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눈물 - 개정판
김연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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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눈물 _ 김연경

 

백두산의 화산 폭발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한마디로 말해 굵직한 소설이다. 굵직하다는 표현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좋게 말한다면 흐름의 전개가 매우 명확해서 소설의 스토리가 잘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반대로 말한다면 좀 더 섬세한 표현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라고도 하겠다.

 

읽은 소감을 조금 이야기해봐야겠다.

소설은 백두산의 화산이라는 것을 소재로 남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학자, 그리고 각국의 정치적 상황을 버물리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탈북자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갈등과 화해 등이 극의 일부분을 끌고 가지만 결국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으로 인해 백두산의 화산은 한반도의 반을 거의 쑥대밭으로 만들며 이야기가 끝난다.

 

모티브는 좋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를 읽을 때부터 조금 우려되는 면이 있었다. 마치 김진명의 한반도를 영화로 본 것 같은 그런 국가주의적인 (좀 더 말하면 소설에서 남근주의) 이야기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여성이어서(이건 뭐 차별적인 생각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하고 소재는 백두산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좀 더 섬세한 갈등의 여러 갈래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을까 하는 내 식대로의 바램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전자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건 개인의 호불호의 이야기다. 소설의 작품성과는 별개인..) 선화와 승현의 감정선도 너무 단선적이고 직설적이라 이야기와 잘 녹아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북한 박동일과 승현의 갈등도 너무 뻔한 상투적인 느낌 이상을 얻지 못했다. 나머지의 캐릭터들도 너무 정형화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소재의 신선함과 내러티브의 힘은 알겠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것은 이미 어디에서 익히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점이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진 대목이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기대했지만 어렸을 때 읽었던 이우혁의 퇴마록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의 책을 한 편 읽은 것 같다. 재미는 있었지만 이제 나의 나이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그런 책말이다. 소설가가 한 편의 작업을 끝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서평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작가가 더 세밀한 인물들의 캐릭터를 소설에 부여한다면 소설은 더 멋지게 살아날 것 같다는 주제넘은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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