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의 문 ㅣ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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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밀도는 높아지고 멸망의 징조는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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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3 - 나쑨은 어머니라면 그걸 감당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적어도 저 사람보다는 강한 사람이랑 애를 낳았어야죠. 나쑨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를 에쑨을 향해,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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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오로진, 수호자, 스톤이터 그리고 오벨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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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우체를 죽이고 첫째딸 나쑨을 끌고 간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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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훔친 남편을 쫓는 에쑨과 그녀에게 구원받은 스톤이터 호아, 지하학자 통키가 닿은 지하 수정굴의 공동체 카스트리마. 다섯 번째 계절을 일으킨 알라배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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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쑨의 수호자였다가 이제는 딸 나쑨의 보호자가 된 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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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간 능력의 꼬리물기나 재능, 숙명, 재난이나 고대 오벨리스크의 신비와 새로이 구축된 자연의 법칙까지. 아무리 섬세하고 면밀하게 조정하고 다듬을지라도 관용과 애정, 희생이 스며들지 않으면 그게 과학이든 판타지든 어떤 것도 약속해주지 못 할 것인데, 한계를 맞서며 분명히 보여준다. 무엇이 이들을 연결해주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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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에 들어서는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가 변이(?)하는 과정, 에쑨과 나쑨 모녀의 성장, 멸망의 징조가 작가가 조직한 집단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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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살갗에 꿰인 고통과 흉터를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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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3권은 1년 기다려야 하나... 근데 막 오로... 나민 아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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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문 #다섯번째계절 #부서진대지 #nk제미신 #nkjemisin #theobeliskgate #황금가지 #sf소설 #판타지소설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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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지 2 ㅣ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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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554

"미안해요, 피터. 하지만 피터를 나처럼 만들 수는 없었어요." 에이미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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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마어마한 분량의 SF가 거침없이 예상하는 종말의 세계, 군 프로젝트에서 비롯한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바이럴(흡혈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립(콜로니)을 자처하는 동시에 콜로니에서 탈출하려는 의지와 더불어

​

백년 가까이 살아남은 트웰브(?)의 최종체인 에이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낮과 밤의 완벽한 초인이 아니라 유한한 관계와 시간의 제약에서도 완벽한 순간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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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걸 FOX에서 드라마로 만들면서 후려쳤나보다... 🥺 (작가께서 친히 인스타에 올리시기를 드라마는 취소될 수 있지만 요 소설은 그럴 수 없을 것이라며...)

​

1/3 지점이지만 다음 권인 #트웰브 (2012)와 #시티오브미러 (2016)의 이야기의 흐름을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 호기심을 돋우는데, 번역가 송섬별 님은 어디 모처에 감금되어 작업을 하고 계실 것만 같은 분량. 자간. 글자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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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1

"모스, 일어나. 바람이 누굴 실어왔는지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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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피터, 알리시아, 사라, 마이클, 모스, 테오, 그리고 다시 울가스트와 레이시 수녀. 그들의 관계와 그리움, 죽음과 기억의 회전하는 힘은 이 소설의 훌륭한 과학적 상상, 디스토피아의 황량함, 이마저도 이겨낼 것이라는 의지보다 더 강력한 중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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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상징들을 신념에서 비롯하는 오마주로 쓴 것인지, 반복되는 신화와 역사의 일반성을 강조하려 쓴 것인지 약간 헷갈리지만... 아마 전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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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지 1 ㅣ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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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6

