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드그다 읏따읏따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6
김멜라 외 지음, 최다영 해설 / 열림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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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그다 읏따읏따

 

우정이라는 건, 사실 사랑의 다른 이름 아닐까.

 

생소한 제목에 눈길이 가고, 작가진들에 한 번 더 눈이 갔다. 무슨 글이길래 제목이 드그다 읏따읏따일까, 하며 책을 펼쳤는데 단편집들을 앉은 자리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페이지가 잘 넘어가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드그다 읏따읏따는 다섯 편의 소설을 통해 다양한 우정을 보여준다. 이미 죽고 없어진 친구 딸인 이정을 지켜보는 양홍의 이야기, 오래된 연인인 선화와 헤어진 뒤 그녀를 저주하는 의 이야기, 덩치 큰 남자를 보면 공포를 느끼는 나와 트랜스젠더인 규오의 연애, 세입자인 양지와 집주인인 연주가 밤마다 러닝메이트로 함께 뛰는 이야기, 직장 상사였던 우 과장에게 차를 싸게 구입한 뒤 운전하게 된 미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우정을 보여준다.

 

어떤 소설이 가장 인상깊었다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모든 소설이 다 좋았고, 약간씩 울컥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우정이라는 소재로 동성과 이성, 젠더, 계급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의 우정을 그리는데 관계 안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는 것 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 가족 간의 관계를 그리는 김화진 작가님의 저주 참는 법도 참 좋았는데, K-장녀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그린 소설에서 울컥하지 않는 법을 모른다.(가족 소설만 보면 오열한다는 뜻) 심지어 엄마도 아닌(!) 아빠와 딸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괜히 아빠가 생각났다. 나도 아빠한테 이렇게 툴툴대는데, 주인공은 그래도 아빠한테 잘하네..하는 복잡미묘한 감상들이 스쳐지나갔다. 아빠가 다른 사람보다 를 더 참아준다는 부분은 공감이 가면서도 눈물짓는 부분이었다. 우정은 사실 서로가 용인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서로를 참아주는 것이지만, 가족 간에는 이게 더 넓은 부분까지 허용되는 걸 우리 모두가 안다. 그렇지만 그 미묘한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엔 어려운데 그걸 해낸 김화진 작가님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림 소설집이 좋은 이유는 독자가 다섯 편의 소설을 읽은 후 혼자만의 감상을 온전히 지켜낸 뒤, 각 작품별 해설을 맨 뒤에 수록해서 해설과 자신의 감상을 비교해보는 소소한 재미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흔한 소재이지만, 작가들이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볼 수 있다. 게다가 단편 소설집의 가장 큰 매력인 몰랐던 작가를 알아가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어 내 취향을 넓히는 한편, 알아가는 작가님의 이름도 많아진다. 벌써 여섯 번째 소설집인데 림웹진은 항상 주시하고 있는 편이라 다음 소설집이 벌써 기대된다. 여성이라면 우정에 관한 이 이야기들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하며, 여성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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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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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로지 3권 보다

 

 

보다라는 감각은 참 이상하다. 외부기관인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기에 왜곡될 일이 없다 생각하지만, 그래서 어떤 감각보다 왜곡될 수 있다. 누군가 조작한 걸 보고 직접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진실이라 믿는 사람도 있고 보기 싫은 것은 잠시 눈을 감고 회피하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낼 수 있으니까.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보다라는 감각을 직면해야 하는 사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사람,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마음 속으로 추억을 보는 사람 등 다양한 보다가 나온다.

