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자매 -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록산 판이페런 지음, 배경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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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자매

#록산판이페런

#아르테

#도서협찬


이 책의 내용이 실화임에 읽으면서 계속 소름이 돋았다.

실화를 다룬 책이란 것을 알고 첫 페이지를 열었을때부터

마지막 목차인 [하이네스트, 그 이후]를 읽고 덮을 때까지

긴장하며 읽었음을 고백한다.



휴전중인 나라에 살면서도 전쟁을 겪지 않은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도 깊이 알지 못한다.

하물며 네덜란드의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하이네스트 같은 단어들은

어렴풋이나마 들어본 경험과 생소한 느낌이 버무려진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저자 록산 판이페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의 은신처였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쪽의 전원 지역인

'The High Nest'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발견한 두 자매의 이야기.



전쟁이 발발하고 나치가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며

강제 이주된 유대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 곳으로 떠나게 된다.



아름다운 무용수이자 예술가인 언니 린테.

저항운동의 중심이었던 동생 야니.

그리고 그들의 삶의 동반자이자 동지였던 에베르하르트와 보프.

(이름만 나열했을 뿐인데 나는 소름이 돋는다.)



이 유대인들은 '하이네스트'라는 숲속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다.

그 곳은 유대인들의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하는 은신처가 된다.

자매는 목숨을 걸고 저항운동을 한다.


'덫에 고양이가 걸려 죽은 사건'같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답답하고 긴박한 느낌의 글이 계속 이어진다.

함께 하던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아픔속에서도 자매는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세 번째 챕터인 '생존'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다.


사실 내가 아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이라고는 어릴때 읽은 [안네의 일기]가 전부였는데 이 책에서 뜻밖의 안네의 이름이 등장한다.


린테와 야니가 수용소 생활을 할때 안네 자매를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안네는 어린나이에 사망한다.


이 비극적이고 슬픈 역사가 고스란히 이 책에서 전달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린테와 야니의 가족들.

그들이 함께 했던 사랑과 예술과 믿음이 넘쳐났던

'하이네스트' 은신처에서의 모습.

그것들이 두 자매의 용기를 계속 북돋아 주었기 때문일것이다.



자매가 수용소에서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그 길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한다.

나 혼자 잘 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 자매처럼 용기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이 책은 1940년대의 전쟁 속 이야기이지만

현재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얼마나 큰 교훈을 주고 있는지,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꼭 추천하고 싶다.




싸워야 한다면 싸우면 됩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자.

나 자신을 속이지 말자.

이것이 우리의 신념이었지요.

우리는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

그저 그뿐이었습니다.


야니 브란더스 브릴레스레이퍼르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최후의 승리를 맞는 그날까지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이 슬픔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 P91

삶은 아름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하지요.

새장에 숨지 말아요, 날개를 펼쳐요, 그대

기억해요, 삶은 살기 위한 것!

머리를 당당히 들어요, 코를 하늘 높이 추켜들어요

남이 뭐라 생각할지를 왜 걱정하나요?

그대 심장의 온기를 지켜요, 심장이 노래하는 사랑으로

어디를 가든, 당신의 주인은 오직 그대

당신만을 위한 이 선물을 앞으로도 늘 계속될 거예요

기억해요, 삶은 살기 위한 것!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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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 - 나를 멈춰 서게 한 그림의 질문 25
백예지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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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을모르는나에게질문하는미술관

#백예지

#앤의서재

#서평단활동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가진건 분명한 시작점이 있었다.

바로 2011년 신혼여행을 갔을때,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고 나서였다.

그 전에는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므로 미술에는 취미도, 관심도 없었는데

루브르에서 있던 그 짧은 시간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 때를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른다.

로마에서 만났던 시스티나 대성당, 미켈란젤로의 벽화를 본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더 가보고싶은데.. :)


신혼여행 후 나는 미술관련 서적을 읽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명화를 찾아보기도 하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조용히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이 비워지며 정갈한 느낌을 받는 것이 참 좋았다.

