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 대한민국 세대분석 보고서
김용섭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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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9

N포세대라는 별칭부터 난센스다. 포기한 게 아니라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가까스로 밀레니얼 세대(1984~1999)에 걸친 것이 기쁜 게 사실이지만, 어른 세대(~1979)에게 밀레니얼과 Z세대의 꼰대가 되지 말라는 속 시원한 지적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듯하다.

저자의 단호한 어투는 높은 가독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알알이 이어진 체인과도 같아서, 이 지적들이 여러 세대에게 유연하게 휘둘리게 해준다.

p164

우리는 그레타 툰베리를 16세 소녀가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환경운동가로 봐야 한다.

나 또한 낡아가는 존재이며, 새롭게 쏟아지는 아이돌과 노래들에 쉽게 피로를 느끼고 있다. 조잡한 유튜브 영상을 거리낌없이 올리는 10대들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고, 기후변화에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를 운동가로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후드티 목줄을 예쁘게 묶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별다방에 앉아서는 책을 읽으며 자유와 휴식을 즐기지만, 동시에 올록볼록 튀어나오는 올챙이 배에 힘을 주고 있... (안돼 나오지 말라구 이 더러운 나태의 덩어리들아)

#페이스북 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소식과 #유튜브 , #인스타 도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예언의 두려움이 엄습하는 이 시간 ㅡ 남들보다 한발 앞서 책 들고 춤 추는 영상이라도 #틱톡 에 올려야 이 취미 생활의 수명이 늘지 않을까...

시의성에 주목하는 책인 만큼 대중적인 깊이에서 주욱 한바퀴 돌아보며 불안한 기시감을 갖기에 좋은 책이었다.

p.s. 틱톡 설치는 했고 계정은 '책춤 추는... 올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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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의 색 오르부아르 3부작 2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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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606 - 1936년 2월 20일, 그는 벌거벗겨져 두 손과 두 발이 침대의 네 다리에 묶인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당시 흔히 사용되던 수면제를 다량 삼키긴 했지만, 그의 죽음은 사타구니에 부어진 상당량의 뜨거운 생석회가 초래한 거였다. 그는 아마 길고도 고통스러운 죽음을 맛보았을 것이다

복수 당하는 못된 것들의 말로는 언제나 날 상쾌하고 기분 좋게 해 🤸‍♂️

1927년에 시작된 마들렌과 아들 폴의 불행은 1936년에 이르러 해피엔딩을 맞이하는데, 복수의 과정이 거의 완벽하다시피 매끄럽게 진행되는 편안함이 미스터리 장르가 추구하는 긴장의 미덕을 미아로 만들어 버린다.

p33 - 그는 항상 자기 형보다 조금씩 모자랐다. 나이도 모자라고, 두뇌도 모자라고, 근면함도 모자라고, 그리고 당연히 재산도 모자랐다.

600쪽에 이르는 분량에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빵'하고 터진다기보다는 후반부 300쪽 분량에 적당하게 배분되어 있어서 ㅡ 이런 게 혹시 프랑스식 미스터리라면 아쉽게도 저와는 한 침대를 쓰기 어렵겠어요 😮

그래도 270쪽에서 오페라 가수 솔랑주를 소개하는 묘사법은 재기 넘치는 탁월하고 화려하다. 과연... 👍 #사흘그리고한인생 에서도 이렇게 좀 써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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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생각하는 빵 - 도쿄를 사로잡은 빵집 ‘365일’의 철학과 맛의 비법 My Favorite Things
스기쿠보 아키마사 지음, 박햇님 옮김, 김혜준 외 감수 / 나무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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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37

어떤 선택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 전에, 내 가게가 어떤 맛을 겨냥할지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본의 유명 빵집과 음식점 여러 곳을 운영하고 컨설턴트로도 활동하는 파티시에인 저자의 빵과 빵집에 대한 고집, 마음이 잘 정리되어 있다.



<생활은 달인> 류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종종 접하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빵에 대한 테크닉을 넘어서 가게가 위치한 지역과 어떻게 어울리고 차별화된 특징을 어떻게 호소하는지에 대한 고찰, 빵을 잡는 위치에 따라 어떤 맛을 보여주게 되고 어떤 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예민한 과정을 '전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방식의 화법으로 담담하게 적어내려 간다.



