 내에서 읽은 책들을 소개하며 ‘오독의 즐거움‘을 설명하신다. 이 때의 오독은 여러 번 읽는 것일수도 있고, 각자의 감상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뭐든 상관 없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틀린 생각이 아님을 받아들이고, 감상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즐기면 되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니 에르노의 책을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농사일을 하는 아버지는 그대로인데, 아니 에르노는 점점 지식을 쌓고 유식해지면서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자연스레 부끄럽게 느낀다. 이 부분이 유독 와닿았던 이유는 내가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 에르노와 겹쳐보여서가 아닐까 싶다. 부모님은 그대로인데, 내가 좀 더 지식을 쌓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옛날과 달라질 수 있다니. 아니 에르노는 이걸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글로 풀어내면서 알았지만, 나는 작가님의 글을 통해 아니 에르노의 태도를 알게 되었으니 그보다는 더 빠르게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책이 현실과 닿아있다는 걸 이렇게도 알게 되어서 신선하기도 하고,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부분이라 가장 마음에 남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을지 독서모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작가님의 책 한 권을 다 읽었는데,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드는 책만 20권 가까이 생겼다. 상반기에는 작가님이 소개하신 책들 위주로 읽어봐야겠다는 목표까지 생겼다. 이렇게 따스하면서도 솔직한 글을 쓰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그 책들을 내가 읽으면 어떤 감상이 남을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가득 생긴다. 심지어 한 장르에 국한되어 책을 소개하시는 게 아니라, 고전, 노벨 문학상 수상작, 에세이, 비문학 등 여러 장르의 책을 소개하셔서 독서 편식을 안 할 수 있다. 나는 유구한 비문학 싫어 인간인데 내가 ’코스모스’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 다했다. 작가님이 집필하시며 참고한 책들이 목차와 맨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있는데, 그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읽지 않고 ‘오독의 발견‘을 읽어도 무방하다. 오히려 읽고 싶은 책이 더 늘어난 채로 독서의 설렘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
작가님의 전작인 ’어떤 요일‘ 시리즈를 읽고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실지, 이 분의 신작은 꼭 챙겨서 읽어야지 싶었는데 서평단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신작을 먼저 읽을 수 있어 책 읽는 기간 내내 너무 행복했다. 올해 유독 바빠서 현생을 사는데 치여 살았는데, ’오독의 발견‘을 읽는 동안은 현실과 유리되어 나만의 세계에 빠져 나와 같은 이들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좋았던 책이라, 작가님이 소개하신 책들을 다 읽어보고 나만의 감상을 조금이라도 문장으로 남긴 뒤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 때의 감상은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수도 있고, 이번에는 무심코 흘려보낸 문장에서 예기치 못한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지. 2독을 했을 때는 어떤 감상이 쌓일지 무척 기대된다. 내가 대부분의 책을 1회독만 하는 사람이라 재독이 이렇게까지 재밌을 수 있겠구나를 간접적으로 느낀 책이라 꼭 재독하면서 감상을 축적해보고 싶다.
집에 쌓여 있는 수많은 책을 외면하면서 신간과 도서관 책을 찾아 읽는 적독가들이(나를 말하는 것이다) 읽으면 ’오독의 발견’에 소개된 책 중 집에 있는 책들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 것이라 적독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책을 읽고 호불호 상관 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감상 나누기를 즐겨하는 독서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불호 후기가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님을 인지하고, 타인의 감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배울 수도 있어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읽고 나면 좋은 문장을 읽었을 때의 몽글몽글함과 설렘이 남을지,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할지, 소개된 책을 이미 읽었는데 다른 감상이 남을지 이야기거리가 많을 듯 해서 독서모임으로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 추천한다.
p. 85)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어느 정도 이런 경험을 하지 않나요? 우리 모두 부모님에게서 “자기 혼자 잘나서 저렇게 큰 줄 알지” 같은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지 않나요? 우리가 자라면서 우리의 세상은 점점 커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커진 세상에서 문득 부모님의 세상을 보는 순간 그곳은 보잘것없이 보이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는 세상처럼 느껴지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부모를 ‘배신‘합니다. 이 상황에서 아니 에르노는 어떤 자리에 설까요?
p. 208) 좋아하는 마음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 마음은 무리하지 않는 법을 모르기 떄문에 매번 더 무리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더 키워가는 방법밖에 모른다. 심지어 좋아하는 마음을 크게 자랑했더니 같이 좋아하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결국 나는 좋아하는 세상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부족한 나이지만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부족하므로 우리가 모이면 완벽하다. 이것이 내가 만든 나의 일이다. 이것이 내가 만든 나의 세상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도, 때론 너무 오독이어도, 때론 오독한 것까지도 다 잊어버려도, 이 세상을 내가 벅차도록 좋아하고 있다는 것만은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