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눈물 - 개정판
김연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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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눈물 _ 김연경

 

백두산의 화산 폭발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한마디로 말해 굵직한 소설이다. 굵직하다는 표현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좋게 말한다면 흐름의 전개가 매우 명확해서 소설의 스토리가 잘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반대로 말한다면 좀 더 섬세한 표현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라고도 하겠다.

 

읽은 소감을 조금 이야기해봐야겠다.

소설은 백두산의 화산이라는 것을 소재로 남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학자, 그리고 각국의 정치적 상황을 버물리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탈북자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갈등과 화해 등이 극의 일부분을 끌고 가지만 결국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으로 인해 백두산의 화산은 한반도의 반을 거의 쑥대밭으로 만들며 이야기가 끝난다.

 

모티브는 좋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를 읽을 때부터 조금 우려되는 면이 있었다. 마치 김진명의 한반도를 영화로 본 것 같은 그런 국가주의적인 (좀 더 말하면 소설에서 남근주의) 이야기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여성이어서(이건 뭐 차별적인 생각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하고 소재는 백두산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좀 더 섬세한 갈등의 여러 갈래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을까 하는 내 식대로의 바램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전자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건 개인의 호불호의 이야기다. 소설의 작품성과는 별개인..) 선화와 승현의 감정선도 너무 단선적이고 직설적이라 이야기와 잘 녹아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북한 박동일과 승현의 갈등도 너무 뻔한 상투적인 느낌 이상을 얻지 못했다. 나머지의 캐릭터들도 너무 정형화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소재의 신선함과 내러티브의 힘은 알겠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것은 이미 어디에서 익히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점이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진 대목이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기대했지만 어렸을 때 읽었던 이우혁의 퇴마록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의 책을 한 편 읽은 것 같다. 재미는 있었지만 이제 나의 나이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그런 책말이다. 소설가가 한 편의 작업을 끝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서평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작가가 더 세밀한 인물들의 캐릭터를 소설에 부여한다면 소설은 더 멋지게 살아날 것 같다는 주제넘은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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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 세계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누구나 인간 시리즈 1
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김경연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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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악의 평범성이란 단어로 우리에게 그래도 잘 알려진 한나 아렌트의 전기를 읽어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일생을 전기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그 사람의 삶을 정확히 바라보는 방법인지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책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의 삶을 한 줄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20세기의 초반과 중반의 세계사와 만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헐리우드 식의 영웅 스토리를 가지긴 했지만 가까이서 그를 들여다본다면(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세계사 굴곡을 함께 겪은 철학자가 아닐까 합니다.


 

부유한 유대인의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국가인 독일과의 부조화속에 유년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어머니의 절대적인 보호아래를 벗어나 하이데거와의 인연은 그를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 스스로가 말한 단순한 생존의 시간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와 하이데거의 불꽃같은 사랑 그리고 평생에 걸친 인연은 그의 삶의 한 부분을 규정지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또한 하이데거를 통해 만나게 되는 야스퍼스와의 인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생 그의 든든한 후원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참 강한 여자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어린시절에서 반전되어 유대인의 박해를 경험했고 미국으로 건너간 초기에는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며 그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 항상 사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 그리고 토론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것이 결국 타인들과 세상에 인정을 받게 되어 그녀는 세상에 알려졌고 세상은 그녀를 여성 정치철학자로 인정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대는 변하지만 그 사회에서 발생되는 문제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도 때로는 그대로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2차대전 책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커튼이 내려지면 ‘우린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속물들의 합창을 듣게 될 것이다. ”


 