방법을 공개하는 것은 자신감이겠으나 과장되지 않은 서글서글한 표정이 느껴졌다.



p47

하지만 밀은 그 정도로 단백질 함유량이 많지 않아서 맛의 변화는 크게 없습니다. 그래서 제빵에서는 '발효'가 더 깊은 맛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기포를 형성하고 열전도를 좋게 하기 위한 과정이구나 하고 깨달은 거지요.​



제과제빵 종사자라거나 취미로 하거나 빵돌이는 아니라서 이 내용들의 정확성이나 의미, 활용도가 어찌어찌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읽고 나면 맛있고 윤기 도는 식빵이 당기게 된다.



식빵 식빵 뜯어먹는 식빵 🍞



p.s. 친구 언니님이 이쪽에서 일하시는데 제과 자격증, 제빵 자격증은 따로 따로 따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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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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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고요고 아는 맛이네ㅡ 아는 맛 오홍홍홍

당나라를 배경으로 온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쓴 황재하와 그녀를 자신의 당직(?!) 환관으로 들이게 된 당나라 황제댁(?) 넷째 동생 이서백의 속 보이는 탐정물이다.

오래전 불 들어오는 초승달 점을 반짝이던 #포청천 도 생각나고 고우영 화백이 그린 #십팔사략 도 생각나는, 그런 아는 맛이 20대 젊은이(크흑ㅡ ㅜㅜ)들을 만나고 1권에서부터 황제X황후가 엮인 사건까지 해결하는 빠른 전개를 보여주니 '오호ㅡ 라'

독특한 점은 속전속결로 짧게 치고 빠지는 웹소설이라기엔 미스터리의 얼개가 복잡한 비교적 큰 스케일의 사건도 다루고, 동시에 마치 영상화를 목표로 하고 쓴 듯한 화려한 화면 전환과 다채롭고 자극적인 소재가 남다르다.

로맨스도 엿보이지만 추리적 매력이 더 돋보인다는 점이 소중됨.

2권을 기대할만한 역량을 보여주는데, 1권에서 황제X황후가 등장하면... 2권에선 사교나 역적질이라도 🤔

p.s. 제목 簪中錄은 '비녀 잠'자를 쓰는데, 주인공인 황재하의 비녀로 기록하는 습관을 말하는데, 이서백 왕자님이 특별히 이중으로 만들여진 멋진(?) 비녀를 선물로 주는데... 무심한척 하기는... 애기들 진짜...

#잠중록 #簪中錄 #처처칭한 #아르테 #중국소설 #추리소설 #웹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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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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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말들이 담담하면서도 동시에 그와는 반대로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저자가 상당히 앞선 지향점 위에 서서 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p117

슬픔은 이토록 개별적이고 구체적이고 성가시고 집요하고 난데없다. 예습과 추론이 불가능하고 복습과 암기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81개 제목의 글을 엮은 책으로 글쓰기 강사, 여성, 엄마, 세월호, 반올림, 노동, 교육 등의 다양한 소재를 저자인 은유가 자신이 읽은 책들과 어울려 놓았고 '고통'과 '가부장 중심적 부조리'를 둘러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불균형이 가장 눈에 띄었다.

p179

용서는 신이 지급하는 쿠폰이 아니고 인간의 용기를 거름 삼아 자라는 나무라는 것.

글ㅡ제목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이슈를 다뤘고 직간접적인 체험의 현장에서 거세게 몰아쳤을 이성과 감정의 목소리를 글쓰기의 과정에서 한편 한편 가지런하게 다듬어냈다.

현장의 밤송이같은 이슈와 목소리들이 글쓰기를 거쳐 손대기 쉬운 알밤이 된다. 밤은 그대로.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다양한 이 이야기들을 잘 감싸안는 제목인지와 글들이 한 권의 집합으로 모였을 때 우후죽순 솟아난 모양새로 보인다는 것은 읽기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혹은 '내가 숨을 고르며 읽었어야 했나'하는 질문을 부른다.

p335

숨 붙은 것들 입에 밥 들어가는 장면은 왜 볼 때마다 울컥한가.

위 문장처럼 갑자기 무뎌진 단어가 나오거나, 여성의 돌봄 노동을 한탄하면서도 자신의 자녀에게 쏟는 돌봄을 적은 글은 솔직하다기 보다는 작은 혼란이 된다.

다소 묵직한 분량과 책ㅡ현장에서 뭔가 이끌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의 무게가 권리와 성의 불평등의 현장에서 죄책감과 책임과 반성을 덜어내고 '나'를 찾자는 글쓰기 현장의 톤을 살짝 어지럽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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