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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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입한 후 꽤 오랫동안 펼침을 당하지 못하고 책장에서 잠자고 있던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소설 <섀도우>를 꺼내든 순간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재미에 깜짝 놀랐습니다. 다 읽고 난 지금 제 느낌은 이 작품의 재미가 마치 봄날의 벚꽃처럼 내 마음에서 만개했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일정 정도이상의 재미는 당연 보장하겠지 하고 생각은 했는데 이러한 기대를 뛰어넘어 참 재미있고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아마도 하늘이 인간에게 내린 재능은 아무리 봐도 공평하지 않나 봅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이걸로 세번째(1. 해바라기가 피지않는 여름 2,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인데 모두가 저한테는 별이 다섯개로 기록되고 있는 진기록도 세우고 있습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왠지 다른 일본 미스테리 작가들의 작품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의 작품에는 이상하게도 아이(주로 초등학교나 중학생)가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핵심층이고, 어른들은 마치 아이들이 바라보는 것처럼 살짝 일그러진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원래 우리들도 유년시절을 겪어봐서 알지만 아이들의 심리세계라는 것이 호기심과 세상물정을 모르는데서 오는 무모함, 그리고 약간은 불안정한 사고력으로 인해 실제로 정상 성인이 아이들의 관점에서 어떤 사실에 대해 쓴 글을 읽는다면 다소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 마치 이런 느낌입니다. 

원래 인간은 자기의 머릿속에서 어떤 현상이나 사물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 다소 혼란을 느끼는데 그의 작품에는 왠지 아이적인 시각과 생각들로 소설의 분위기를 묘하게 이끌어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지배하는 복선의 세계, 그리고 결국은 퍼즐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며 강한 반전으로 다가오는 과정이 지나가고, 대부분은 충격적인 결말로 독자의 뇌리를 강하게 강타하게 됩니다. 특히 종국에는 감추고 싶은 진실과 조우하는 불편함까지도 감수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정통 추리소설인 신본격과는 완전히 다르고, 미야베 미유키 스타일의 사회파 추리소설과도 다릅니다. 어쩌면 호러소설의 분위기가 더 어울린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 <섀도우>의 느낌은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와 <해바라기가 피지않는 여름>의 딱 중간정도인 것 같습니다. 미스테리하면서도 왠지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의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 굳이 점수를 더 주자면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둔 비중이 좀 더 크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2007년 제7회 본격 미스테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2006년 제6회 본격 미스테리 대상에서 2위를 했는데 왜 이렇게 뛰어난 작품이 대상을 차지하지 못했나 궁금해서 봤더니 그 해 1위가 히가시노 게이코의 초 베스트셀러 <용의자X의 헌신>이더군요. 뛰어난 작품을 더 뛰어난 작품으로 덮을 수 있는 일본 미스테리계의 풍성한 현실이 잠시 부러웠던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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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의 악마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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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정말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한 작가인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은 스케일이 크지도 않고, 속도감이 있어 긴박하게 사건이 전개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의 추리소설이 갖는 순수함 아닐까요? 특히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에가미,오다,모치즈키,아리스로 이어지는 에이토 대학 추리동호회 4인방의 아마추어적인 추리과정에서 느끼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히무라 히데오 교수는 좀 더 전문적으로 추리를 하긴 하지만 적어도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4명은 일단 출발은 아마추어 탐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즉 독자의 입장에서 이들의 다양한 추리를 들어보면서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고, 저런 생각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러다 예상치 못한 단서도 접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추리에 동참하는 기회 또한 주어집니다. 엄청 복잡한 트릭(실은 독자들이 범인을 찍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이 주어지고, 명탐정 모모씨가 나와서 '범인은 바로 너구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의 추리소설은 독자 참여형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요? 때문에 꼭 말미에 나오는 독자에 대한 도전도 흥미롭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단서를 제공했으니 한번 맞춰바라는 도전은 도발적이어서 더욱 도전욕구가 강하게 듭니다. 결국 내가 탐정이 되는 셈인데 다시한번 책 앞머리를 뒤적이며,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범인일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기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의 성적표는 이렇습니다. ( 첫번째 도전 ×, 두번째 도전 ○, 세번째 도전 △)

