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권리 - 팬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강우성 옮김 / 엘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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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증정도서ㅡ.

p72 - 어린 나에게 끄떡없어 보였던 농부들은 이제 다른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자살한다. 농부들을 위한 연방정부의 자살방지 상담전화는 폐지되었다.

의료는 왜 민영화 되지 말아야 하는가.

공적인 의료 지원이 없는 지역에서 왜 마약성 약물 남용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심지어 왜 특정 직업군의 자살률이 높아지는가.

p167 - 내가 병에 걸렸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충분히 오래 머무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맹장염에 걸렸다고 해서 한국의 환자가 목숨을 위협받는 두려움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과한 검사를 받게 되리라 우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예일대 교수인 저자는 맹장염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미국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잠깐이지만 사경을 헤매고, 코로나 초기방역을 소홀히 한 정부 의료 정책의 실패로 기억력이 약해지는 후유증까지 얻는다.

p164 -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개인 방호복을 일터에 가져왔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는데, 그 때문에 병원 비축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 고급(?) 보험의 혜택을 입더라도 기초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고, 당위적인 직업 훈련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체계 안에서 코로나를 겪으며 목격한 비정상적인 의료 환경은 충격적이다.

p199 - 건강은 우리 공통의 취약성이고, 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는 우리 공동의 기회이다.

저자는 코로나가 개인을 넘어 천민자본주의를 극단적으로 쫓은 의료와 공공의 가치가 훼손된 (트럼프)행정부의 민낯을 드러내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의료의 공공성을 다시 손볼 것을 주장한다.

'건강'을 핵심이 아닌 '취약성'으로 정의한 데를 곱씹게 된다. 적절한 의료를 보장받지 못한 곳에서 '건강'의 비용은 그 자체로 사회의 위협이 됐다.

p.s. 여러차례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자국(미국)과 비교하는 데서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지만, 동시에 별로 잘 살지 못하는 아시아 국가들보다 평균수명이 당연히 높아야 되는 자본 계층사회 '미국'에 대한 자존심엔 살짝 흠칫하게 된다.

#치료받을권리 #티머시스나이더 #ourmalady #timothysnyder #엘리 #미국 #의료보험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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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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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증정도서ㅡ

p308
"안전한 집안, 원만한 가정, 번창하는 가족······ 수호신은 이 세 가지를 관리하지."

사사사사아사와무라 이치-

#보기왕이온다 #즈우노메인형 과 시리즈인 작품으로 '영매사 히가'가 등장하는 동시에 '익숙한 공간'과 '익숙한 정상성'의 관성을 공포의 소재로 삼는 기조도 유지한다.

이번엔 '정상 가족'과 '집'

유다이와 결혼 후 남편의 전근으로 도쿄로 이사를 온 가호는 2세 준비를 하며 이도저도 아닌 답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어린 시절 친구 도시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초대를 받는다.

저혼자 한층 기분이 좋은 도시는 힘이 빠진 듯한 부인 아즈사, 치매를 겪는 할머니 도시에와 함께 사는 집 여기저기에는 모래가 쌓여 있고, 그들은 그게 마치 아무것도 아닌냥 살고 있는데...

일본 사회의 봉건적인 기저를 비판하는 시선을 쭉 유지하는 것과 소설의 서술 트릭을 책 중반에 비틀어가며 시대와 속습의 어긋남을 지적하는 것은 매력적이나, 악령의 근원과 결말이 설명되지 않는 방식으로 끝맺음 되는 것은 여전히 허전하다.

불운과 사건이 맥락없이 얽혀들어가는 현실의 메타감성을 보여주는 것인가 생각도 하지만, 소설적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독자에겐 다소 부족하다.

끝이 불길한 '이야미스'의 다음 세대는 약간의 '공허미스'인지도 모르겠다. #이야미스 보다는 그게 나을지도. 도입부는 감각을 쭈뼛 서게 만든다.

p.s. 가호가 얽히는 순간의 장면을 장치로 볼 것인가, 과하게 대상화 된 침해로 볼 것인가에 대해선 개인차가 있을 듯하다.

#시시리바의집 #사와무라이치 #아르테 #이선희 #공포소설 #호러소설 #일본소설 #호러 #공포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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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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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9 - 조 매코널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다. "이 연구 이전에 나이테 기록과 빙하 코어 기록은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연대 측정을 거치며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이제 우리는 나무를 보고 말할 수 있다. '화산 폭발 때문에 냉각이 일어났다'라고."

나무의 나이테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자의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작은 중심에서 시작해 동심원을 쌓아가는 나이테처럼 퍼져나간다.

목재 악기나 예술품의 연대를 밝혀내는 데서 시작하는 나이테의 이야기는 온도와 강수량과 같은 기후변화의 양상, 가뭄이 야기하는 정치적 격변, 제트 기류와 태풍의 영향, 지진의 발생, 방사능과 태양 흑점의 변동, 기후변화가 산불의 주기에 끼치는 영향 등 지구 역사의 추이가 인간 문명에 간섭하는 정도와 영향을 나이테를 통해서 밝혀낸다.