 

다섯 편의 소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소설은 가장 처음에 나오는 김남숙 작가의 모토부에서.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폭행한다는 걸 직면하지 못해서 자꾸만 잠수를 탔다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나타나고, 남편인 진호가 본성은 착한 사람이라 옹호하는 언니.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글이 막힌다. 나의 상담사는 내가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본다면 막힌 글이 써질 것이라 한다. 이런 나를 지켜보며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애인 우형’. 가정폭력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쓴 글은 처음이었는데, 묘했다. 자신의 가족이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가해자를 옹호하는 걸 지켜본다는 건 나도 함께 서서히 늪에 빠져가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인 내가 그런 기분을 느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보다라는 건 다른 감각보다 더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감각이기에, 소설은 다소 추상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한 번만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소설도 있지만, 왠지 모를 여운이 자꾸만 남는다. 자꾸만 곱씹게 되어서 이해의 영역은 재독할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하다 앤솔로지는 트레싱지가 커버인 책이기에 전자책보다는 바스락거리는 책표지의 물성을 느끼면서 읽는 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다른 앤솔로지보다 보다가 계속 생각나는 걸 보면 여운이 짙은 편인 게 분명하다. 적확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 여운을 같이 느껴보고 싶은 분들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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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의 섬 - 불을 품은 소년
TJ 클룬 지음, 이민희 옮김 / 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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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의 섬

 

힘든 고난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하리라.

 

줄거리

불사조를 품고 사는 아서는 마르시아스 섬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자신과 비슷한 마법적 존재들을 데려와 키운다. 그의 연인인 라이너스와 함께 여섯 아이를 키우던 중, 정부 기관은 적그리스도인 루시를 탐내기 시작한다. 정부 기관은 아서로부터 여섯 아이를 모두 데려오기 위해, 아서가 아이를 키우기 적합하지 않은 인물임을 검증하려고 마블모라는 사람을 보낸다. 정부의 속내를 눈치챈 아서는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자신과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마법적 존재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서평

모든 빛의 섬은 읽으면서 참 뭉클해지는 책이다. 마법적 존재들과 일반인들이 섞여 살지만, 마법적 존재들은 존재의 희귀성 때문에 학대받고 전시된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위험해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주시한다. 어떤 행동을 하면 무슨 이유든 갖다 붙혀서 이럴 줄 알았다며 손가락질한다. 차별받는 이들에게는 이게 일상이다.

 

모든 빛의 섬에는 소수자들이 많다. 불사조, 설인, 적그리스도, 노움 등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들이 마르시아스 섬에 모여 산다. 이들을 키우는 아서는 동성애자로 라이너스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틀린 존재라 규명하면서도 그 편견을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걸 티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본인들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서의 호텔방을 도청하고 아서가 위험한 존재임을 전세계에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 인사들의 언행을 읽다 보면 진절머리가 난다. 이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더 그렇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사람들이 함께산다. 나와 다른 존재라 해서 틀린 것이 아닌데, 장애인 시위를 탄압하는 서울교통공사, 퀴어 페스티벌을 죄악시 여기는 교회들,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들 등 우리 옆에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려 노력하는 사회의 일부를 보는 기분이다. 판타지 세계관이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한 가지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정부 기관이 루시를 탐내며 루시를 조종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까지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아서에게, 아이들이 자신들은 언제까지 보호받을 수 없고 항상 차별 속에서 살고 있었기에 맞서 싸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된다. 그렇기에 마냥 보호하고 품 안에 감싸기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걸 아서도 깨달으면서 진짜 가족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통의 소설과 달리 아이들도 상처가 될 수 있는 현실을 알아가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모든 빛의 섬1권인 불을 품은 소년을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내용 이해가 쉽고, 끊기지 않는 전개를 보여준다. TJ 클룬은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세상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이며 모두 함께 사는 세상임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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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아이들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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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아이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하는 리아의 마법학교 고군분투기.

 

고아원에서 입양될 기회가 많았지만 몸이 아픈 동생 시아를 두고 혼자 입양될 수 없는 리아. 그런 리아를 발견한 벤 교수는 시아를 돌봐주는 대신, 마법학교에서 가치를 증명하라고 한다. 마법학교에서 테오의 도움을 받아, 선별 시험에 통과한 리아는 루카스와 실비아의 눈에 띄게 된다. 실비아에게 받은 열쇠로 식물원에 들어간 리아는 한밤중 식물원 화재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다.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애쓰는 리아는 흑여우가 봉인되었다는 붉은 숲과 교장의 죽은 딸 멜린다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들 붉은 숲은 전설 속의 숲이라 치부하는데 붉은 숲은 실제로 존재할지, 멜린다는 어쩌다 죽은 것인지 등등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재미가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일단 소재가 너무 매력적인 책이다. 해리포터를 보며 자란 세대라면 마법학교 세계관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픈 동생을 챙기는 언니? 가족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인물들의 외형을 설명하는 문장들도 있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가득하여 행복하게 읽었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들에 찰떡인 배우가 누가 있을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크다. 리아를 마법학교로 보낸 벤 교수가 흑막일지 계속 의심하며 읽었는데, 과연 진짜 악역일지..! 그 정체는 읽으시는 분들의 재미를 위해 말하지 않겠다.