"울가스트 요원, 우리는 단 한 가지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게 아니야. '노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발견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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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연고자 없는 실험체(사형수 등)를 모집하러 다니던 FBI요원 울가스트와 도일은 마침 수녀원에 버려진 여섯 살 에이미를 접촉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고, 과거 딸을 잃은 경험이 있던 울가스트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순수한 에이미에게서 본능적으로 솟아나는 애착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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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를 시도하지만 비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막강한 힘들에 포위되고. 외딴 실험 장소에서 실험체가 된 에이미와 함께 갇힌 어느 날 또 다른 실험체 제로와 울가스트가 포섭했던 카터가 폭주하고 연구소가 붕괴되는 사이 울가스트와 에이미는 도일과 레이시 수녀의 희생으로 간신히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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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의 바이러스를 스스로 퍼트린 인간과 살아남은 인간이 과거와 단절ㅡ고립되어 생존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이후 벌어지는데, 두꺼운 고전보다 작고 촘촘한 글꼴과 서장에서 사그라져버릴 인물들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조각하는 데서 저자의 이 진지한 인류 멸망과 생존의 서사가 향하고 있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정말 작다. 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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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쪽의 이런 책이 앞으로 다섯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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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라 불리는 바이럴이 되어 점프해서 공격하는 흡혈 좀비와 콜로니로 보내져 생존투쟁을 벌이는 인간, 완벽한 실험체로 살아남았을 에이미의 이야기가 2권에서 벌어질 텐데 기대 반 걱정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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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들게 꼬박 수십 페이지를 통해서 태어난 인물들의 삶이 툭툭 끊어지는 경험이 일견 문학적인 의도(?)일 수도 있겠으나... 흐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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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FOX에서 드라마로 만들면서 원작을 마구 후려쳤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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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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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1

약점을 숨기려는 것이 회피의 방편이 되었고 결국 그것이 태도가 되어 내 삶을 끌고 갔다. 내 삶은 냉소의 무력함과 자기 위안의 메커니즘 속에서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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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장편은 이제 겨우 두 편을 읽었지만, 섬세한 환멸과 냉소, 그럼에도 침범하는 유머의 출현까지 ㅡ 이 소설이 작가 은희경의 영역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조절된 완급의 리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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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 김희진의 소설을 드디어 읽으며, 1977년 여대 기숙사에 갓 들어간 자신을 회고하는 김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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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스러웠던 기숙사, 내 기억과는 다르게 기록 된 소설 속 선배, 동기들의 모습. 개발시대의 맹목적인 권력과 1977년이 스스로 기념하는 요란한 숫자들과 소란스럽게 자신을 밝히는 남존여비의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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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5

김희진은 여전히 욕망과 그 박탈에 예민했고 깨어지는 순간에도 소란스럽게 남에게 고통을 전시하며 에너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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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잊혀져가는 소설가가 된 김희진(꼭 성을 붙여서 불러줘야 주인공과의 관계가 명확해진다)이 붙들려고 하는 그때 그 시간, 자기만의 장면들은 나ㅡ김유경이 기억하는 파편들의 틈새를 메워주는가, 아니면 깨트리고 벌어지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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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1

과거의 빛은 내게 한때의 그림자를 드리운 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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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들어내어 지금 읽을만한 관념으로 빚어내는 것. 이 거리와 차이, *배나의 총량을 관측하는 것. 믿을만한 낯섦의 거리를 유지하며 내가 모르던 그날ㅡ그들의 자취를 비춰주는 것.

​

은희경의 팬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ㅡ 나는 읽지 않은 그의 책이 아직도 많다는 것.

​

p.s. 동기였던 O유경 씨가 생각난다. 내 불평을 사치스럽고 부끄럽게 해준 유걩이... 나랑 키가 비슷했던 유걩이... 손바닥이 매섭던 유걩이... 웃으며 때리던 유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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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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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불안이 문을 두드리고 두드리면 슬픔이 열린다.


p117 - "우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서로 미안하지? 나한테 진짜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구지? 아무도 내게 사과를 안 해. 누군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요즘 분해서 자꾸 눈물이 나."


L과 L2의 계급이 사는 도시국가 타운의 행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3등 시민, 제3의 존재인 '사하'는 유일하게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계급이며, 존재할 수 없게 된 이들 모두에게 열려있는 사하맨션은 인간성의 헤토로토피아로써 기능하고 존재한다. 


p268 - 우미는 이를 악물고 누워 살아남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스스로의 크기를 증명하지 못하면 털어버리는 체에서 떨어진 사람들. 그 사람들을 쓰다듬는 작가의 오랜 손길이 정성스럽고 따뜻하다. 그래서 사하맨션 밖의 사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로 살아가는 사하를.





그런데 이야기의 마무리가 들떠있다.
이 절박한 활력이 당장은 내 이해범위를 넘어선다.
갑작스런 갭이 절벽처럼 느껴질 정도로 막연해서 막막하다.


장르의 전환이 내게는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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