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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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추리소설이란 더위를 잊기 좋은 책이죠! 3분동안,지하철에서 벌어진 잔혹한 사건이 승객들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텐데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니 도대체 어떤 비밀일지 감도 안 잡혀요..! 이런 내용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건 또 전혀 아니라서 약간의 두려움을 갖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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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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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날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속독하는 속도가 꽤 빠르다고 생각하는데도 절대 빨리 읽을 수 없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읽게 되는 매력이 있어 더디게 읽었는데, 그게 절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김겨울 작가의 추천사대로 버릴 문장이 없다’. ‘축제의 날들은 에세이와 소설이 혼재된 9편의 단편인데, 읽다 보면 어떤 게 에세이고 어떤 게 소설인지 알 수가 없다. 픽션과 논픽션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정교하게 쓴 글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셰리.

 

셰리는 암 환자로, 항암 치료가 너무 고통스러워 견디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털어놓는다. 셰리는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크리스마스는 지난 뒤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셰리의 딸과 친구, 남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체감은 하지 못한 채로 셰리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한다. 자신의 마지막 장소로 한 호텔을 지정하지만, 호텔에서는 셰리의 숙박을 허용하지 않고 결국 셰리는 케보키언 박사가 진행하는 안락사를 통해 삶을 끝낸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미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죽음이 다가온다는 두려움과 고통밖에 없는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두려움, 그리고 삶이 끝나기 직전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가 없다. 그리고 오롯이 셰리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셰리의 가족들에게 느끼는 미안하면서도 빨리 끝내고 싶은 미묘한 감정의 묘사가 사람을 자꾸만 울컥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더더욱 빨리 읽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작가의 필력이 독자마저도 셰리를 지켜보는 지인으로 만들어서 이 소설의 끝을 보고 싶지 않게 느끼도록 한다. 그럼에도 죽음은 언제나 있기에, 독자는 소설의 끝을 결국은 보게 만들고 셰리의 가족과 함께 눈물짓는다.

 

죽음이란 무엇이기에, 사람을 이렇게 슬프게 만드는 걸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전부 상실이라는 소재로 쓴 글들이다. 자신의 죽음이기도 하고, 반려묘의 죽음이기도 하며 단절된 관계를 그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독자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가?’

삶을 지속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며,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완벽한 답을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답은 없는 질문이고,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살아가면서 고민을 할 때 어떻게 사는 게 옳은 것인지 방향성을 생각할 때마다 혼란스럽지 않도록 미리 생각해야 한다. 내가 나의 삶을 정하기 전에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심연에 빠져 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에.

 

축제의 날들은 현실과 과거의 시점이 뒤섞이기도 하고, 화자의 시선이 아무 곳이나 가는 것을 문장으로 따라가다 보니 내가 무엇을 읽은 것인지 헷갈려서 앞서 읽은 문장들을 다시 읽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렇지만 절대 어려운 책은 아니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울컥하는 마음과 삶에 대한 고찰을 경험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이 가장 맞닿아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내보이면서도, 그 고통과 상실, 슬픔이 눈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터져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들을 처음 느끼게 하는 책이라 재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듯 하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할 것 같아 선선한 가을날 밤에 다시금 읽어보고 싶다. 처음 접해보는 구성을 쓰는 작가라, 아는 맛이 아닌 처음 보는 맛을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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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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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판타지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방대한 세계관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읽게 된다. 비현실적인 드래곤과 마법이 가득한 세계관도 있는가 하면, 현실보다 더 절망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도 있다. 내 인생책인 해리포터의 경우를 보면 마법사 세계관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그 중에서도 약자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인물들도 있지만, 그 인물들에 대항하는 다른 인물들도 보여줌으로써 연대의 힘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준다. 다 읽고 나면 오랜 꿈에서 깨어난 듯이 몽롱한 기분이 들면서 동시에 궁금해진다. 겉모습이 다를 뿐 아니라 아예 종족이 다른 이들이 어떻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비현실적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공감이 가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판타지는 비현실적인 세계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요소들이 다분하다. 적에 맞서 싸우는 등 연대하는 모습이나 컨텐츠적인 요소의 재미 등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에 판타지는 오히려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아예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고 연결되는 모습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갈등도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판타지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지표를 알려주는 도구로써 기능한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나오듯이 약자를 약자라고 지칭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갈등을 원만하게 극복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표지를 꼭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표지의 질감이 퐁신퐁신하달까, 일반 책 표지에서 만날 수 없는 벨벳 코팅 느낌이라 읽는 동안 이 책의 물성 덕분에 행복했다. 책 표지에 흑백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뒤집어서 봐야 제대로 보이는 사진이다. 판타지와 현실은 서로가 뒤집어진 현실이라는 걸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 책등에도 이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덕분에 책장이 한층 아름다워져서 행복함을 만끽했다. 여러 이슈로 요즘은 종이책을 조금 더 선호하는데, 책의 물성이 읽을 종이책을 결정하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표지가 아름답거나, 책의 자간이 선호하는 넓이로 있는 등 이런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완벽한 책을 만드는데,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는 이 모든 요소에 걸맞는 책이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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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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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은 안전사고로 누나를 잃은 11살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강 산은 후천적 난청으로 인해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다닙니다. 그 후 산은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 누나인 메아리가 더욱 잘 챙겨야 하는 동생이 됩니다. 항상 자신을 챙겨야 하는 누나가 자신을 두고 친구와 워터파크에 가게 된 사실에 화가 난 산은 누나와 말싸움을 하고, 그게 마지막이 됩니다. 워터파크의 워터 슬라이드가 헐거워져서 추락 사고로 딸을 잃게 된 엄마는 직장을 그만 두고, 매일 시청에 1인 시위를 갑니다. 산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메아리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산은 눈물이 나지 않아요.

