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혼돈의 성찰 - 저성장, 불안의 시대를 헤쳐 나갈 한반도 미래 전략
정갑영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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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한국경제, 혼돈의 성찰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하긴 좋았다고 한 적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언론은 낙관론보다 비관론을 펼쳐야 더 손해를 안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말 경제가 어려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한가지는 알겠다. 미래 산업의 부재는 다가온다. 김대중 정부 시절 IT강국의 꿈을 이루겠다고 했던 결과 그동안 IT 분야에서 나름 혁신적인 기업들이 생겼다. 닷컴 시대의 어두운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살아남은 카카오나 네이버는 이제 공룡이 되었다. 그런데 다음 먹거리는 무엇일까? 그 먹거리를 위해 지난 정부들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노동 관계는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자의 집단이 과연 현재의 노동계를 대표할 수 있을까? 노동계의 현실을 정말 커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경제, 산업, 지역, 교육, 문화, 환경에 관한 각 분야별로 교수들의 생각과 주장들을 살펴보며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정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들은 우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단을 통해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너무 이론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만약 현실에 적용했을 때 극복해야할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현실에서도 먹히는 전략이다.

 


<정부 주도로 성장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 정부는 공정한 규정을 만들고 실행하여 시장경제가 돌아가도록 해야 하며, 시장과 정부는 협업과 분업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중략) 정부는 국회 탓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서는 안된다.> (54페이지)

 



위의 글을 보면 마치 교과서를 보는 것 같다. 책의 제목은 성찰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이고 현업에 종사하는 관료들이 귀담아 들을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너무 이상적인 단어만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국회 탓을 하지 말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쓴다. 국회의 도움없이 행정부의 힘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라면 보다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논지를 펴는게 맞다.

 


박철성 교수의 노동분야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읽을 거리가 많았다. 그는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대증요법의 반복을 멈추고 상위와 하위 노동시장으로 쪼개지 노동시장 분절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둘째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자의 평생교육과 훈련을 강화화여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76페이지)

 


문제는 그가 해법으로 제시한 내용들이다.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보호 수준이 낮아져야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중략) 한시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의 구분을 없애고 고용 보호 수준을 근속기간과 연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83페이지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97년 IMF사태와 같은 시대라면 모를까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교수에게 되물어보고 싶다.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이야기를 해놓고 대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일반 필부도 그러할 것이다. 좀 더 현실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안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처럼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도 분석적인 성찰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전략을 기대했지만 실제는 그리 냉정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개론 수준의 이야기다. 물론 이 책의 가치는 있다.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미래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각 분야의 교수들의 특강을 한 번씩 들었다고 생각하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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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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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책표지에 언급된 것처럼 이 책은 <청년들의 눈으로 본 우리 시대 빈곤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동기는 가난 혹은 빈곤이라는 것이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 원인이 크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특정인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가 처해진 상황에 대하여 동정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문제 - 빈곤, 재개발과 철거, 여성의 인권등 빈곤과 약자의 문제 - 가 순수한 선의 입장일까 하는 생각 하나와 나와 무슨 연관 지점을 가지고 있을까에 생각이 많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집회와 시위를 하고 저항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다. 이런 생각이 강해지는 것은 아마도 그동안 우리가 접하는 뉴스나 언론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기업의 광고로 먹고 사는 언론과 방송들의 한계라고 생각되지만 그들의 파급력은 상상외로 강하고 평범한 시민들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빈곤과 약자의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만들어버리거나 그들 내부에서의 여러 다툼의 문제 그리고 그들이 정말 진정한 약자일까?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이지?

 


‘공동정범’프레임은 그런 면에서 국가 폭력이 어떻게 내밀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용산 철거민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연대하는 거거든요.

 


용산참사와 같은 상황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서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정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묻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런 요구들이 어떻게 촛불 시민들이 얘기하는 보편적인 권리와 만나거나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제가 생각하는 연대란 결국은 자기 문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거민들의 문제가 고립된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힘겹게 싸우는 사라들에게 단지 힘을 보태주는 것뿐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처한 문제가 결국은 나의 문제와 어떻게 만나고 연결이 되는지, 이런 지점을 고민하고 그런 요구들을 해나가는 게 제가 생각하는 연대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연대란 복잡한 갈등 지점을 지닌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용산 참사를 다룬 첫 장을 보고 몇 줄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내가 고민해왔던 물음에 대한 많은 고민들과 답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한 보고서라기보다는 우리에게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많은 고민들이 든다. 그것은 읽는 사람들이 어떠한 위치에 서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들이 약자라는 사실이다. 또 그 약자는 내가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약자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빈곤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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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법정지상권 혼자만 알고 싶은 대박 경매 시리즈 2
정기수 지음, 안주 그림 / 봄봄스토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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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만화로 배우는 법적 지상권