 

마법과 유리된 삶을 살다가 마법학교에 입학한 리아에게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줄거리라, 읽으면서 리아를 계속 응원하게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지만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생활과 0에서 시작하는 삶은 무척 다르기에, 고군분투하는 리아가 조금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리아가 사건을 해결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는 한국인이 누군가의 도움만 받다가 드디어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책으로 맛본 기분이랄까.

 

리아가 입학한 마법학교가 식물 연구를 하는 곳이라는 설정인데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사람을 공격하는 식물부터 연구를 통해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식물들까지 나온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식물 특화 마법학교라 새로우면서도 이 세계관이 더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단편에서 끝내기는 아쉬운 느낌이랄까. 인물의 행동이나 갈등 상황에에 개연성이 부족해, 실비아나 루카스, 보니가 갑자기 이런다고? 하는 부분들이 조금씩 있어 약간 아쉽기도 했다. 아마 분량 문제로 덜어내지 않았을까 추측해보며,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이 많아 2권을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 루카스와 리아의 관계, 루카스와 테오 가문의 관계 등 좀 더 탄탄한 세계관과 개연성을 쌓은 2권은 보다 더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어서 2권이 나오길 바라며 마법과 학생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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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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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여느 때와 같이 인스타와 알라딘을 통해 신간 구경을 하던 중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사과들이 여러 개 얽혀 있는 책 표지였는데, 배경 색이 하늘색 계열인데도 무척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제목과 표지가 잘 어우러지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후 출판사에서 보내주시게 되어 읽어본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이 책에서 하는 모든 말이 다 내게 하는 것 같았다. 나를 잘 아는 소중한 친구가 내게 조곤조곤하게 다정한 말투로 말하는 것 같았다. 1부부터 4부로 나눠져 있는데, 나로 시작해서 주위 사람들, 내 내면에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으로 확장되어 있다. 타인에게 집중하기보다, 내가 나에게 먼저 집중하고 신경써야 한다는 걸 챕터에서부터 말하는 것 같아 울림이 컸다.

 

 

읽은 사람들은 전부 다 동의하겠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공감가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자는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보다 다정한 사람들의 다정한 말이 치유의 힘을 가졌다는 글 등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내용에 대한 글들이 많다. 시간이 답이라는 걸 알지만, 막상 겪어 보면 너무 힘들어서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기보다 계속 생각이 매몰된다. 그럴 때 읽으면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면서 환기될 수 있는 글이다. 당연한 말들이지만 직접 외로움과 우울을 겪은 사람들만이 해줄 수 있는 말이기에, 그 시절의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기에 시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위로받고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사랑에 관한 글귀가 무척 좋았다.

 

사랑이란 건 그런 건가 보다. 사소한 것에도 어떻게든 단어를 조합해 의미를 불어넣고,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믿게 되는 것. 나를 그 사람 삶 속으로 밀어 넣는 것. 사랑은 그런 건가 보다.”

이런 글을 읽으면 사랑이 성큼 내게 다가와서, 주변에 사랑을 나눠주고픈, 포근한 기분이 든다. 예시를 사랑에 관한 글로 든 것이지만, 체력에 관한 글도 있고, 나의 마음가짐에 관한 글도 있어서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아침에 10분정도씩 읽고 하루를 시작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침 시간을 이용하여 10분씩 읽고 한 구절씩 필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하루를 시작하는 데 보다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어 좀 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응원받고 싶은 날 혹은 위로받고 싶은 날, 천천히 곱씹으며 필사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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