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속의 비밀 1
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밀 속의 비밀

 

댄 브라운의 8년 만의 신작이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오랜만에 내는 작품은 이전보다 좋은 느낌을 주기 어려워서 혹평을 남기게 되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펼친지 10분도 안 되어서, 내 걱정은 기우였구나를 알려주는 비밀 속의 비밀’. 전작들이 영화화가 된 게 많아서 그런지, 이 작품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영화 장면이 그려졌다. (랭던 교수님 나이 많이 드셨는데 액션 괜찮으시겠어요..?) 미술 작품들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들을 파헤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과학에 관해 다루고 있어서 좀 더 어려운 느낌이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요소를 깊게 파고 들기 보다, 그냥 배경 지식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읽으면 된다. 과학을 어려워해서 문과로 간 사람의 말이니 믿으셔된다.

 

로버트 랭던 교수는 오래 알고 지냈던 캐서린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 뒤, 캐서린의 강연을 위해 함께 프라하로 간다. 캐서린은 뇌과학에 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는 강연을 하며, 그와 관련된 책을 내기 위해 1년 동안 원고를 집필하고 있다. 어느 날, 악몽에서 깨어난 캐서린은 꿈에서 후광같은 왕관을 쓴 여자가 자신을 죽이는 꿈을 꿨다며 랭던에게 말하지만 랭던은 단순한 꿈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캐서린이 묘사한 여성을 현실에서 본 랭던은 호텔이 폭발할 것을 직감하고 호텔 지배인에게 모두 대피해야 한다고 말하며 강으로 뛰어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캐서린의 원고를 가상 드라이브에 보관하던 편집자는 납치를 당하고 캐서린의 원고는 삭제당해 세상에 남은 원고는 전혀 없게 된다. 캐서린의 원고는 어떤 비밀을 갖고 있길래 그녀와 랭던 교수를 노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지, 2권이 궁금해진다.

 

책 초반을 읽고서 과학 관련 이야기임을 알고, 이해를 못해서 재미없다고 느끼면 어떡하나 하던 걱정은 나의 기우였다. 배경지식을 책에서 충분히 설명하는데, 그게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중간 중간에 랭던 교수의 추리가 펼쳐지면서, 엮여 있는 인물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나는데, 정체가 아직 안 밝혀진 사람들이 많아 2권이 너무 궁금하다. 1권은 떡밥을 차곡차곡 쌓는 책이라면 2권은 그동안 모아왔던 떡밥들을 다 회수하는 책이 될 듯 하다. 그동안의 댄 브라운 작품이 미술품과 종교에 관한 비밀이라면 이번에는 뇌과학과 종교에 관한 비밀을 파헤치는 책이라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다니! 그 어려운 걸 해냈는데, 심지어 재밌기까지 하다. 긴박한 추리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장면들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게다가 랭던 교수의 연하남 모먼트도 볼 수 있어서(!) 그동안 댄 브라운의 작품들을 읽었던 독자라면 분명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2권이 좀 더 늦게 나온다는 것이다. 어릴 적, ‘서프라이즈라는 TV프로그램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무조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호조 기에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글에 써져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모든 것이 범죄의 증거다.

 

완전 범죄 청부사인 구로하는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 떨어지는 바람에 4달 간 혼수상태인 상태로 살았다. 문득 눈을 뜨고 보니, 자신이 유령인 상태로 떠도는 걸 발견한 구로하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소녀 오토하를 만나게 된다. 오토하는 부모님이 살해되어 이모와 함께 사는데, 구로하의 정체를 알고 난 뒤 구로하와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오토하와 구로하는 영체가 사라지는 7일이라는 시간 안에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장르 소설에 특화된 리드비에서 새로 출간한 추리 소설이라니! 무조건 재밌을 걸 확신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홀린 듯이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다 읽고 나니 뒷통수가 얼얼했다. 몇 번의 뒤통수를 맞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떡밥이고 증거였다. 떡밥인지조차 몰랐던 것들도 전부 회수하는 작가님은 어디까지 생각한 건지 아득했다. 진짜 너무 재밌는데 어디가 재밌는지를 모르고 읽어봤으면 좋겠다. 읽고 저랑 어디가 재밌었는지 같이 이야기해주세요..!

 

일본 소설 특유의 말투나 약간의 판타지스러움이 있지만, 그게 몰입에 방해가 되진 않는다. 인물들의 두뇌 싸움을 읽을 때의 흥미진진함이 데스노트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같다. 내가 이겼겠지? 하고 추리를 설명하면 다른 인물이 그것조차 내가 의도한 거라 설명하며 추리를 펼치는데 한낱 범인은 천재들의 두뇌 싸움을 그냥 지켜보며 팝콘 먹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요. 유령과 소녀의 공조라는 소재가 굉장히 참신한데, 그게 엄청난 판타지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묘하게 현실적이라 유령이 어디든 이동할 수가 없고 고작해야 자전거 정도의 빠르기라서 약간의 하찮은 부분을 보는 재미도 있다.

