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큐어 - 면역학의 혁명과 그것이 당신의 건강에 의미하는 것
대니얼 데이비스 지음, 오수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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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0
과학이라고 명명한 것은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그런데도 과학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욕망이다.
내 생각에 세부적인 것을 파악해 우리가 얻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우리가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해서다.

생물학에 관심이 있고, (가능했을지 모르겠으나) 대학에서 교양으로나마 면역학 수업을 들었다면 이 책이 밝히고 있는 다양한 이름, T세포나 B세포, 수지상세포, 인터페론, 코르티솔 등의 발견과 학자들의 이름과 연구에 대해 더 밀접하게 반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일종의 읽기의 혼란 속에서 면역학자인 저자가 막간에 힘주어 말하는 지점을 넘어가며 발견하는 건 ㅡ 이 학문이 지나온 관문마다의 해답 풀이라기보다는(뭐... in my opinion) 과학의 한 가지로서 이 학문이 열매 맺는 방식, 학자 각각의 미지에의 도전과 열망, 점진적인 과정을 잇는 작은 세포 단위의 고리를 엮은 동료들에 대한 지지와 과학에 대한 믿음이었다.

p180 - 신약 개발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탁 트인 고속도로가 아니다. 이 길은 좁디좁은 오솔길과 위성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사잇길, 게다가 보이지 않는 위험과 사각지대로 그득한 길이다.

물론 책으로 접하기에 흔치않은 영역인 면역학을 기념하기 위해서 특이점이나 변곡점이 된 사건들이 대다수이지만 그 과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이 이상한 나라에 뛰어드는 수많은 앨리스(저자가 비슷하게 말했음)의 모험이 결과에만 매몰 당하지 않도록 해준다.

이것도 감상이라며 적기 위해 뒤적여보는 와중에서야 나로서는 이해하기 버거운 이름들을 얻기 위해 쏟아 넣은 공로의 사슬이야말로 이 책의 제목에 들어간 beautiful이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18 - 면역학자들은 각자 자신의 몫을 조금씩 보태고 있는 중이며

어느 학문이 그러하지 않겠냐마는, 그리고 뜬금없는 연상聯想이겠으나 ㅡ 저자가 밝히는 학계의 연대는 얼마 전 읽은 #면역에관하여 에서 인상적이었던 표현, 구성원들이 함께 가꾸는 '면역의 정원'을 떠올리게도 한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 서로의 띠를 잇는, 그런 것 말이다.

p.s. 모르는 걸 읽는 건 참으로 어렵소.

#뷰티풀큐어 #대니얼m데이비스 #thebeautifulcure #danielmdavis #21세기북스 #면역학 #면역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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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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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호쾌하다는 뒷표지의 문구에도 수긍하게 되고, 소설의 세계가 놀이공원이라면 이케이도 준은 롤러코스터라 하고 싶다. 번역된 작품은 빠지지 않고 읽었는데 실망한 적은 없다.

p398 -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알고 나면 책임이 생긴다. 모처럼 수주한 거액의 거래를 최악의 형태로 망치면 나시다의 실적에도 흠이 간다.

중견 제조업체 도쿄겐덴에서 벌어지는 단가 후려치기, 납품 비리, 은폐, 파벌 싸움 등을 각각의 이야기 여덟 장으로 엮어낸다.

p97 - 생각하지 마.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거나, 몰라야 할 것을 알게 된 경우. 모르거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들켜버리게 되는 아슬아슬한 조직의 풍경은 (결코 남같지 않지만) 일본의 해묵은 병폐를 반복해서 조목조목 따지는 이케이도 준의 절박한 진단에 가깝다.

특히 너무 부자라 삼대는 끄떡 버티게 한 그간의 저력을 믿고 내재적인 변화에 무관심했던 일본 사회에 경고를 던지는 장면들(작은 규모의 가족 중심 회사들부터 문을 닫게 만드는데)은 멀리서 보면 소설의 소품이지만 끔찍한 붕괴의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다소의 단점(종종 보이는 클리셰와 젠더의식)에도 불구하고 이케이도 준 특유의 시원한 진행과 미운 놈 한 대 더 때려주는 응징의 맛, 그리고 은근히 찾기 어려운 기업 배경 소설이라는 장점이 더 크다는 건 부인하기가 어렵다.

p.s. 개인적으로는 게이고 열풍의 대항마로 소개하기 좋은 작가였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있다.

p.s. p385~386에서 '정보 전달'의 의미로 여러번 사용된 '가르쳐주다'는 '알려주다'로 번역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일곱개의회의 #이케이도준 #비채 #김영사 #미스터리 #장르소설 #일본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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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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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펄럭거리는 파란색 셔츠와 걷어 올린 소매, 우리 집으로 이어진 뜨거운 자갈길을 빨리 걸어 보고 싶다는 듯 해진 에스파듀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볼록한 발꿈치.

