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살인자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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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 매니아라고 말하고 다니는 나이지만 실상 제대로 국내 추리소설 한 번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이 일본이나 미국, 유럽처럼 메이저 장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저를 포함한 국내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연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일본이나 서양 작품을 사고마는게 이 모순점을 과연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제 자신에게도 하나의 과제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접한 <반가운 살인자>는 제목 만큼이나 제겐 참으로 반가운 국내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사실상 제 미스테리 독서사에 사실상 첫 국내 작품이었으니까요?

책장을 덮은 지금, 제 머릿 속에는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들어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풀어낼지도 참으로 고민스럽구요. 제가 느낀 점을 말하자면 이 단편집은 크게 미스테리 요소와 다른 사회소설과의 적절한 배합이 이루어진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서양의 크라임 픽션이나 일본의 본격 추리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는 것이죠. 어찌보면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나 <화차> 등 사회파 추리소설과 더 가까운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조차 100% 일치하진 않습니다.

이 작품이 독특한 점은 바로 대부분의 소재 자체가 우리나라 즉 국내의 가슴아픈 현실 즉 빈곤, 이기심, 왕따, 불륜 등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작가의 시선은 가슴 아픈 스토리 자체에 있으니까요. 

대표적으로 <반가운 살인자>를 보자면 이 가장은 현 시대의 중년상을 대변하는 캐릭터입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능력은 없고, 마지막 남은 사랑하는 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는 설정은 이 시대가 낳은 비극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저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밖에도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 <숟가락 두개>같은 작품은 정말 미스테리라기 보다는 휴먼드라마로서 심금을 울리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미스테리가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그래도 미스테리라 하겠습니다. 특히 <남편을 죽이는 서른가지 방법>은 좀 오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와이프 얼굴 한번 더 보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있는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남자라 그런지 남편이 좀 불쌍하더군요. 별로 죽을 만한 짓 한 것 같지도 않은데...여자가 더 무서웠습니다.

그 밖의 작품들도 모두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다시한번 사회적 모순을 느끼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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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그리고 좀비 - 제1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백상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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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란 무엇일까요? 먼저 이러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습니다.

썩고 문드러진 살, 붉게 충혈된 눈,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싱싱한 인육을 먹기 위해 다가오는 돌연변이 괴물...이 정도로 정의될까요?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좀비 말고도 실은 수많은 요괴,괴물들이 있습니다. 드라큘라, 도깨비, 오우거(슈렉^^), 구미호, 유령, 우부메 등 나라별로 대표요괴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좀비와 다른 요괴들과 좀 다른 점이 있음을 느낍니다. 바로 얼마전까지 맥주 한잔 나누던 친구나 아니면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아주 가까운 이들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얼마전까지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이죠. 죽이는데 따른 죄책감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일단 공적으로 몰리게 되면 대량 살육전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다른 요괴들보다 의외로 좀비는 만만합니다. 가슴에 못을 박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주술로 지옥의 문을 열어 멀리 보내버릴 필요도 없습니다. 정말 겁만 안 먹은다면 삽 한자루로도 머리를 날려버리면 되는 존재.  하긴 때거리로 몰려오니 좀 힘들긴 하지만 중무장만 하고 있다면 한 백마리 정도는 혼자서도 없앨 수 있을 정도입니다(하지만 영화를 보면 주인공만 그렇게 하고 나머지 조연들은 이상하게도 쉽게 죽어버리죠^^).

어찌되었건 좀비가 되는 순간 이들은 인간들의 공적이 됩니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왕따문화처럼 이유를 막론하고 이들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좀비가 된다는 공포감. 이 공포감이 인간들을 좀비보다 더 잔혹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좀비가 무서운 건지 좀비를 죽이는 사람이 무서운 건지 알수가 없게 되어 버립니다. 한쪽은 살기위해, 한쪽은 먹기위해 서로를 죽이는 것. 제가 보기엔 좀비라는 것은 남을 공격해서 나의 이득을 챙기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마음의 요괴가 형상화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한 것은 없애야 하고, 내가 살기위해 죽여야 합니다. 결국 이 싸움의 성패는 어느 쪽이 기득권을 쥐느냐에 따라 결론이 납니다. 결국 쪽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거죠. 결국 다수가 이기는 민주주의와도 연결되는 겁니다.