 

몰입도가 좋아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잉 메시지를 남길 때 사용한 말이나 일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일본 드라마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특이한 소재지만, 계속 후속작이 나올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2권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듬 난바다


딸기밭에서 일하는 을주는 이웃집으로 이사온 외지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외지인들은 이사를 온 뒤에도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내지 않아 무당집이다, 술집 여자다 등 소문이 무성한데 을주는 그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외지인은 욕받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둘희와 기연이었고 나이가 많이 차이나지만 둘은 연인 관계다. 을주는 둘의 관계를 눈치채지만 그럼에도 둘희에게 빠져든다. 언젠가 밤산책을 나간 을주는 둘희와 마주치고, 자신을 피하는 둘희를 보기 위해 욕받이 방송에 출연을 신청한다. 방송 후, 을주의 딸기밭으로 간 둘희는 말다툼 끝에 을주와 키스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모라고 불리는 게 당연해보이는 기연과 만나는 둘희. 그리고 그런 둘희에게 빠져들어 자신을 내던지는 을주.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목인 ’리듬 난바다’가 무슨 의미인지 몸으로 받아들여진다.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 몰라도 사랑이라는,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로 표류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잔잔해 보이던 바다에 있다가는 몰아치는 파도를 피할 수 없듯이, 나를 잃을 만큼 사랑에 휩쓸린 사람들이란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그 어디에도 아름답다는 묘사가 없는데, 사랑만을 위해 행동하는 을주와 둘희를 보면 자꾸만 사랑을 믿게 된다.

읽으면서 씁쓸했던 부분이 있는데, 욕받이 방송에 나온 출연자들이 나온 부분이었다. 욕받이 방송은 상생지원금을 준다는 명목 하에, 시청자들이 인터넷 방송에 후원을 하며 직접적인 욕설 대신 출연자를 무지성 비난하는 방송이다. 출연자들은 그 방송 출연을 통해 지원금을 받게 되지만 지원금 전부를 받는 게 아니라 물방개 도박을 통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X3이 나오면 3배를 받게 되지만 X0이 나오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거기까지가 방송이다. 방송에 나와서 자신이 얼마나 불쌍한지를 피력하는 출연자의 모습도, 그 출연자들에게 죄책감 하나 없이 비난하는 시청자들도 현실과 닮아 있다.

‘바다‘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답게 목차가 1물, 2물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데 독특하게도 1물~12물이 차례대로 있는 게 아니라 12물, 1물 이런 식으로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이게 소설집이 아니라 장편소설이라고? 하는 의구심을 품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 연결되면서 몰입하게 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책에 나온 ‘나는 사랑에 당한 거야.’라는 문장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독서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니포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책이라 생각하여 바로 신청한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목부터 눈길이 갔는데 책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재밌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우리나라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왜 극단적으로 벌어지게 되었는지, 정치의 팬덤화, 2030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 등 여러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왜 지난 정권이 실패했는지 모든 방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없는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에 논리적으로 근거를 대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듯한 글을 읽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 대신 해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계엄이 왜 위법인지 그 사유를 말하고, 전 정권이 오마주하고 싶었던 대상을 언급하면서 비판하는데, 정치 교양서가 이렇게 재밌었나 싶었다.

 

단순히 보수를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보가 대선에서 실패한 이유, 보수와 진보의 역사 등 다양한 면에서 우리나라 정치를 설명하고 있어 큰 흐름을 알기에 좋은 교양서이다. 다만, 작년 대선에서 4번의 득표율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적나라하게 적었는데, 이 부분은 좀 에둘러서 글을 쓴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어디 하나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글을 쓴 게 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를 큰 흐름으로 알고 싶으신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의 주인 각본집 - 초판 종료
윤가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의 주인 각본집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어떤 방향으로 걸을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윤가은 감독님을 좋아하다 보니 시놉시스도 읽지 않았지만 세계의 주인이 좋을 거란 건 확실했다. 영화를 보고서 한바탕 울고 나왔는데, 각본집 서평단이라니! 무조건 내가 선정되서 문장 하나, 대사 하나를 곱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각본집을 하나하나 뜯어먹었다.

 

각본집 자체를 읽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여운은 일주일이 넘게 갔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학교에서 인기있는 모범생 주인은 전교생이 서명한 성범죄자 주거 반대 서명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 서명 운동을 주도한 수호는 주인에게 서명을 부탁하지만, 주인은 거절하고 그 결과 싸움으로 번진다. 태권도를 잘하는 주인이 수호를 때렸는데, 수호는 서명만 하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한다. 주인은 왜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일지 영화와 각본집 둘 다 꼭 보고 이유를 알아내시길 바란다.

 

어떤 이의 신념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간단한 문장은 사실 깨닫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사실을 알고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어릴수록 이 간단한 사실을 빨리 깨닫고 자신의 잘못을 보다 쉽게 인정하며 사과한다. 옳은 일이라 생각해서 행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수호와 주인이는 성장한 게 아닐까. ‘세계의 주인에서는 미성숙하지만 직면할 줄 아는 용기 있는 학생들이 나온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이 각본집을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각본 마지막에 주인이가 받은 편지를 보면 피해자는 남녀노소 중 누구나 가리지 않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만의 아픔이 있다. 그러나 그 아픔 속에서 영원히 고여 있기보다는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좀 더 단단해져서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그런 용기 이는 모습을 보이는 주인이. 세상 모든 주인이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주인이 되기를 바라며, 이 서평을 보시는 분들은 한 번쯤은 세계의 주인영화와 각본집을 보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