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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각본집 - 초판 종료
윤가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세계의 주인 각본집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어떤 방향으로 걸을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윤가은 감독님을 좋아하다 보니 시놉시스도 읽지 않았지만 ‘세계의 주인’이 좋을 거란 건 확실했다. 영화를 보고서 한바탕 울고 나왔는데, 각본집 서평단이라니! 무조건 내가 선정되서 문장 하나, 대사 하나를 곱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각본집을 하나하나 뜯어먹었다.
각본집 자체를 읽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여운은 일주일이 넘게 갔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학교에서 인기있는 모범생 주인은 전교생이 서명한 성범죄자 주거 반대 서명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 서명 운동을 주도한 수호는 주인에게 서명을 부탁하지만, 주인은 거절하고 그 결과 싸움으로 번진다. 태권도를 잘하는 주인이 수호를 때렸는데, 수호는 서명만 하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한다. 주인은 왜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일지 영화와 각본집 둘 다 꼭 보고 이유를 알아내시길 바란다.
어떤 이의 신념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간단한 문장은 사실 깨닫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사실을 알고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어릴수록 이 간단한 사실을 빨리 깨닫고 자신의 잘못을 보다 쉽게 인정하며 사과한다. 옳은 일이라 생각해서 행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수호와 주인이는 성장한 게 아닐까. ‘세계의 주인’에서는 미성숙하지만 직면할 줄 아는 용기 있는 학생들이 나온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이 각본집을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각본 마지막에 주인이가 받은 편지를 보면 피해자는 남녀노소 중 누구나 가리지 않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만의 아픔이 있다. 그러나 그 아픔 속에서 영원히 고여 있기보다는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좀 더 단단해져서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그런 용기 이는 모습을 보이는 주인이. 세상 모든 주인이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주인이 되기를 바라며, 이 서평을 보시는 분들은 한 번쯤은 ‘세계의 주인’ 영화와 각본집을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