아이를 낳고 나의 시간이 줄어들며 차츰 그림을 찾아보는 시간 또한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는 미술관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지겨웠으리라..^^


SNS에서 『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 이라는 책의 서평단 모집 글을 보았을때 마음이 콩닥거렸다.

아, 왠지 나 서평단 될 것 같아! 라는 느낌이 파바박 왔달까!!

아니나다를까, 이렇게 내 손에 귀한 책이 도착했고 나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인생이란 질문에 완벽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림이란 세계를 유영하며 사색했던 내밀한 순간들이 분명 삶을 좀 더 단단하고 반짝이게 해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 말에 동감한다.

어느 삶에나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그림 한 점이 나에게 주는 울림이 있다면 그 안에서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백예지 작가님(여기서는 왠지 미술관 투어의 가이드같은 느낌이었다)은 독자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기 보다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작가들을 통해 '이런 마음일 때는 이 그림을 한 번 보세요. 어떤가요?'라고 물어보는 듯한 뉘앙스를 던져주었다.


작가님의 프롤로그 속 글처럼 내가 힘들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그림 한 점'을 선물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 뭉크, 모네, 폴 세잔 처럼 이름만 들어도 몇 몇 작품이 눈에 떠오르는 유명한 작가들부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칼 라르손같은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작가들의 그림까지 소개해주고 있다.


그 작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지, 이 작가는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해주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어렵지 않고 조근조근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처럼 살뜰하게 다가온다.


24년 5월에 발행된 책, 이 책에는 오은영 박사님, 아이유의 Love wins all같은 반가운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새롭고 따끈한 느낌이 들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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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나는 행복한가?

당신도 외향인인 척하는 내향인입니까?

고독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있습니까?

행복한데 왜 자꾸 불안할까?

사랑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반짝이지 않는 내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까?

내 취향도 확장판이 될 수 있을까?

'인생 노잼 증후군', 삶이 권태로우십니까?

내 삶은 넘치거나, 모라자거나, 알맞거나?

지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조금 느려도 정말 괜찮을까?

자신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있나요?

그래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여행하듯 오늘을 살고 있나요?

멈춤이 두렵다면

덕질, 하세요?

이런 나라도 괜찮나요?

함께라면 무조건 완벽할까?

나도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일까?

다정함은 정말 승리할까?

내 인생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남긴다면

그래서 나다운게 뭔데?

나는 내 인생의 주연일까, 조연일까?

안전한 착지를 위한 삶의 비행법을 아시나요?

꿈이 대체 왜 필요하냐고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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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5가지의 질문을 통해 내 마음을 그림을 통해 읽어 볼 수 있다.

이 책을 한 번에 정독하는 것도 좋지만, 찬찬히 그림을 보고 눈에 들어오는 그림에서부터 찾아 시작하는 것도 추천한다.



나에게 특히 좋았던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

63쪽

"내가 가장 끈기 있게 그린, 최고의 그림이야. 붓질도 훨씬 더 큰 믿음을 실어서 차분하게 칠했어.

태어난 조카의 침실 벽에 걸어두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꽃이 핀 큼지막한 아몬드 나뭇가지란다."



내 삶에 한번씩 들었던 의문들, 복잡함들을 전부 해결해 줄 순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 들기를.

그런 작가님의 마음이 나에게 통해서 이 책 속 그림들을 보며 예전 미술을 좋아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같이 느껴졌다.

그림 한 점 꺼내먹으며 힐링할 수 있는 책.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참 좋았다. ^^





232쪽

다정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 다정한 것이 살아남고 결국 승리한다는 믿음.

그러니까 상냥하게 타인을 대해도 된다고,

그건 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강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

256쪽

그러니 쿨하지 못한 본래의 나,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나의 모난 구석까지도 외면하지 말고

부둥켜안아 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런 '나'조차도, 결국은 다 '나'니까 말이다.

290쪽

앙드레 말로가 그랬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고.

그러니 한번 꿈꿔보자.

불면의 밤엔 루소의 그림을 꺼내 먹으며 그렇게 꿈꾸는 집시처럼 살아가자.

