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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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딸기밭에서 일하는 을주는 이웃집으로 이사온 외지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외지인들은 이사를 온 뒤에도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내지 않아 무당집이다, 술집 여자다 등 소문이 무성한데 을주는 그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외지인은 욕받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둘희와 기연이었고 나이가 많이 차이나지만 둘은 연인 관계다. 을주는 둘의 관계를 눈치채지만 그럼에도 둘희에게 빠져든다. 언젠가 밤산책을 나간 을주는 둘희와 마주치고, 자신을 피하는 둘희를 보기 위해 욕받이 방송에 출연을 신청한다. 방송 후, 을주의 딸기밭으로 간 둘희는 말다툼 끝에 을주와 키스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모라고 불리는 게 당연해보이는 기연과 만나는 둘희. 그리고 그런 둘희에게 빠져들어 자신을 내던지는 을주.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목인 ’리듬 난바다’가 무슨 의미인지 몸으로 받아들여진다.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 몰라도 사랑이라는,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로 표류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잔잔해 보이던 바다에 있다가는 몰아치는 파도를 피할 수 없듯이, 나를 잃을 만큼 사랑에 휩쓸린 사람들이란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그 어디에도 아름답다는 묘사가 없는데, 사랑만을 위해 행동하는 을주와 둘희를 보면 자꾸만 사랑을 믿게 된다.

읽으면서 씁쓸했던 부분이 있는데, 욕받이 방송에 나온 출연자들이 나온 부분이었다. 욕받이 방송은 상생지원금을 준다는 명목 하에, 시청자들이 인터넷 방송에 후원을 하며 직접적인 욕설 대신 출연자를 무지성 비난하는 방송이다. 출연자들은 그 방송 출연을 통해 지원금을 받게 되지만 지원금 전부를 받는 게 아니라 물방개 도박을 통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X3이 나오면 3배를 받게 되지만 X0이 나오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거기까지가 방송이다. 방송에 나와서 자신이 얼마나 불쌍한지를 피력하는 출연자의 모습도, 그 출연자들에게 죄책감 하나 없이 비난하는 시청자들도 현실과 닮아 있다.

‘바다‘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답게 목차가 1물, 2물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데 독특하게도 1물~12물이 차례대로 있는 게 아니라 12물, 1물 이런 식으로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이게 소설집이 아니라 장편소설이라고? 하는 의구심을 품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 연결되면서 몰입하게 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책에 나온 ‘나는 사랑에 당한 거야.’라는 문장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독서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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