 

어느 날, 산은 메아리 누나 방에 들어갑니다. 누나 방에 있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자, 들리지 않는 왼쪽 귀로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고 산은 누나의 마지막 소원들을 들어주기로 결심하죠. 산은 누나의 책을 반납하고, 누나 친구들에게 누나가 마피아였음을 밝히고, 누나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눈물을 흘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나를 추모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최현진 작가님의 전 작품인 스파클을 정말 감명 깊게 읽어서 그때만큼 엉엉 울게 될까봐 약간 두려웠는데, 11살 소년의 시점은 16살 사춘기 소녀의 시점만큼 섬세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11살 소년인 은 다른 사람들처럼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나를 추모합니다. 누나의 마지막 소원들을 들어주며, 엄마도 이모도 누나 친구들도 메아리 누나를 떠올릴 때 너무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힘쓰죠. 누나가 좋아하는 도서관에서, 누나가 태어난 월일을 본떠 430분에 누나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생일 파티를 즐기는 그 모습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주인공 이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설정 덕분인지, 읽는 내내 글이 고요했습니다. 소복히 쌓이는 눈처럼 소리 없이 조용한 느낌을 주어 저도 조용히 메아리를 추모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고인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생각만 해도 슬퍼서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제사를 지내는 방법도 있고, 추모할 때마다 다같이 모여 주변인들끼리 행복하게 보낼 때도 있습니다. 영화 써니의 장례식장에서 춤추는 장면처럼 축제같이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도 있죠. 함께했던 추억이 너무 슬픈 기억으로 남지 않게 하는 산이의 방식을 닮고 싶었습니다. 읽다 보니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샤이니 멤버들은 멤버인 종현을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며 함께 추억하고, 최근 종현의 가이드곡을 녹음하여 앨범으로 냄으로써 팬들도 함께 추억할 수 있도록 했죠. 소중한 이를 떠올리는 게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억하는 게 참 좋았어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입니다. 부디 슬프다는 감정 때문에 소중한 이와 행복했던 기억들을 너무 오래 잊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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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액괴 나랑 떨어지지 마
김나현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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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의 끝맺음 때문일 것입니다. 단편을 읽을 때 갑자기 끝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서 장편을 선호하는데, 이 소설집을 읽고 그건 편견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다섯 편의 단편 소설집인데, 귀여운 표지와 달리 마냥 웃으면서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넷플릭스의 웬즈데이를 책으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귀여우면서도 약간의 스산함이 있는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오감 포워딩서평을 소개하려 합니다.

 

오감 포워딩은 천애고아에 보육원에서 가난하게 살던 혜원이 K사와 거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혜원이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느낄 때 손바닥의 버튼을 누르면 그 감정은 K사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혜원은 대신 돈을 받죠. 자신의 인생에서 항상 차선과 차악만을 느껴야 했던 혜원은 초호와의 첫키스 날, 손바닥의 버튼을 누르고 기절합니다. 이후, 초호는 혜원의 특별함을 감당하지 못해 헤어짐을 고하고, 혜원은 그 뒤 혼자 살다가 친구였던 루다가 초호와 결혼한 후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다를 찾아간 혜원은 K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받던 사람이 루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 후,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 루다와 혜원은 손바닥 버튼을 이용해 서로의 감정을 연결시켜서 서로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최선의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인생을 살면서 최고 혹은 최악의 순간을 맞닥뜨린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최고의 순간은 많이 있을수록 행복하겠지만, 최악의 순간은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겠죠. 그렇지만 그 모든 경험과 시간들이 쌓여서 가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회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팔아서 삶을 이어간다면,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경험인데, 그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면 나는 무엇으로 구성된 인간인지 회의감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혜원도 비슷한 생각이었기에, 루다를 찾아간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혜원은 가난했기에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죠. 살아가는 데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꼭 절대적인 건 아니라 생각해요. 풍족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내가 나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삶을 이어가야 하나 고민이 되는 순간부터는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게 됩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읽으면서 삶에 있어서 피하고 싶은 순간조차도 전부 내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경험했기에 의미 있는 감정과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라는 인간이 완성되는 것이기에, 힘든 순간이라도 결코 피하지 않으려 합니다.

 

소설집의 모든 단편선이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독서 모임에서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기에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나머지 단편들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적었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미스터 액괴 나랑 떨어지지 마

액괴가 사람 몸에 붙으면서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내가 사는 피부

우리나라 산에서 발견된 외래종 원숭이 소피아를 동물원에서 키우며 촬영을 통해 관광 수입 자원과 유튜브 조회수로 활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오감 포워딩

내가 느끼는 최고의 감각들을 손바닥에 박힌 버튼을 통해 타인에게 전송함으로써 돈을 버는 대신 그 감각을 영원히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

 

 

벌룬 파이터

작년 북한의 오물 풍선처럼 사람이 풍선에 매달려 고가인 아파트들 가격을 떨어뜨리는 이야기.

 

나무 인간

사람들이 나무로 변하는 걸 숨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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