그래서 꿈 없이 잠드는 사람들에게, 꿈꾸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세상에게 보여주자.

오랫동안 그려낸 '꿈을 마침내 닮아간 우리의 모습을.

그래, 꿈과 사랑과 용기와 사람에 대한 믿음을 계속 써 내려가 볼게.

그때까지 무사히 잠들길. 안녕.

그러니 나라는 개인의 역사를 잘 일궈내기 위해서라도 기록하고 탁자 위를 살뜰히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Still Life. 그렇게 계속되는 삶 속에 고여 있는 매순간을 성실히 응시하겠노라고.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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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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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르는 [법정 미스터리]이다.

그냥 미스터리만이어도 서평신청을 던지고 보는 나인데, 법정이 더해지다니.

이게 웬 꿀 !!

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이렇게 서평단으로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출간 직후 코믹스화 되었다는데, 만화로도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

내용이 굉장히 탄탄하고 몰입감이 있었다.

작년에는 영화로도 개봉했고 책으로는 15만 부를 돌파했다는데, 작가의 데뷔작이 이렇게 빵 뜨다니.

작가에 대해 궁금함이 커졌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최대 신인이라고 한다.

심지어 현직 변호사라니.

이런 재능을 가진 작가가 슬쩍 부러워진다.


제62회 메피스토상 만장일치 수상!

2020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4위!

2021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3위, 신인상 수상!

202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이런 걸작을 만나게 되다니.

나는 운이 좋다.



『법정유희』는 말 그대로 법정에서 즐겁게 노는 행동(遊戲)을 일컫는다.


1부 [무고 게임]에서는 로스쿨의 세 명의 동급생 세이기(기요요시), 미레이, 가오루가 무고 게임을 통해 사건에 휘말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무고 게임은 로스쿨 내의 학생들간에 하는 일종의 법률게임이다.

법률에 저촉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피해자는 천칭 일러스트와 함께 무고 게임을 신청할 수 있다. 피해자는 증거를 모아 범인을 지목하고, 심판자는 그 범인을 벌할지 심판한다. 하지만 만약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경우 심판자는 거꾸로 피해자를 벌준다.

(무고 게임의 여러 에피소드들은 결국 마지막에 한 사건으로 선이 그어지는데 그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언급을 자제하도록 하겠다.)


1부 무고 게임의 마지막에는 심판자 역할을 하던 가오루가 죽음을 맞이한다. 정황상 범인은 미레이 인것으로 보이며, 세이기는 미레이의 변호인이 된다.


2부 [법정유희]는 미레이를 변호하는 세이기의 모습을 다룬다.

법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보니 법률용어가 자주 나오지만 아래 설명이 있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용어를 몰라도 내용을 파악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듯 하다.



가오루는 왜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가 세이기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레이는 정말 가오루를 죽인걸까.

미레이와 세이기는 과거에 어떤 사건을 겪은 것일까, 그리고 그 사건에서 가오루는 어떤 입장이었을까.



읽으면서도 궁금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이것이 정말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상을 많이 받고 책이 많이 팔린 이유가 있다고 느껴졌다.



하나씩 답을 얻을때마다 눈을 떼지 못하고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사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짧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가오루의 서사를 알고 난 뒤 그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법정 미스터리 소설에 이런 드라마적인 요소를 넣다니,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과거를 심판받고자 하는 주인공을 보며 '이것이 청춘이다'를 느꼈다. (너무 꼰대마인드인가)

미스터리 장르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허무하게 끝나는 편이 종종 있는데, 『법정유희』는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던지며 마무리된다.


줄거리는 커다란 스포가 될 것 같아 적을 수 없는게 아쉽다.

영화로도 나왔다니 꼭 한 번 보고싶다.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력추천하는 책이다.

P152

가오루의 가슴에서 앞뒤로 흔들리는 작은 천칭 모양 펜던트.

내게는 그 불규칙한 움직임이 다음 게임의 개최를 알리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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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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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SF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할때 별 고민없이 신청을 했다.

