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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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로지 3권 보다

 

 

보다라는 감각은 참 이상하다. 외부기관인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기에 왜곡될 일이 없다 생각하지만, 그래서 어떤 감각보다 왜곡될 수 있다. 누군가 조작한 걸 보고 직접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진실이라 믿는 사람도 있고 보기 싫은 것은 잠시 눈을 감고 회피하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낼 수 있으니까.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보다라는 감각을 직면해야 하는 사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사람,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마음 속으로 추억을 보는 사람 등 다양한 보다가 나온다.

 

다섯 편의 소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소설은 가장 처음에 나오는 김남숙 작가의 모토부에서.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폭행한다는 걸 직면하지 못해서 자꾸만 잠수를 탔다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나타나고, 남편인 진호가 본성은 착한 사람이라 옹호하는 언니.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글이 막힌다. 나의 상담사는 내가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본다면 막힌 글이 써질 것이라 한다. 이런 나를 지켜보며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애인 우형’. 가정폭력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쓴 글은 처음이었는데, 묘했다. 자신의 가족이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가해자를 옹호하는 걸 지켜본다는 건 나도 함께 서서히 늪에 빠져가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인 내가 그런 기분을 느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보다라는 건 다른 감각보다 더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감각이기에, 소설은 다소 추상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한 번만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소설도 있지만, 왠지 모를 여운이 자꾸만 남는다. 자꾸만 곱씹게 되어서 이해의 영역은 재독할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하다 앤솔로지는 트레싱지가 커버인 책이기에 전자책보다는 바스락거리는 책표지의 물성을 느끼면서 읽는 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다른 앤솔로지보다 보다가 계속 생각나는 걸 보면 여운이 짙은 편인 게 분명하다. 적확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 여운을 같이 느껴보고 싶은 분들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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