이상이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느낀 좀비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이제 작품으로 돌아가서 제 생각을 적자면 이 책에 수록된 5작품 모두 좀비에 대해 새로운 해석과 설정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1. 섬 - 우리는 지금도 이런 섬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서의 섬은 좀비에 둘러싸인 아파트를 말합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엔 굳이 좀비가 아니더라도 이런 섬이 어디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섬이라는 제목은 현실을 반영하는 하나의 상징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그만큼 이 작품은 좀비의 무서움보다는 좀비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촛점이 맞춰저 있습니다. 

결국 냉소적인 시선으로 변화된 좀비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은 생존의 과정에서 좀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접하게 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좀비세상에서 인간이 살기 위해 인간을 죽인다는 것, 왠지 씁쓸한 생각을 지우기가 힘이 들던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악전고투하던 주인공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최후를 맞습니다. 

최후의 순간, 허공에 몸이 던져진 주인공이 추락하며 했던 생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2. 어둠의 맛 - 인간세상에 대한 해학

이 작품은 여기 다섯 작품 중 가장 독특한 작품입니다. 여기서는 좀비가 절대 약자로 나옵니다. 그리고 인간과 불편한 공생을 하게 되고, 전염병 환자처럼 배척받고 무시받고 천대받게 됩니다. 

근데 좀비들은 억울합니다. 좀비가 되고 싶어도 된 것도 아닌데 자꾸 사회는 울타리밖으로 쫓아낼려고만 하니까 말이죠. 이런 부조리를 타파하려는 주인공! 그 결말은? 절로 쓴웃음 짖게 사는 사회현실이 잘 녹아있습니다.

3. 잿빛 도시를 걷다 - 바이오 해저드를 연상시키는 공포

우리가 기존에 많이 보아온 좀비물의 설정과 가장 닮아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에게 보다 익숙한 좀비의 공포, 그것도 자신의 뇌리 속에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과 냄새를 맡고 찾아다닌다는 설정 등 섬뜻함이 강한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비극이며, 설정자체도 이런 곳에는 일분도 있고 싶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공포요소는 다섯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도도 사피엔스 - 모든 것이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인간세상에 대한 리포트

질병으로 좀비가 되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다가오는 인류의 멸종 위기,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마저 희생하는 양심적인 의학자와 동료들. 

하지만 이 모든 노력들이 작가의 허무한 시선 속에 결국은 불가항력의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좀비 바이러스는 인간을 벌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린 천벌일까요? 이러한 질문마저 허무한 메아리로 울리며 작품은 끝을 맺습니다.

5. 세상 끝 어느 고군분투의 기록 - 가장 무서운 것 그것은 '고독'

범죄자를 사회와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교도소가 좀비세상으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보호(또는 격리)해주는 장소가 된다면? 이러한 배경설정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의 주제는 고독입니다.

원래 세상사람들과 엮이지 않고 싶어 자기만의 고립된 생활을 즐기던 주인공 유남은 좀비세상으로 변한 지금 교도소에 홀로 남아 이제 도리어 고독과 싸웁니다. 교도소 안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 할 수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설정이 도리어 이러한 고독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합니다. 하루하루 좀비와 싸워야 하고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한다면 고독 대신 생존의 열망이 더 강하게 다가왔을 텐데...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도 힘들고 나약한 존재입니다.

결국 유남은 우연히 발견한 인간 갓난아이를 구하러 담을 넘습니다. 인류애나 정의감일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의 고독을 치유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생사를 넘나든 구출작전은 결국... 마지막 구출장면은 다섯 작품 중 가장 돋보이는 액션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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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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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본격 추리소설에 상당히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사실상 밀실 살인사건의 대부라고도 할 수 있는 존 딕슨 카의 작품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반갑더군요.

책 디자인도 잘 되어 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작품 자체는 현 시대를 사는 사람이 한 번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더군요. 마치 우리가 구운몽이나 사씨남정기를 읽으며, '재미는 있으되 지금 사는 세상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네 그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특히 21세기를 사는 동양사람이 백년전의 서양 상류사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는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이 상당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건자체는 잘 이해되는데 그 외의 사항들(인물들의 심리라 든지, 이에 따른 서로의 반응이라던지 하는 것)이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이런 것들이 이해가 잘 되야 작품의 몰입도가 높아지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물리적 트릭도 제가 기대했던 것 만큼 기상천외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 소설의 트릭을 쉽게 말한다면 ’눈속임’을 통한 알리바이를 만든 것인데, 현실적으로 과연 이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작품 초반에 느꼈던 큰 장벽이(처음에는 상당히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작가 스스로가 완벽한 밀실을 구현해 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단순한 속임수 였다는 것 - 그것도 별로 납득이 안가는 속임수 - 때문에 솔직히 김이 좀 새는 결말이었습니다.