그의 명저인 [전체주의의 기원]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 책에 대한 아주 간단한 개요만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그녀는 이 책에서 히틀러와 역사상 폭군에 대한 비교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역사적인 폭군들은 그 잔학성과는 별도로 그 동기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히틀러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인데요.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의 건전한 판단력이 완전한 무의미성과 대면하게 된다. 이 절대적 무의미성이 가장 끔찍하게 훈련되는 곳이 바로 강제 수용소였다. (중략) 역사적 과업의 이름으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이런 시도는 한나 아렌트에게 너무 끔찍한 일이며 모든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근본악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근본악의 본질은 인간이 처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그는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과 마주했다. 세계 대전 중의 히틀러에 의한 유태인 학살, 미국에서 행해졌던 소위 “빨갱이 몰이”인 매카시즘, 그리고 월남전에 이르기까지 그는 세상의 모순에 대해 논쟁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그래서 대중은 열광했고 때로는 유대인들은 그녀에게 유대 민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세상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찰과 사유에서 나오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손내밈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녀가 결정적으로 사회와 격렬하게 반응했던 이야기는 서두에서 말했듯이 바로 하인리히에 대한 재판에 대해 쓴 글이 아닐까 한다. 잡지[뉴요커]에 실린 보고서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 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발간되자 마자 유대인들의 극렬한 반대와 비판에 부딪혔습니다. 그녀에게 이 보고서의 두 가지 점에서 공격이 가해졌는데 첫 번째는 보고서에 유대인 평의회의 제3제국에서 나치협력에 대한 이야기였고 두 번째는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이히만의 진술을 통해 유대인 공동체의 수장들이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마지막 남은 것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나치와의 협력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한나 아렌트는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쁜 일을 막기 위해’ 적들과 타협한다는 것은 저항의 형식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진정시키고 이미 상대의 게임 규칙을 받아들였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활한 전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나치의 지령을 받았지만 루마니아와 덴마크에서 일어난 일들을 예로 들면서 단호하고 연대적인 저항이 존재한다면 다른 가능성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로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을 영혼 없는 괴물로 내세우는 데 반대했습니다. 그를 그런 식으로 악마화한다면 비록 악마적 위대함일지라도 그에게 적합하지 않은 어떤 위대성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아렌트는 재판을 지켜보면서 아이히만이 악마적인 동기나 의도도 없이 악마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그의 행위가 근본악이 아니라는 말은 바로 이런 점을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사실 악은 깊이가 없으며 또한 마성도 없습니다. 악이 전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버섯처럼 표피에서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선이며 언제나 선만이 근본적인 것입니다.” 후에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사유 자체가 사람이 악행을 못하도록 하거나 또는 바로 악행에 맞서는 소질을 부여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 않을까?" 아이히만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그녀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녀에게 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담배연기와 가시가 무성한 사람이라 생각이 들지만 담배 연기의 자욱함과 그 가시에 찔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용기만 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심장까지 내어주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이른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라는 여성 철학자에 대한 일생을 다루고 있지만 그녀가 활약한 시대의 흐름을 움직인 사람들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 실존주이 철학자 하이데거와 야스퍼스는 물론이고 평론가 발터 벤야민, 첫남편이었던 저널리스트 귄터 안더스, 두 번째 남편이자 항상 등을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이었던 하인리히 블뤼허, 소설가 매리 매카시, 생태철학자인 한스 요나스, 시온주의 대부였던 쿠르트 블루멘펠트까지 시대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책을 덮고 아렌트의 저서인 <인간의 조건>과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이번에 커튼이 내려지면 ‘우린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속물들의 합창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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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공매도다 - 예측과 통찰로 금융을 읽는 공매도의 모든 것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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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이것이 공매도다 (1/3)

 

공매도 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되려면 정책과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자본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공매도를 정확히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서문에서 밝혔듯이 공매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목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사실 어려운 주제에 관한 내용인데 생각보다 책이 잘 넘어갑니다. 저자가 매우 명쾌하게 글을 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공매도는 차입매도입니다. 없는 주식을 빌려서 시장에 팔고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사서 그 주식을 갚아 정산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무차입공매도가 증가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무차입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오지 않고 그냥 판 후에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사고 다시 다른 주식을 빌려와 원 주식을 갚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불법입니다. 다만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해 버젓히 자행되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반칙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공매도가 가지는 장점들이 희석되고 가려진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반칙과 범죄들을 제어해야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아가 개인에게 불리한 거래 기회의 평등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공매도가 가지는 장점이 분명 있기에 공매도를 폐지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공매도는 주식의 가격 효율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격 효율성이란 주가가 얼마나 공정가격(적정가격)에 가까이 있는 가를 말합니다. fair price.공매도는 적정주가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주식의 버블을 막고 투자자들의 피해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 공매도 포지션은 불리한 포지션입니다. 수익률은 100%가 한계인데 비해 손실은 무한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매도는 주가변동성을 증대시킨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의 경우입니다. 공매도는 역모멘텀투자로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주식들을 매도하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주식들을 매수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주가가 너무 오르는 것을 막기 때문에 주가변동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매도가 여러 가지 시장조작 행위들과 결합하여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자들에게 커다란 수익을 안겨주는 식으로 잘못 작동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시장 감시자들의 더욱 철저한 감시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존재해야 합니다.

 

1부는 공매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합니다. 따라서 공매도를 포함한 여러 용어에 대한 확실한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지 하고 있는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결제불이행시 일어날 사태에 대해 실사례를 포함하여 자세한 기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공매도에 대한 그동안의 많은 오해와 진실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 중간에 등장하는 허벌라이프를 두고 벌이는 빌 애크먼과 칼 아이칸의 공매도 전쟁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공매도에 대한 제도의 불신은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에 기인한 것이 큽니다. 개인은 공매도를 하기가 조건이 너무 까다롭습니다. 사실상 일반적인 사람들은 공매도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에 기인하여 정보의 불균형까지 더해지니 공매도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집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처는 합리적이었을까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의 금지는 사실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단언합니다. 0.6%밖에 차지하지 않은 실제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680억이라는 대여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 해결방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미들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서 저자와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다. 내가 낸 돈으로 만들어진 연금이 다시 나의 수익을 빼앗아갈 수 있는 공매도의 돈으로 쓰여진다는 것을 참을 개미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단, 저자의 말대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가 현재 주식시장의 공매도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먼저 알았다면 이런 불만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 투자자들에게 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공매도에 대한 정의를 다시 재정립하고 공매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푸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더불어 주식투자에 대한 하나의 공부가 되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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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오르가슴 바이블 - 조절할 줄 아는 남자, 느낄 줄 아는 여자
조명준 지음, 레드홀릭스 기획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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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멀티 오르가슴 바이블
 