 



경매는 책으로 배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매에 관한 지식을 배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경매를 낙찰 받아 수익을 얻는 행위가 책에서 배운 지식과는 괴리가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매 강의가 있고 실제 경매로 수익을 만드는 사람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도제형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수는 없을 것이고 경매에 관한 관심과 초보자들은 책을 통해 경공매의 본질에 좀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단계에 필요한 책이다. 경매의 기초에 관한 책은 읽었지만 경매의 실전에 좀 더 다가가는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눈이 갈 책이다. 만화로 배우는 맹지탈출에 이어서 이번에는 지상권에 관한 책이다. 경매를 접하다보면 건물과 토지의 소유가 다른 경우가 많고 또 토지와 건물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얽히다보니 실제로 이런 건물에 대한 낙찰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 경매 물건을 가지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본다. 지상권에 대해 단순하게 정의와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상권의 유무 그리고 지상권이 점유하는 것에 대한 판단을 통해 손해보지 않는 경매에 더 가까이 접근하게 해준다.

 


또 46개의 법정 지상권 판례를 통해 설명해주기 때문에 입문자들이 관심을 갖는 경매는 거의 다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판례를 확실하게 익히다보면 경매 낙찰후 해야할 것들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경매에 대한 두려움이 반감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많이 따라서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다. 참고가 되는 표현이며 당연하게 봐야 할 사이트들에 대한 정보들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책 가격이 조금 세다는 것이 아쉽다. 책 가격과 더불어 흑백인 만화를 좀 더 다채롭게 만든다면 책을 보는데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한다. 좋은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무채색 만화에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책의 가격이 조금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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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트렌드 2020 - 5G부터 IOT까지, 초연결 사회를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
커넥팅랩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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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블록체인 트렌드 2020

 


다시 비트코인이 개당 1000달러를 돌파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도입한다는 소식이 비트코인의 상승에 불을 지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리고 1년전보다 우리 생활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왔다는 느낌이 든다. 커넥팅랩에서 쓴 이 책을 통해 그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블록체인의 네가지 특징은 1) 탈중앙화(정부, 은행 등 중개기관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2) 보안성(거래 정보를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며 관리한다), 3) 투명성 (모든 거래 기록이 공개되어 쉽게 접근 가능하다), 4) 확장성 (거래 정보 원장을 기반으로 본인인증, 상품 이력 추적, 지급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로 연결 및 확장 가능하다) 이다.” [47페이지 정리]

 


누구나 생각하고 궁금해할 수 있다. 과연 블록체인은 필수일까? 미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블록체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냥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독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그게 더 나은것이니까 우리도 따라서 해야한다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왜 

블록체인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블록체인을 도입한다고 해서 과연 중개자는 사라지는 것일까?

 


이 책은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책의 제목처럼 앞으로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어찌보면 조금 최근의 트렌드에 맞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블록체인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 블록체인이 그리는 사회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지식이 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실제 생활에 자주 접하게 되는 이커머스에 도입되는 블록체인기술까지 우리의 삶에 이제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블록체인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기업들이 블록체인 시대에 어떻게 생존전략과 확대전략을 삼고 있는지도 알려주고 있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것처럼 심지어 다날같은 블록체인 시대에 사라질 수 있는 중개 기업조차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시대가 지금 기존의 시대와는 또 다른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글을 읽다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아닐까 한다. 비트코인 광풍으로 인해 블록체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 결국 ICO 도 금지해 있고 여러 블록체인 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책의 방향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어야만 더 많은 블록체인 관련 산업과 기술들이 날개를 펼 수 있을텐데 현재의 정부나 당국의 자세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IT강국이라는 옛 명성만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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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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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처음에 그를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는 괴짜흉내를 내는 교수가 아닌가 했다. 평범한(?)외모를 감추기 위해 머리스타일을 의식적으로 튀게 하고 말을 재미나게 하는 그런 사람말이다. 그런데 그의 책이 내 책장에 두 권정도 꽂히고 그가 안정적인 교수직을 내던지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괴짜흉내의 흉내라는 인식을 버렸다. 그는 괴짜다. 괴짜 지식인이며 화가다.

 


그런데 이번 책은 그의 괴짜스러움이 그리 강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툭툭 튀어나오는 모습을 아직도 볼 수 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먹어서인지 그런 면이 줄어들었다. 아마도 외로운 섬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고 바다를 보며 세월을 보내니 감수성이 더 풍부해져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책제목부터 그렇다. 너무 길고 임팩트가 없다. 물론 내용은 그렇지 않다. 자기 존재감은 역시 돋보인다. 독일에서 유학한 티를 꼭 낸다. 슈필라움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내용은 절대 그렇지 않다. 슈필라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괜시리 한국어로 번역할 필요를 못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이 책에 빠져든다.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공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저자는 압축성장과 주거문화의 변화로 인한 남성들의 슈필라움의 부재 현상을 단적으로 운전만 하면 양보를 하지 않는 문화를 예를 삼았다. 유일한 슈필라움이 된 운전석에서 내 공간을 빼앗기는 것은 자기 존재의 부정으로 본 것이다. 난 그렇지 않던데 공간이 좀 커서 그런가?