책이 도착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쉽지 않음을 느꼈다.

아이가 아픈 엄마의 이야기.

아무리 세상이 좋아지고 기술이 발달하는 먼 미래에도

'엄마'의 고뇌는 계속 이어질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굉장히 먹먹했다.


-----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떠나가는 관들에게』 에서는 서진의 감정에 깊게 동화됨을 느꼈다.

이야기 중간 떠나간 아이들에 대한 글을 읽으며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마음깊게 아픔을 느끼며 읽게 된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우리는 작은 일 하나에도 나의 결정이 맞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예전에 큰 아이가 처음 열이나서 38도를 넘겼을 때

나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육아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맞게 간호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받았다.


하물며 이 책의 내용처럼 아이의 생사가 걸린 일이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서진처럼 캡슐에 아이를 태워, 알 수 없는 그 미래로 보냈을까.

아니면 희망은 없지만 함께 마지막을 아이와 보냈을까.

사실 상상조차 어려운 이야기이기에 서진이 느끼는 '미안하지만 미안하지 않은 감정'을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던것 같다.


『방주를 향해서』에서는 희망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에 응원을 하게 된다.

"살아, 살아, 살아요." 라는 메세지가 우리에게도 닿는 작가의 응원같은 느낌이었다.


『저주 인형의 노래』는 특히 빠져들어 읽었다.

외계인이 잠시 나들이 와 들어간 그릇(인형)안에서 결국 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 아이와 정신이 일치하게 되면 그것이 곧 저주 인형으로 불린다는 내용.

마지막에 좀 슬프게 끝났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떠나는 외계인이라니,

뭔가 애달프면서도 참신한 스토리였다.


'찰나'와 '윤회'에 대한 시각을 판타지에 녹여낸 『75분의 1』은

어쩌면 가족을 잃어본 독자들의 마음을 크게 동요시킬 것 같은 내용이었다.

엄마가 죽고 어린 딸을 걱정하는데, 죽음의 안내원은 그녀에게 이승과 저승의 '찰나'는 다르다며,

어서 새로 태어나라 말한다.

그녀는 딸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며 이야기가 끝이나는데, 뭉클하면서도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 마지막 나의 생각 ]

이런 다양한 인간사와 현실 문제들을 SF에 어쩜 이렇게 잘 녹여냈는지,

작가님이 어떻게 이런 글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짧막한 이야기 속에 현재의 기후 위기, 높아지는 해수면, 멸종위기 생태종 보호 및 복원센터의 마지막 인어 이야기까지.


(얼마나 멀지는 알 수 없으나)

미래에 우리는 우주에 가게 될 것이고 또 지금보다는 많은 생물이 멸종을 맞을 것이며

어쩌면 외계문명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도 우리는 인간성,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 인간성으로 인해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연마노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한다.

작가의 문학활동을 응원하며 계속 멋진 글을 써주기를 기대한다.

나는 미안해. 그리고 미안하지 않아.

인서는 서진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속삭였다.

"알아."

그 순간 서진은 하늘에서 떨어진 진리를 바라보듯 인서를 보았다. - P42

내 정신 속에서 그들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살아. 살아. 살아요.

외치는 함성이 점점 커지더니 우레처럼 내게로 쏟아졌다.

그래서 나는 걸음을 떼었다. - P125

진안의 눈을 들여다보자 진안도 나를 들여다보았다.

나의 시간들, 내가 모르는 내 삶의 시간들,

앞으로 내가 켜켜이 쌓아 넘겨줄 유산들이 그 애의 눈에 오롯히 쌓여있었다. - P176

원치 않는 난동을 만들어내고 만 저주 인형들을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오듯 이곳에 와서 아이들을 만났겠지.

일종의 유흥으로써.

간과한 것은 그들이 아이를 사랑하게 되리라는 사실이었을 터다. - P229

"김영희.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이에요."

이제 알겠지요?

아니, 사실을 모를 테지요.

