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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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고 거의 수십명의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대미문의 살인이 펼쳐지는 삼수탑이지만....이 작품은 미스테리가 아닙니다. 넓은 의미로는 미스테리가 맞겠지만 삼수탑은 요꼬미조 세이시가 그 동안 본인의 주업인 미스테리 소설의 형식으로 써내려간 풍속소설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 미스테리라 하면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대전제 속에서 알리바이 트릭이든 서술자 트릭이든 밀실트릭이든 클로즈드 서클테마이든 이런 갖가지 장치 속에서 점점 더 용의자를 좁혀나가야 하는데 이 작품은 범인과 피해자, 탐정은 있지만 결정적으로 트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굳이 요즘 나오는 서양식 장르명을 붙이자면 잔혹 로맨스 서스펜스(?)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사람이 죽고 누가 용의자이며 어떠한 트릭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가 별로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요꼬미조 세이시의 작품으로서는 참으로 특이한 여성 1인칭 시점으로 화자인 미야모토 오토네(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작품을 읽으면서 못말리는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얌전하지만 할 것은 다 하고야 마는...그런 스타일??)가 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것 이외엔 독자로선 별반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토리 자체가 참 뻔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 재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아마도 요코미조 세이시가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쉽게 말하자면 요꼬미조 세이시가 이제 이야기꾼으로서 도가 튼 경지에 이르렀을 때의 만든 작품으로 굳이 본격 추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아니면 본격추리소설 작가로서 지쳤던지요...).

그래서 일까요? 한마디로 이 작품은 기존의 옥문도나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등과는 완전히 다르고, 여왕벌하고도 또 다른 하여간 기묘한 소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죽하면 범인의 트릭을 간파해내야 할 긴다이치 코스케가 작품 말미에 우연이니 초자연현상이니 하는 말까지 운운하겠습니까. 

어찌보면 초보자의 막가파 살인인데 살인범의 살인시행 동기도 좀 애매하고 살인과정도 명쾌하게 설명되지도 않는 등등 여러면에서 이 작품은 본격추리소설로는 정말 실격입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이게 왜 재미있는지 아실 겁니다. 적어도 준수한 드라마 한 편은 뽑을 수 있을 듯. 그래서 인지 3차례나 영화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스토리라인은 빵빵합니다.

그 동안 수많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준 요코미조 세이시이기의 작품이기에 그냥 한번 속아보고 그의 이야기를 그저 재미있게 즐길 수만 있어도 이 책을 구입한 것에 대해 그다지 자신이 원망스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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