그리고 이 쌍두의 악마는 과거 두 작품(월광게임, 외딴섬 퍼즐)보다 한층 더 진화한 트릭을 선보이는데 이 부분은 여러분이 직접 읽고 확인해야 재미가 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에이토 대학 추리동호회의 유일한 홍일점 마리아와 막내 아리스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화자 역할을 맞는 대목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상당히 정적인 작품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차분히 앉아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존재하는 추리소설입니다. 하루빨리 학생 아리스 시리즈 4탄이 국내 출간되기를 고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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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관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6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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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클래식 동호회 활동을 했던 관계로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곤 합니다. 바흐나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거장의 명곡들에서부터 쇤베르그, 미요, 사티, 스트라빈스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을 오래듣다 보니 도리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나 모짜르트의 협주곡, 비발디의 관현악 곡들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다시 듣고 싶은데, 브룩크너나 말러의 교향곡같은 곡들은 비평가들이 아무리 걸작이라고 한들 도대체가 들어도 뭐가 좋은지 제 자신은 솔직히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한 악장이 거의 몇 십분씩 하는 이 교향곡을 그나마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저 자신이 한번도 안 졸고 끝까지 들은 적이 없으니 말이죠.

아무리 이해해볼려해도 안 되어 결국에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감상에 대한 제 생각도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구요.

갑자기 흑사관 살인사건을 앞에 두고 왠 클래식 장광설이냐구요? 아마 이 책을 읽어보시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어려운 명곡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듯이, 추리소설계의 명작이라 칭속받는 이 작품을 저는 곱게 보기가 솔직히 좀 힘듭니다.

이 책은 원작의 난해함에다 번역의 딱딱함까지 겹쳐 도저히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경지에까지 끌어올려버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저 자신도 지금 다 읽었지만 아주 고군분투해서 읽어야만 했고, 솔직히 이렇게까지 머리아프게 이 작품을 다 읽었어야 하나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읽다보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흐름을 놓쳐버리기 일쑤고, 명탐정인 노리미즈의 장황한 대사와 뜸금없는 말들, 그리고 어디서 붙여온건지 알수가 없어져버리고 마는 수많은 문헌들, 논리들, 공식들....결국 이어서 오는 것은 무섭게 나를 짓누르는 졸음의 압력뿐입니다.

이 책을 진정 이해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제 부족의 소치를 사과드리겠습니다. 분명 가치없는 작품은 아닙니다. 다만 이 어려운 작품을 왜 이리 더 어렵게 번역했을까 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서운함을 느낍니다.

미스테리 장르는 문학적인 깊이를 느낌과 동시에 독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흥미거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명작의 깊이를 다시한번 음미할 수 있도록 더욱 간결하고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번역이 다시 이루어져 이 작품이 다시한번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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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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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고 거의 수십명의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대미문의 살인이 펼쳐지는 삼수탑이지만....이 작품은 미스테리가 아닙니다. 넓은 의미로는 미스테리가 맞겠지만 삼수탑은 요꼬미조 세이시가 그 동안 본인의 주업인 미스테리 소설의 형식으로 써내려간 풍속소설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 미스테리라 하면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대전제 속에서 알리바이 트릭이든 서술자 트릭이든 밀실트릭이든 클로즈드 서클테마이든 이런 갖가지 장치 속에서 점점 더 용의자를 좁혀나가야 하는데 이 작품은 범인과 피해자, 탐정은 있지만 결정적으로 트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굳이 요즘 나오는 서양식 장르명을 붙이자면 잔혹 로맨스 서스펜스(?)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사람이 죽고 누가 용의자이며 어떠한 트릭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가 별로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요꼬미조 세이시의 작품으로서는 참으로 특이한 여성 1인칭 시점으로 화자인 미야모토 오토네(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작품을 읽으면서 못말리는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얌전하지만 할 것은 다 하고야 마는...그런 스타일??)가 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것 이외엔 독자로선 별반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토리 자체가 참 뻔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 재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아마도 요코미조 세이시가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쉽게 말하자면 요꼬미조 세이시가 이제 이야기꾼으로서 도가 튼 경지에 이르렀을 때의 만든 작품으로 굳이 본격 추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아니면 본격추리소설 작가로서 지쳤던지요...).

