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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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작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야츠지 유키토나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입니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이 작품은 일단 두꺼운 책 두께가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표지를 보면 화려한 수상 경력에 왠지 모르게 재미있을 것 같은 편견에 사로잡히며 책장을 넘기게 되는데요, 의외로 중반 정도까지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해서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일단 호흡 자체가 무척이나 긴 편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처럼 기본으로 3~4명 정도 죽어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그런 전개도 아니고, 종국적으로 한 사건을 가지고 집요하게 원인과 결과를 탐구하기에 사건 전개가 빠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들어있는 조각에 대한 고찰(작가가 전문가가 아니였다면 자료를 찾기 위해 무척이나 고심했을 것 같은)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을 틀로 석고상을 뜨는 인사이드 캐스팅 기법은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수적인 내용이므로 이에 대한 설명을 대충대충 넘겨 보다가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해가 안되는 누가 발생될 수도 있으니 꼬박꼬박 읽을 필요성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게 결국 제목에 모든 힌트가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긴 작품 내내 왜 머리가 사라져야 했는지 그 점에 착안한다면 독자 나름대로의 추리로도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입니다. 오랜 길을 걸어서 도착한 종착지에 별 볼 것도 없다면 무척이나 실망도 크겠죠. 하지만 이 작품은 과연 지금까지 내가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하듯, 결말부분에 상당히 충격을 주는 결말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한 순간에 비밀이 풀리는 순간, 오랫동안 작가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부분이 미안하기도 하구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은 흥미본위라든지 명탐정이 나와서 활약하는 미스테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해 가며, 직소 퍼즐을 완성하듯이 그림을 맞추어 가는 그런 소설입니다. 

충격적인 결말에 맞는 군더더기 없는 복선들과 인과관계는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철저함과 관록, 작가의 고민이 가득 묻어나는 그런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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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2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두께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예비독자입니다^^;
복선과 인과관계라~~ 전 대충읽기의 달인인데ㅋ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겠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