살아있는 나무는 샘플을 채취해서, 죽은 나무와 숯은 유물이나 발굴 현장을 통해 나이테의 간격과 형태를 데이터화 하고 축적해서 지역과 시대를 연결한다.

저자가 벨기에에서 태어나 공부할 당시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뛰어다녀야만 했던, 여성에겐 배타적인 과학계에서도 희소한 전공이었다는 것을 한 단계 한 단계 나이테 연구의 범주를 넓히며 경험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귀기울이게 만든다.

친절하고 정갈하게 설명하면서도 범주를 확장해나감으로 해서 인간사의 곁에서 안팎으로 불가분의 동반자로서 자연을 이루는 나무, 숲, 생태계의 심대한 규모와 역할을 일깨워 준다.

저자는 나무 나이테, 연륜연대학의 한계를 숨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지질학, 인류학, 역사학, 화학, 기상학 등 여러 학문과의 교류와 각국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자연을 추적하는 이 이야기가 비단 인간만의 일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의 소통이라는 거대한 화두이며, 우리가 누구누구라는 것과 상관없이 나무와 나이테를 알고 있다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지적하는 듯했다.

p295 - 이때부터 핵폭탄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나이테나 호수 퇴적물과 같은 생물학적이고 지질학적인 기록 보관소에 영구적이며 추적 가능한 방사성 표시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 기이한 변화의 죄는 인간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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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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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46 - 다른 어떤 나라에서 금융 위기가 시작되고 뉴욕의 어느 은행이 파산하자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어느 조그만 도시에 사는 남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

12월 30일,월세 6500크로네를 구하지 못한 은행강도가 총구를 들이민 은행은 마침 '현금 미취급 은행'이었고, 화들짝 놀라 은행을 나와 얼떨결에 들어간 곳은 '오픈하우스'가 진행중인 아파트 한 집.

집을 보러온 사람들은 출산예정 부부, 리모델링 후 재판매를 노리는 부부, 할머니, 부동산 구경이 취미인 금융인과 이들의 중개인.

각자의 분야(?)에서 강하게 살아온 인생고수들 앞에서 한껏 주눅든 초보 강도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는데...

먹고 사는 건 왜이리 힘들고 뻔뻔해져야 하는지, 작은 마을의 부자(F&S) 경찰은 또 왜이리 순박한지, #스톡홀름신드롬 의 나라는 역시 달라도 다르다는 인상을 남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진행, 고전 추리물의 서술트릭과 소소한 반전 거리가 틈틈이 녹아있으며, 따뜻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는 저자의 천성 같은 게 느껴진다. (물론 그게 천성만이겠는가, 노력하며 찾아낸 삶의 방향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 읽은 배크만의 책이다.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빌어먹을 금융위기, 정신질환, 소수자, 편견, 세대차이 등을 마주하며 서로의 간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동화 같은 긍정의 하모니가 완전하게 받ㆍ아ㆍ들ㆍ여ㆍ지지만은 않는다.

그러니까... 초보 강도나 경찰 부자의 허술함,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연쇄적인 어려움을 끈끈한 호의의 연대로 넘어가자는 #allforone #oneforall 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환상적이고 매끈하게 진행된다.

저자가 작중에서 말하듯이, 우울증 약의 약성은 우울감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는데, 소설이 일관된 긍정으로 진행되면서 대체로 저자의 의도에 무뎌지게 된다. 상황을 복구하고 극복하는 데 의의가 있지는 않다. 호의가 불운과 불행을 덮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p.s. #오리엔트특급살인 이 반전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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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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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

p148 성다영

공원에는 4년째 오디와 함께 노는 강아지 친구들이 있고, 흙과 바람이 있고, 동물들의 흔적이 있다.​



여성 시인 10인의 생활 건강.



기분이 박해지고 술을 마시고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내며 고구마를 구워 먹다가 엄마와 목욕탕을 더이상 다니지 않게 된 사연과 경매장의 그림들이 건강과 무슨 상관인가 의문이 들다가도, 이 모든 이야기가 저자들이 건강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없는 이유들로서 전개된다는 데서... 아! 이것은 실로 시인들의 에세이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p65 이소호

잠결이었고, 담당 편집자 A 씨가 "건강......"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건강을 이렇게 슬픈 의미로 전치하는 시인들의 에세이를 모은 출판사 담당 편집자 A 씨가 느꼈을 아득한 기분을 생각하는 것은 어쩐지... 힘없는 웃음이 피시식 피시식 나면서 머리를 벽에 기대게 만든다.



p.s. 신기할 정도로 아무도 코로나를 얘기하지 않는다. 텔레파시로 엮여서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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