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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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면서 한창 문학에 관심이 많을때 일본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고 해서 찾아본 기억이 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이라는 소설이었는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라는 첫 구절이 무척 유명하다고 하네요. 미국이나 유럽의 고전 소설을 읽다가 일본 소설은 처음 읽어봤었는데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알았지만 정서가 다른 부분도 있어서인지 그때는 잘 와닿지 않았었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본다면 그때와는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에서는 미(美)를 강조하는 탐미주의 문학이 있는데 대표적인 작가는 다니자키 준이치로라고 합니다. 이번에 문예출판사에 새로 나온 '슌킨 이야기' 는 그의 대표작인 슌킨 이야기 외에도 몇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일본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어보았네요.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등이나 팔, 다리 등 곳곳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커다란 잉어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 고전 그림에 나오는 전형적인 일본인 그림도 있는데 구성이나 색깔 등을 보면서 거의 보기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신 그림이 많은 것을 보면 일본인에게는 아름답게 보이나봐요. '문신' 에서는 문신 전문가가 심부름을 온 아름다운 소녀를 약에 취하게 한 다음에 등에다 문신을 새겨 넣습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았고 아직 어린 아이인데 평생 남게될 문신을 만들었네요. 만들어진 문신을 보면서 자부심과 함께 소녀의 아름다움이 비로소 문신으로 완성되었다고 하였고 소녀도 무척 만족해 하는데 소설이지만 약간 거부감도 들었네요.

책에 실린 몇 편의 단편 중에서 '길 위에서' 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단편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았는데 점점 아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추리 소설을 읽는것 같았네요. 아내의 죽음은 우발적인 사고인 것으로 보이지만 하나하나가 우연을 가장한 치밀한 계획이었습니다. 같이 길을 걸으면서 대화를 하는 동안 사건이 밝혀지는데 정말 몰입하면서 읽었네요. 좋은 계획이든 나쁜 계획이든 한치의 빈틈도 없이 일을 계획하는 것도 탐미주의 관점에서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마지막에는 제목과 같은 '슌킨 이야기' 가 나옵니다. 슌킨은 무척 아름답고 예술적 능력이 뛰어나지만 어릴때 눈이 멀어서 앞을 보지 못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부모가 가엾게 여겨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었고 자신도 미모와 재능이라는 무기를 알고 있다보니 버릇이 없기도 했습니다. 사스케는 평생 슌킨을 옆에서 돌보면서 스승으로 모셨는데 슌킨이 얼굴에 생긴 상처로 고통스러워하자 나중에는 스스로 바늘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습니다. 영화 '서편제' 에서도 판소리를 하는 여자 장님이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서적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네요.

이 책의 저자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그의 글을 읽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인이 추구하는 극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네요. 단편 하나하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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