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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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SF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할때 별 고민없이 신청을 했다.

책이 도착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쉽지 않음을 느꼈다.

아이가 아픈 엄마의 이야기.

아무리 세상이 좋아지고 기술이 발달하는 먼 미래에도

'엄마'의 고뇌는 계속 이어질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굉장히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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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떠나가는 관들에게』 에서는 서진의 감정에 깊게 동화됨을 느꼈다.

이야기 중간 떠나간 아이들에 대한 글을 읽으며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마음깊게 아픔을 느끼며 읽게 된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우리는 작은 일 하나에도 나의 결정이 맞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예전에 큰 아이가 처음 열이나서 38도를 넘겼을 때

나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육아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맞게 간호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받았다.


하물며 이 책의 내용처럼 아이의 생사가 걸린 일이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서진처럼 캡슐에 아이를 태워, 알 수 없는 그 미래로 보냈을까.

아니면 희망은 없지만 함께 마지막을 아이와 보냈을까.

사실 상상조차 어려운 이야기이기에 서진이 느끼는 '미안하지만 미안하지 않은 감정'을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던것 같다.


『방주를 향해서』에서는 희망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에 응원을 하게 된다.

"살아, 살아, 살아요." 라는 메세지가 우리에게도 닿는 작가의 응원같은 느낌이었다.


『저주 인형의 노래』는 특히 빠져들어 읽었다.

외계인이 잠시 나들이 와 들어간 그릇(인형)안에서 결국 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 아이와 정신이 일치하게 되면 그것이 곧 저주 인형으로 불린다는 내용.

마지막에 좀 슬프게 끝났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떠나는 외계인이라니,

뭔가 애달프면서도 참신한 스토리였다.


'찰나'와 '윤회'에 대한 시각을 판타지에 녹여낸 『75분의 1』은

어쩌면 가족을 잃어본 독자들의 마음을 크게 동요시킬 것 같은 내용이었다.

엄마가 죽고 어린 딸을 걱정하는데, 죽음의 안내원은 그녀에게 이승과 저승의 '찰나'는 다르다며,

어서 새로 태어나라 말한다.

그녀는 딸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며 이야기가 끝이나는데, 뭉클하면서도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 마지막 나의 생각 ]

이런 다양한 인간사와 현실 문제들을 SF에 어쩜 이렇게 잘 녹여냈는지,

작가님이 어떻게 이런 글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짧막한 이야기 속에 현재의 기후 위기, 높아지는 해수면, 멸종위기 생태종 보호 및 복원센터의 마지막 인어 이야기까지.


(얼마나 멀지는 알 수 없으나)

미래에 우리는 우주에 가게 될 것이고 또 지금보다는 많은 생물이 멸종을 맞을 것이며

어쩌면 외계문명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도 우리는 인간성,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 인간성으로 인해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연마노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한다.

작가의 문학활동을 응원하며 계속 멋진 글을 써주기를 기대한다.

나는 미안해. 그리고 미안하지 않아.

인서는 서진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속삭였다.

"알아."

그 순간 서진은 하늘에서 떨어진 진리를 바라보듯 인서를 보았다. - P42

내 정신 속에서 그들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살아. 살아. 살아요.

외치는 함성이 점점 커지더니 우레처럼 내게로 쏟아졌다.

그래서 나는 걸음을 떼었다. - P125

진안의 눈을 들여다보자 진안도 나를 들여다보았다.

나의 시간들, 내가 모르는 내 삶의 시간들,

앞으로 내가 켜켜이 쌓아 넘겨줄 유산들이 그 애의 눈에 오롯히 쌓여있었다. - P176

원치 않는 난동을 만들어내고 만 저주 인형들을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오듯 이곳에 와서 아이들을 만났겠지.

일종의 유흥으로써.

간과한 것은 그들이 아이를 사랑하게 되리라는 사실이었을 터다. - P229

"김영희.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이에요."

이제 알겠지요?

아니, 사실을 모를 테지요.

당신은 또다시 있는 힘껏 생을 살다 돌아와서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할 테니까요.

안녕. 곧 다시 만납시다. 언젠가 어느 찰나에.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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