당신은 또다시 있는 힘껏 생을 살다 돌아와서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할 테니까요.

안녕. 곧 다시 만납시다. 언젠가 어느 찰나에.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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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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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뽑다

#제시카앤드루스

#인플루엔셜

#서평단활동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색인을 많이 해 놓은 책이 있을까 싶다.

서평단으로 신청하기 까지 그리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관능적이며 화려하다'는 책의 소개글에 '재미있겠다.' 마음 하나면 충분했던 것이다.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자극적이고 선명한 이야기려니-하며 펼쳐든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92년생 작가의 이력이 눈에 띈다.

서양사람이긴 하지만 나보다 어린 작가의 소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고, 내용이 한층 더 궁금해졌다.


P.11

당신은 내게 스물여덟 살을 맞아 다짐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나다워지는 것." 이라 말하는,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책의 주인공은 대놓고 결핍을 보인다.


과거의 이야기에서

10대 여자아이가 가지고 있는 예민함과 신경질적인 반응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내 몸에 대한 궁금함, 호기심은 중고등학생때 느꼈던 감정.

바로 그것이었다.


P.122

그들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조차 없다는 것,

눈길을 끌고 싶지만 너무 무서워서 눈길을 돌려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될 터였다.


사춘기무렵 일기에 썼을 법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불안한 가정 속 아빠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딸의 모습도 엿보인다.


내 눈에 너무나 근사하고 멋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내 취향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견고한 삶에 대한 갈망이 느껴진다.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보인다.


P.181

나는 어떻게 해야 맞은편으로 갈 수 있는지,

언제나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지,

안전하고 따뜻하며 배부르게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안전하게 사랑받고 싶어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살고싶어하는 갈망이 드러난다.

이 책이 색깔이라면 더없이 화려하다.

그리고 실제로 문장 곳곳에 색감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들어있다.

나 같은 극 F들이 읽기 힘든 책이다.

공감의 파도가 굉장히 크게 밀려온다.

그녀가 가지는 사랑와 삶에 대한 의문,

그리고 갈등과 어려움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책의 전환점으로는(아주 작은 변화라고 느껴졌지만), 개인적으로 '문어를 먹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 이후로 주인공이

내 안의 불안과 억압을 인정하며 한걸음 앞으로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P.258

나는 용감해지고 싶지 않다.

그냥 평범해지고 싶고, 들쭉날쭉한 가장자리에 걸려

찢어지지 않고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을 뿐이다.

"당신은 그게 어떤 건지 몰라."


또한 친구와의 상황도 그려낸다.

더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게 되었음에 친구와 멀어져가는 장면도, 사실 나는 좋았다.

여자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P.156

종종 내가 젊은 여성이 아니라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인생 항로가 달랐을지,

또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을지,

또는 더 많은 힘을 가졌을지 궁금해지곤 했다.

덜 의식하고, 거의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 내 일부일 뿐인 육체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려 노력했다.


주인공은 사랑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향했지만

이 것이 정말 사랑인가?

화자의 솔직한 의문에 함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 책을 완독한 뒤 여성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름을 동경하고 외적으로 아름다워야하고

조금만 먹어야하고, 취향은 고급스러워야 하며

사랑하는 남자의 기분을 잘 맞추어야 한다.


개똥같은 소리같지만, 나도 무의식속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진 않았는지.

젖니를 뽑는 것 처럼 내 안의 어리고 작아지고 싶어하는 자아를 뽑아 내었을 때

비로소 <<나 다운 나>>가 되는 것은 아닐까.


P.316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안에 있는 여자를 움질하지 않고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그녀를 먹이고 보살피는 법,

그녀를 나로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정말로 잘 쓰여진 책이라 생각한다.

풍부한 감정의 묘사 사이, 솔직하고 대담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주인공과 함께 희망을 발견 할 수 있었다.


p.361

"난 너무 많은 것을 원해."

그렇게 입력하지만 이내 다시 지워버린다.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

나는 그렇게 써서 보낸다.

당신은 재빨리 답장한다.

"하지만 당신은 선택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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