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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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 답사기

 

차분하게 글을 읽기가 힘들었다.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한서린 혁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마음부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산보하듯이 동학사상에 관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발걸음을 옮겨 이 산과 저 산을 넘고 동학혁명의 흔적이 담긴 곳들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전봉준과 김개남 그리고 손화중이 이끄는 혁명군이 고부에서 혁명의 기치를 들고 일어난 이야기를 할 때 나의 마음 역시 그곳에 있는 듯 하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저자는 그의 걸음걸음 하나하나를 글로 잘 옮겨 놓았다. 이것 뿐이 아니다. 곳곳에 잊혀져가는 흔적들을 잘 찾아내어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사실 우리는 동학의 역사와 자취에 대해 거의 모른다. 패자의 역사이고 민초들의 항쟁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에 이르러 정부에서 동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더불어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금씩 주제로 다루어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반 대중들에게 동학혁명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 같아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차원을 넘어 현재의 땅을 밟으며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것이 더 강하고 진한 울림을 전해준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전개와 더불어 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동학혁명을 오늘에 기록하려 했던 여러 역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곁다리로 이야기해준다. 하나의 에피소드라면 조선시대의 많은 관아들이 이제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 학교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책은 한 줄로 넘어갔지만 그 한 줄조차 알지 못했던 나의 역사적 무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또한 동학혁명의 단초를 제공했던 고부군수 조병갑이 결국은 최시형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판사라는 사실을 읽으면서 단순한 분노보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체념도 함께 갖는다. 그 이후로도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독립 운동가를 체포했던 일제 경찰은 해방이 되어서도 독립 운동가를 탄압하는 경찰이 되었다. 오늘날도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다.

 

저자의 발걸음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학혁명의 땅이었던 전라북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제우를 찾으러 경주 구미산으로도 보은집회를 조명하러, 충북 보은으로 그리고 지리산과 장흥에 이른다. 그 발에 새긴 자국 하나하나가 이 책의 글이요 문장이다. 이 책 한 권이 동학혁명운동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책 한권은 동학혁명운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저변을 넓히고 그 당시의 동학이 세상을 통해 바꾸고자 했던 과제가 오늘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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