그래서 일까요? 한마디로 이 작품은 기존의 옥문도나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등과는 완전히 다르고, 여왕벌하고도 또 다른 하여간 기묘한 소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죽하면 범인의 트릭을 간파해내야 할 긴다이치 코스케가 작품 말미에 우연이니 초자연현상이니 하는 말까지 운운하겠습니까. 

어찌보면 초보자의 막가파 살인인데 살인범의 살인시행 동기도 좀 애매하고 살인과정도 명쾌하게 설명되지도 않는 등등 여러면에서 이 작품은 본격추리소설로는 정말 실격입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이게 왜 재미있는지 아실 겁니다. 적어도 준수한 드라마 한 편은 뽑을 수 있을 듯. 그래서 인지 3차례나 영화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스토리라인은 빵빵합니다.

그 동안 수많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준 요코미조 세이시이기의 작품이기에 그냥 한번 속아보고 그의 이야기를 그저 재미있게 즐길 수만 있어도 이 책을 구입한 것에 대해 그다지 자신이 원망스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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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수사 2 : 수사의 재구성 - 果斷 미도리의 책장 15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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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은폐수사>를 참 재미있게 읽은 바 있어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도 많은 기대를 걸었었는데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작품을 평하는 여러가지 요소를 떠나 정말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또한 그 만큼 작가 <곤노 빈>이 뛰어난 역량을 가졌다는데 새삼 공감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85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도 출마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의 작품에는 사회에 대한 고민 또한 무척이나 많이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 <수사의 재구성- 은폐수사2>은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제대로 표현할 만큼 전작 <은폐수사>를 뛰어넘는 후속작입니다. 곤노 빈은 이 작품을 통해 야마모토 슈고로상에 이어 2008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경찰소설입니다. 하지만 미국식 경찰소설과는 조금 다릅니다. 같은 경찰에 대한 얘기이지만 태평양을 건너면서 달라진 동서양의 의식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을 끌어나가는 주인공은 단연 별종이라 불리는 캐리어 간부인 류자키입니다.

류자키는 우리 사회에 어쩌면 이미 멸종해버렸을 지도 모르는 별종입니다. 지독한 원칙주의자에 그야말로 합리적인 사고로 일을 처리하려 애쓰며, 가정보다는 국가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철저한 경찰관료입니다. 더욱이 남녀차별론까지 과감없이 내뱉는 그는 21세기 사회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읽다보면 묘하게 그에게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평소 내 원칙을 희생하며 상사에 굴복하고, 가정일과 회사일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부평초같은 내 삶의 피로가 고집불통 원칙주의자인 류자키의 모습을 통해 왠지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의 원칙이 보답받는 결론은 책을 다 읽은 독자에게 주는 선물같이 느껴집니다. <역시 진실은 승리한다> 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류자키의 이런 모습은 왠지 코믹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류자키가 대책없이 완고하거나 가족을 사랑하지 않거나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그 역시 우리 주변에 어딘가에나 있는 합리적인 상사이고, 자식과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별종 소리를 들을만큼 독특할 뿐인 것이겠죠. 어쩌면 이런 별종을 우리는 원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못하지만 말이죠. 그게 문제입니다.

이 작품이 또 하나의 재미를 던져주는 이유는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당히 미스테리 즉 추리요소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순식간에 상당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반전은 놀랍다기 보다는 속 쉬원합니다.

이제 또 다시 따끈따끈한 신작 <의심-은폐수사3>가 국내 출간되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과연 류자키는 또 어떤 철학으로 우리를 만나러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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