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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의 섬 - 불을 품은 소년
TJ 클룬 지음, 이민희 옮김 / 든 / 2025년 11월
평점 :
모든 빛의 섬
힘든 고난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하리라.
줄거리
불사조를 품고 사는 아서는 마르시아스 섬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자신과 비슷한 마법적 존재들을 데려와 키운다. 그의 연인인 라이너스와 함께 여섯 아이를 키우던 중, 정부 기관은 적그리스도인 ‘루시’를 탐내기 시작한다. 정부 기관은 아서로부터 여섯 아이를 모두 데려오기 위해, 아서가 아이를 키우기 적합하지 않은 인물임을 검증하려고 ‘마블모’라는 사람을 보낸다. 정부의 속내를 눈치챈 아서는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자신과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마법적 존재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서평
‘모든 빛의 섬’은 읽으면서 참 뭉클해지는 책이다. 마법적 존재들과 일반인들이 섞여 살지만, 마법적 존재들은 존재의 희귀성 때문에 학대받고 전시된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위험해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주시한다. 어떤 행동을 하면 무슨 이유든 갖다 붙혀서 이럴 줄 알았다며 손가락질한다. 차별받는 이들에게는 이게 일상이다.
‘모든 빛의 섬’에는 소수자들이 많다. 불사조, 설인, 적그리스도, 노움 등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들이 마르시아스 섬에 모여 산다. 이들을 키우는 아서는 동성애자로 라이너스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틀린 존재라 규명하면서도 그 편견을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걸 티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본인들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서의 호텔방을 도청하고 아서가 위험한 존재임을 전세계에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 인사들의 언행을 읽다 보면 진절머리가 난다. 이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더 그렇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산다. 나와 다른 존재라 해서 틀린 것이 아닌데, 장애인 시위를 탄압하는 서울교통공사, 퀴어 페스티벌을 죄악시 여기는 교회들,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들 등 우리 옆에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려 노력하는 사회의 일부를 보는 기분이다. 판타지 세계관이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한 가지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정부 기관이 루시를 탐내며 루시를 조종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까지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아서에게, 아이들이 자신들은 언제까지 보호받을 수 없고 항상 차별 속에서 살고 있었기에 맞서 싸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된다. 그렇기에 마냥 보호하고 품 안에 감싸기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걸 아서도 깨달으면서 진짜 가족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통의 소설과 달리 아이들도 상처가 될 수 있는 현실을 알아가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모든 빛의 섬’은 1권인 ‘불을 품은 소년’을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내용 이해가 쉽고, 끊기지 않는 전개를 보여준다. TJ 클룬은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세상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이며 모두 함께 사는 세상임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