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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마리아 -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
헨리에타 헤인즈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프랑스에서는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오랫동안 왕은 절대 군주로 군림하면서 시민들을 통치해 왔는데 계속되는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이 나자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고 하였고, 성직자나 귀족은 세금을 내지 않고 시민들에게만 세금 부담이 가중되다보니 그동안 쌓인게 폭발하면서 결국 혁명으로 이어졌네요. 당시 왕과 왕비였던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민들에 의해 단두대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왕의 목을 자른 것은 충격적인 사건인데 이보다 더 이른 시기에 처형된 왕이 영국의 찰스 1세입니다.
루이 16세 만큼이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유명했던 것과는 달리 찰스 1세의 아내였던 헨리에타 마리아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네요. '헨리에타 마리아' 는 당시의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헨리에타 마리아의 삶을 기록한 책입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유럽 곳곳에는 크고 작은 나라들이 등장하였는데 서로 전쟁이 끊이지 않았네요. 상황에 따라서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였는데 서로 동맹을 맺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혼인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왕실에서 딸이 태어나면 국제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딸의 남편을 결정하였네요. 프랑스에서 태어난 헨리에타 마리아 역시 15살의 나이에 그녀보다 9살이 더 많은 잉글랜드의 찰스 1세와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한번도 남편이 될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는데 가혹한 운명이라고 여겼을지,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네요.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를 품고 왔지만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과 모든 것이 달려졌기 때문에 생활이 쉽지 않네요. 잉글랜드 사람들 입장에서는 왕비가 외국인이며 자신들의 종교와는 다른 카톨릭을 믿고 있습니다. 영국은 카톨릭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교회를 만든 이후 종교 갈등으로 피바람이 몰아치다가 겨우 성공회가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왕비의 종교는 이전에 있었던 갈등을 떠올리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버킹엄 공작은 왕과 왕비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면서 부부 관계를 나쁘게 만들었고, 프랑스에서 같이 왔던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내면서 잉글랜드에서 자신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무척 외로웠을것 같아요.
버킹엄 공작이 암살된 이후 찰스 1세와는 사이가 좋아지면서 나중에는 부부 금슬로 무척 유명했다고 합니다. 자녀들도 태어나고 잉글랜드에서의 생활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찰스 1세와 의회의 대립이 극적으로 치달으면서 내전이 벌어졌네요. 헨리에타 마리아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해외로 떠났는데 찰스 1세가 패배해 사형을 당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후 잉글랜드는 공화정으로 바뀌었다가 헨리에타 마리아의 아들인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왕정으로 복귀하였고, 헨리에타 마리아는 잉글랜드로 가서 몇 년을 지내다가 프랑스에 돌아와 조용히 살면서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왕실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의 왕과 정략 결혼, 살얼음판을 걷는것 같았던 잉글랜드에서의 생활, 의회와의 전쟁에서 패한 남편의 참수형, 그리고 자녀의 왕위 복귀까지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네요. 일반 시민의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평범하게 살았겠지만 당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였던 프랑스에서 공주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당시 영국의 상황과 헨리에타 마리아의 일생에 대해 읽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