 


타인에 대한 믿음은 타인의 다른 생각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믿는 것은 신뢰가 아니다. 강요다.

 


 

훔쳐보기는 자신의 시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소통 거부의 집단적 자폐 증상이다.

훔쳐보기는 함께보기가 어려울 때 흥행한다.

 

 


그는 글을 참 잘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기본적으로 지식이 많이 올라가 있다. 거기에 유머와 위트가 잘 버무려져 있다. 여기에 가끔 스스로에 대한 구라도 좀 더해지기도 하고 삶의 성찰과 감성 그리고 비꼼이 항상 옆에 놓여져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 책이 그러하다. 제목이 길고 잘 외워지지 않는 것만 제외하고는.

 


폐차 수준의 배를 산 이야기를 담은 <배에서 해 봤어요> 편이나 이제 50줄이 넘어 저자의 말처럼 끈 떨어진 신세가 된 친구들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면 저자의 위트 넘치는 삶을 엿본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적어내고 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물때는 어쩔 수 없는 시간이다. 살다 보면 물때와 같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시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물이 들 때가 있고 나갈 때가 있다.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가 당연히 있다. 이 물때와 같은 시간마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조급함이다. 항상 잘되어야 하고 안되면 불안해 어쩔 줄 모르는 조급함 때문에 참 많은 이가 불행해진다.

 


이제 삶에서 위뿐만 아니라 옆과 아래가 보이는 현실에 처한 내게 곰곰이 생각을 많이 던져주는 글이었다. 시간이라는 조급함과 계속 싸우고만 있는 것이 아닌지 나는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내 삶에 물음을 던졌다. 물론 저자처럼 만들어놓은 것도 천착하는 것도 없는 하루살이처지지만 그래도 이 글을 보며 많은 위안을 받았다.

 


 

인생이 자주 꼬이는 이유는 질투와 열등감 때문이다. 질투가 외부를 향한다면 열등감은 내부를 향해있다.

 


열등감에 관한 이야기를 유대인 민족의 예를 결부시켜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어떤 유대인은 결국 히틀러를 도와 동족을 살해하는 사람이 되기도 했고 어떤 유대인은 시오니즘을 주창하며 오늘날에 이르렀고 또 어떤 유대인은 평화로운 유대인으로 살고 있다.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양하게 나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열등감을 벗어나기 위해서 적을 만드는 행위를 가장 게으른 행위라고 규정한다. 내면의 성찰을 통해 평화로운 유대인이 되어 그들의 열등감을 풍요로운 상상력의 원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것을 줄이면 된다.

 


간단하지만 멋지다. 이제 각자의 리스트를 만들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해보자. 그리고 그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하도록 실천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가 참 그럴 듯 하게 들리지 않는가?

 


리스펙트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보통 존경, 존중의 의미로 쓰여졌다. 존경과 존중은 보통 상하 관계를 담고 있다. 그러나 독일어의 리스펙트는 보다 수평적인 상호존중의 관계다. 가족관계에서 그리고 나아가 삶의 인간관계에서 리스펙트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아무에게나 리스펙트한 존재인지 생각해본다.

 


저자는 지금 여수라는 곳에 있다. 왜 여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가 일본에서 공부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장소로 여수를 택했다는게 중요하다. 그는 여수에서 많은 생각을 하며 많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미역창고를 개조해 자신의 美力創考를 만드는 모습도 부럽다.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면 늙지 않으려는 몸부림같기도 하고 역시 그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의 사유와 시선이 부럽다. 불안한 인간들의 나쁜 이야기나 민족에 관한 이야기편을 읽다보면 그의 생각에 한 번쯤 나의 생각을 고쳐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A와 B가 아닌 다른 선택지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가 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단순한 시선이 아니라 그가 공부한 지식, 그가 경험한 공간, 기억 그리고 그의 유머가 곁들어진 시선이 책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좋아졌다.

 


지루함이 없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렇다.

 


이 책은 재미있다. 그러나 그냥 재미있다고 하면 억울하다. 그의 심리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지식이 기본이고 그것을 단어만 제외한다면 그리 현학적으로 보이지도 않게 잘 녹여놓았다. 여기에 그의 그림과 멋진 사진들이 가끔 눈을 호강시켜준다. 그리고 그의 유머와 위트가 책을 읽는 시간을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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