부제가 조절할 줄 아는 남자, 느낄 줄 아는 여자 이렇게 되어 있다. 언뜻 보면 어 그래! 여자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사정을 늦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여성의 경우 눈치보고 즐겨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서양의 킨제이보고서에 대한 반박이며 동양의 성교본인 소녀경을 위시하여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가지고 자신의 쾌감을 조절할 줄 아는 것, 그리고 여성이 자신의 성기와 성적 쾌감을 잘 이해하고 단련시켜 남성을 위한 섹스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섹스를 하기를 권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섹스를 뇌에 의존하는 섹스로 규정한다. 사랑에 빠져 뇌가 흥분상태에 있는 삽입섹스만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이 면역력이 생겨 더 이상 쉽게 흥분되지 않으면 이제 섹스의 허무함을 느끼게 되고 오르가슴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관계를 벗어나기 위해 뇌를 속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행동 즉 위험하고 외설적이고 음탕한 섹스를 통해 흥분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또 뇌에 의존하는 섹스를 하다보니 섹스는 배울 필요도 없이 본능으로 하는거야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뇌에 의존하는 섹스는 메인 화장품이 아니라 샘플 화장품이며 메인 화장품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살아가는 것이다. 샘플 화장품만을 사용하고 그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일차원적예방 교육만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지적한다. 콘돔 사용하라. 성범죄는 어떤 것이다 라는 정도의. 진정한 몸을 성장시키는 섹스, 즉 소녀경에서 말하는 양생이 되는 섹스는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한채 말이다. 스스로 성적으로 미완성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아도 흥분이 되지 않는 시기가 와도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조루라면 사정조절훈련을 하고 불감증이면 잠들어있는 감각을 깨우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섹스를 생리적 욕구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로 인식의 전환을 시켜야 한다. 말초적 자극을 위한 섹스가 아니라 충분한 만족과 행복감을 느끼는 섹스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깨어나지 않은 몸의 감각을 깨워주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그릇안에 쾌감을 가득 채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멀티 오르가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녀가 함께 해야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단순한 사정을 목적으로 하는 섹스에서 벗어나 사정을 조절하고 성기에 대한 쾌감을 극대화하는 목적으로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섹스를 목적으로 한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위하는 섹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면서 자신의 성기에 대한 앎과 단련을 통해 섹스를 온전히 즐길 줄 아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섹스에 관한 몇 가지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이 그래도 가장 나은 것 같다. 섹스에 관심이 많고 서로의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잘 나누는 커플은 이 책을 가장 반길수도 있겠다. 섹스에 대해 불감증과 섹스를 터부시하는 여성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섹스와 오르가슴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정중심의 섹스를 해온 남성들은 제대로된 이해와 만족을 주는 단련과 운동을 통해 사정중심의 오르가즘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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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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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 답사기

 

차분하게 글을 읽기가 힘들었다.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한서린 혁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마음부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산보하듯이 동학사상에 관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발걸음을 옮겨 이 산과 저 산을 넘고 동학혁명의 흔적이 담긴 곳들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전봉준과 김개남 그리고 손화중이 이끄는 혁명군이 고부에서 혁명의 기치를 들고 일어난 이야기를 할 때 나의 마음 역시 그곳에 있는 듯 하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저자는 그의 걸음걸음 하나하나를 글로 잘 옮겨 놓았다. 이것 뿐이 아니다. 곳곳에 잊혀져가는 흔적들을 잘 찾아내어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사실 우리는 동학의 역사와 자취에 대해 거의 모른다. 패자의 역사이고 민초들의 항쟁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에 이르러 정부에서 동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더불어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금씩 주제로 다루어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반 대중들에게 동학혁명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 같아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차원을 넘어 현재의 땅을 밟으며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것이 더 강하고 진한 울림을 전해준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전개와 더불어 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동학혁명을 오늘에 기록하려 했던 여러 역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곁다리로 이야기해준다. 하나의 에피소드라면 조선시대의 많은 관아들이 이제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 학교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책은 한 줄로 넘어갔지만 그 한 줄조차 알지 못했던 나의 역사적 무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또한 동학혁명의 단초를 제공했던 고부군수 조병갑이 결국은 최시형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판사라는 사실을 읽으면서 단순한 분노보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체념도 함께 갖는다. 그 이후로도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독립 운동가를 체포했던 일제 경찰은 해방이 되어서도 독립 운동가를 탄압하는 경찰이 되었다. 오늘날도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다.

 

저자의 발걸음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학혁명의 땅이었던 전라북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제우를 찾으러 경주 구미산으로도 보은집회를 조명하러, 충북 보은으로 그리고 지리산과 장흥에 이른다. 그 발에 새긴 자국 하나하나가 이 책의 글이요 문장이다. 이 책 한 권이 동학혁명운동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책 한권은 동학혁명운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저변을 넓히고 그 당시의 동학이 세상을 통해 바꾸고자 했던 과제가 오늘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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