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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3월
평점 :
글말들이 담담하면서도 동시에 그와는 반대로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저자가 상당히 앞선 지향점 위에 서서 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p117
슬픔은 이토록 개별적이고 구체적이고 성가시고 집요하고 난데없다. 예습과 추론이 불가능하고 복습과 암기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81개 제목의 글을 엮은 책으로 글쓰기 강사, 여성, 엄마, 세월호, 반올림, 노동, 교육 등의 다양한 소재를 저자인 은유가 자신이 읽은 책들과 어울려 놓았고 '고통'과 '가부장 중심적 부조리'를 둘러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불균형이 가장 눈에 띄었다.
p179
용서는 신이 지급하는 쿠폰이 아니고 인간의 용기를 거름 삼아 자라는 나무라는 것.
글ㅡ제목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이슈를 다뤘고 직간접적인 체험의 현장에서 거세게 몰아쳤을 이성과 감정의 목소리를 글쓰기의 과정에서 한편 한편 가지런하게 다듬어냈다.
현장의 밤송이같은 이슈와 목소리들이 글쓰기를 거쳐 손대기 쉬운 알밤이 된다. 밤은 그대로.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다양한 이 이야기들을 잘 감싸안는 제목인지와 글들이 한 권의 집합으로 모였을 때 우후죽순 솟아난 모양새로 보인다는 것은 읽기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혹은 '내가 숨을 고르며 읽었어야 했나'하는 질문을 부른다.
p335
숨 붙은 것들 입에 밥 들어가는 장면은 왜 볼 때마다 울컥한가.
위 문장처럼 갑자기 무뎌진 단어가 나오거나, 여성의 돌봄 노동을 한탄하면서도 자신의 자녀에게 쏟는 돌봄을 적은 글은 솔직하다기 보다는 작은 혼란이 된다.
다소 묵직한 분량과 책ㅡ현장에서 뭔가 이끌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의 무게가 권리와 성의 불평등의 현장에서 죄책감과 책임과 반성을 덜어내고 '나'를 찾자는 글쓰기 현장의 톤을 살짝 어지럽히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