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남
슈도 우리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작가도 제목도 무척이나 생소한 이 작품은 현재 절판되어서 시중에서 구매조차 사실상 어려운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는데 동네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남아있던 책을 발견하게 되었죠^^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작가 슈도 우리오에 대한 정보는 특별히 없습니다만 느낌상 이 작품 <뇌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이후에 작가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에 있는 작가 소개도 그야말로 간략하게 되어 있네요.

하지만 이 <뇌남>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란포상을 수상했을 만큼 상당히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 소설입니다. 작품 경향은 본격 추리소설이나 정통 탐정소설과는 거리가 아주 먼 장르로 일종의 사건 위주로 전개되는 스릴러 계열의 장르로 보입니다. 사회파 추리소설과도 연결고리가 있어보이고, 약간의 심리 서스펜스와 하드보일드적인 요소도 적절히 섞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한 마디로 딱 정리하자면 일종의 추리 일드같은 사건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책 제목이기도 하고 주인공을 가리키기도 하는 말인 뇌남은 말 그대로 일반인과 다른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한 한 남자를 뜻합니다. 우리 보통인간과는 전혀 다른 뇌구조와 감정체계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과거, 그리고 현재 급박하게 벌어지는 사건이 점차 해결되어가는 단계를 독자는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 격인 정신과 의사 마리코를 통해 독자들은 일본의 의학계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걸친 여러가지 모습들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폐증과 정신의학적인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들과 설명을 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소설의 백미는 재미있는 스토리에 있습니다. 특히 감정이 결여되었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해 가는 주인공 스즈키 이치로의 후반기 활약상은 여느 영화의 한 장면과도 견줄만큼 흥미진진합니다. 작가가 조금만 더 작품활동을 했다면 <덱스터 시리즈>와 같이 <스즈키 이치로 시리즈>도 만들어져 꽤나 재미를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스토리를 무리없이 전개하려다 보니 왠지 스즈키 이치로가 자폐아에서 뇌남이 되는 과정 상의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사건의 결말부분에서 약간의 미숙한 전개(헬기 탈출 등)가 옥의 티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때 과연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할 만한 역량있는 작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책 읽은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은 수작임에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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