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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평점 :
#젖니를뽑다
#제시카앤드루스
#인플루엔셜
#서평단활동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색인을 많이 해 놓은 책이 있을까 싶다.
서평단으로 신청하기 까지 그리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관능적이며 화려하다'는 책의 소개글에 '재미있겠다.' 마음 하나면 충분했던 것이다.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자극적이고 선명한 이야기려니-하며 펼쳐든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92년생 작가의 이력이 눈에 띈다.
서양사람이긴 하지만 나보다 어린 작가의 소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고, 내용이 한층 더 궁금해졌다.
P.11
당신은 내게 스물여덟 살을 맞아 다짐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나다워지는 것." 이라 말하는,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책의 주인공은 대놓고 결핍을 보인다.
과거의 이야기에서
10대 여자아이가 가지고 있는 예민함과 신경질적인 반응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내 몸에 대한 궁금함, 호기심은 중고등학생때 느꼈던 감정.
바로 그것이었다.
P.122
그들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조차 없다는 것,
눈길을 끌고 싶지만 너무 무서워서 눈길을 돌려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될 터였다.
사춘기무렵 일기에 썼을 법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불안한 가정 속 아빠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딸의 모습도 엿보인다.
내 눈에 너무나 근사하고 멋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내 취향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견고한 삶에 대한 갈망이 느껴진다.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보인다.
P.181
나는 어떻게 해야 맞은편으로 갈 수 있는지,
언제나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지,
안전하고 따뜻하며 배부르게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안전하게 사랑받고 싶어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살고싶어하는 갈망이 드러난다.
이 책이 색깔이라면 더없이 화려하다.
그리고 실제로 문장 곳곳에 색감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들어있다.
나 같은 극 F들이 읽기 힘든 책이다.
공감의 파도가 굉장히 크게 밀려온다.
그녀가 가지는 사랑와 삶에 대한 의문,
그리고 갈등과 어려움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책의 전환점으로는(아주 작은 변화라고 느껴졌지만), 개인적으로 '문어를 먹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 이후로 주인공이
내 안의 불안과 억압을 인정하며 한걸음 앞으로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P.258
나는 용감해지고 싶지 않다.
그냥 평범해지고 싶고, 들쭉날쭉한 가장자리에 걸려
찢어지지 않고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을 뿐이다.
"당신은 그게 어떤 건지 몰라."
또한 친구와의 상황도 그려낸다.
더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게 되었음에 친구와 멀어져가는 장면도, 사실 나는 좋았다.
여자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P.156
종종 내가 젊은 여성이 아니라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인생 항로가 달랐을지,
또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을지,
또는 더 많은 힘을 가졌을지 궁금해지곤 했다.
덜 의식하고, 거의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 내 일부일 뿐인 육체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려 노력했다.
주인공은 사랑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향했지만
이 것이 정말 사랑인가?
화자의 솔직한 의문에 함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 책을 완독한 뒤 여성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름을 동경하고 외적으로 아름다워야하고
조금만 먹어야하고, 취향은 고급스러워야 하며
사랑하는 남자의 기분을 잘 맞추어야 한다.
개똥같은 소리같지만, 나도 무의식속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진 않았는지.
젖니를 뽑는 것 처럼 내 안의 어리고 작아지고 싶어하는 자아를 뽑아 내었을 때
비로소 <<나 다운 나>>가 되는 것은 아닐까.
P.316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안에 있는 여자를 움질하지 않고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그녀를 먹이고 보살피는 법,
그녀를 나로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정말로 잘 쓰여진 책이라 생각한다.
풍부한 감정의 묘사 사이, 솔직하고 대담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주인공과 함께 희망을 발견 할 수 있었다.
p.361
"난 너무 많은 것을 원해."
그렇게 입력하지만 이내 다시 지워버린다.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
나는 그렇게 써서 보낸다.
당신은 재빨리 답장한다.
"하지만 당신은 선택할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