요즈음 나오는 미스테리 소설들의 단계가 너무 높아졌음인지 아니면 시대가 변하니 독자들의 시각 또한 달라졌음인지 알수는 없지만, 이 작품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미스테리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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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남
슈도 우리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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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제목도 무척이나 생소한 이 작품은 현재 절판되어서 시중에서 구매조차 사실상 어려운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는데 동네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남아있던 책을 발견하게 되었죠^^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작가 슈도 우리오에 대한 정보는 특별히 없습니다만 느낌상 이 작품 <뇌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이후에 작가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에 있는 작가 소개도 그야말로 간략하게 되어 있네요.

하지만 이 <뇌남>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란포상을 수상했을 만큼 상당히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 소설입니다. 작품 경향은 본격 추리소설이나 정통 탐정소설과는 거리가 아주 먼 장르로 일종의 사건 위주로 전개되는 스릴러 계열의 장르로 보입니다. 사회파 추리소설과도 연결고리가 있어보이고, 약간의 심리 서스펜스와 하드보일드적인 요소도 적절히 섞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한 마디로 딱 정리하자면 일종의 추리 일드같은 사건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책 제목이기도 하고 주인공을 가리키기도 하는 말인 뇌남은 말 그대로 일반인과 다른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한 한 남자를 뜻합니다. 우리 보통인간과는 전혀 다른 뇌구조와 감정체계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과거, 그리고 현재 급박하게 벌어지는 사건이 점차 해결되어가는 단계를 독자는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 격인 정신과 의사 마리코를 통해 독자들은 일본의 의학계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걸친 여러가지 모습들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폐증과 정신의학적인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들과 설명을 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소설의 백미는 재미있는 스토리에 있습니다. 특히 감정이 결여되었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해 가는 주인공 스즈키 이치로의 후반기 활약상은 여느 영화의 한 장면과도 견줄만큼 흥미진진합니다. 작가가 조금만 더 작품활동을 했다면 <덱스터 시리즈>와 같이 <스즈키 이치로 시리즈>도 만들어져 꽤나 재미를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스토리를 무리없이 전개하려다 보니 왠지 스즈키 이치로가 자폐아에서 뇌남이 되는 과정 상의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사건의 결말부분에서 약간의 미숙한 전개(헬기 탈출 등)가 옥의 티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때 과연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할 만한 역량있는 작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책 읽은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은 수작임에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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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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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작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야츠지 유키토나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입니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이 작품은 일단 두꺼운 책 두께가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표지를 보면 화려한 수상 경력에 왠지 모르게 재미있을 것 같은 편견에 사로잡히며 책장을 넘기게 되는데요, 의외로 중반 정도까지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해서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일단 호흡 자체가 무척이나 긴 편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처럼 기본으로 3~4명 정도 죽어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그런 전개도 아니고, 종국적으로 한 사건을 가지고 집요하게 원인과 결과를 탐구하기에 사건 전개가 빠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들어있는 조각에 대한 고찰(작가가 전문가가 아니였다면 자료를 찾기 위해 무척이나 고심했을 것 같은)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을 틀로 석고상을 뜨는 인사이드 캐스팅 기법은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수적인 내용이므로 이에 대한 설명을 대충대충 넘겨 보다가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해가 안되는 누가 발생될 수도 있으니 꼬박꼬박 읽을 필요성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게 결국 제목에 모든 힌트가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긴 작품 내내 왜 머리가 사라져야 했는지 그 점에 착안한다면 독자 나름대로의 추리로도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입니다. 오랜 길을 걸어서 도착한 종착지에 별 볼 것도 없다면 무척이나 실망도 크겠죠. 하지만 이 작품은 과연 지금까지 내가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하듯, 결말부분에 상당히 충격을 주는 결말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한 순간에 비밀이 풀리는 순간, 오랫동안 작가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부분이 미안하기도 하구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은 흥미본위라든지 명탐정이 나와서 활약하는 미스테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해 가며, 직소 퍼즐을 완성하듯이 그림을 맞추어 가는 그런 소설입니다. 

충격적인 결말에 맞는 군더더기 없는 복선들과 인과관계는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철저함과 관록, 작가의 고민이 가득 묻어나는 그런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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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2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두께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예비독자입니다^^;
복선과 인과관계라~~ 전 대충읽기의 달인인데ㅋ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겠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