열일곱 엘리오의 모든 페이지에서 열점이 태어난다.

시작부터 열기가 빠져나갈 새 없이, 쉬지도 않고 번민하며 달아오른 두 남자의 열애는 역설적으로 여름의 볕을 피해 스스로 서늘한 내실의 천장 밑으로 달아날 때에야 선명하게 열원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내밀한 열기.
연극적인 기만과 접촉, 속삭임.

지하철 차가운 봉에 기대 읽으면서 벌게지는 낯과 책 표지의 간지러움에 숨고 싶게 만든 책은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이 책 두 권뿐이었다.

p150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버지니아 울프는 과거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며 확장되고, 그래서 현재가 닿지 못하는 완성된 감정을 오직 과거만이 갖는다고 했다.

그래서 순식간에 현재에 가까워지는 결말부는 감정과 현실의 불완전한 조우를 더 안타깝게 만들며 첫 6주가 이 둘에게 가장 총애받는 밀애의 기억이 되게 만든 것일지도.

마지막 페이지에서 피어오르던 나른한 고백에 어지럽게 만들며ㅡ 은근히 기대하게 만든 둘의 남은 이야기( #파인드미 )를 열어볼 차례이다.

둘의 이름이 배덕(?)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전할지, 표지의 색처럼 식어서 굳어버릴지.

p.s. 후속작 #파인드미 를 내면서 판을 바꾼 세번째 표지는 아는 이들은 다 알듯이... 더 대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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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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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펄럭거리는 파란색 셔츠와 걷어 올린 소매, 우리 집으로 이어진 뜨거운 자갈길을 빨리 걸어 보고 싶다는 듯 해진 에스파듀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볼록한 발꿈치.

열일곱 엘리오의 모든 페이지에서 열점이 태어난다.

시작부터 열기가 빠져나갈 새 없이, 쉬지도 않고 번민하며 달아오른 두 남자의 열애는 역설적으로 여름의 볕을 피해 스스로 서늘한 내실의 천장 밑으로 달아날 때에야 선명하게 열원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내밀한 열기.
연극적인 기만과 접촉, 속삭임.

지하철 차가운 봉에 기대 읽으면서 벌게지는 낯과 책 표지의 간지러움에 숨고 싶게 만든 책은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이 책 두 권뿐이었다.

p150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버지니아 울프는 과거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며 확장되고, 그래서 현재가 닿지 못하는 완성된 감정을 오직 과거만이 갖는다고 했다.

그래서 순식간에 현재에 가까워지는 결말부는 감정과 현실의 불완전한 조우를 더 안타깝게 만들며 첫 6주가 이 둘에게 가장 총애받는 밀애의 기억이 되게 만든 것일지도.

마지막 페이지에서 피어오르던 나른한 고백에 어지럽게 만들며ㅡ 은근히 기대하게 만든 둘의 남은 이야기( #파인드미 )를 열어볼 차례이다.

둘의 이름이 배덕(?)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전할지, 표지의 색처럼 식어서 굳어버릴지.

p.s. 후속작 #파인드미 를 내면서 판을 바꾼 세번째 표지는 아는 이들은 다 알듯이... 더 대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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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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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밀도는 높아지고 멸망의 징조는 확장된다.

p433 - 나쑨은 어머니라면 그걸 감당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적어도 저 사람보다는 강한 사람이랑 애를 낳았어야죠. 나쑨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를 에쑨을 향해,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 오로진, 수호자, 스톤이터 그리고 오벨리스크.

아들 우체를 죽이고 첫째딸 나쑨을 끌고 간 지자.

딸을 훔친 남편을 쫓는 에쑨과 그녀에게 구원받은 스톤이터 호아, 지하학자 통키가 닿은 지하 수정굴의 공동체 카스트리마. 다섯 번째 계절을 일으킨 알라배스터.

에쑨의 수호자였다가 이제는 딸 나쑨의 보호자가 된 샤파.

종족간 능력의 꼬리물기나 재능, 숙명, 재난이나 고대 오벨리스크의 신비와 새로이 구축된 자연의 법칙까지. 아무리 섬세하고 면밀하게 조정하고 다듬을지라도 관용과 애정, 희생이 스며들지 않으면 그게 과학이든 판타지든 어떤 것도 약속해주지 못 할 것인데, 한계를 맞서며 분명히 보여준다. 무엇이 이들을 연결해주는지 말이다.

1권에 이어 2권에 들어서는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가 변이(?)하는 과정, 에쑨과 나쑨 모녀의 성장, 멸망의 징조가 작가가 조직한 집단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살갗에 꿰인 고통과 흉터를 안고서.

p.s 3권은 1년 기다려야 하나... 근데 막 오로... 나민 아님요.

#오벨리스크의문 #다섯번째계절 #부서진대지 #nk제미신 #nkjemisin #theobeliskgate #황금가지 #sf소설 #판타지소설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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