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관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6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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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클래식 동호회 활동을 했던 관계로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곤 합니다. 바흐나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거장의 명곡들에서부터 쇤베르그, 미요, 사티, 스트라빈스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을 오래듣다 보니 도리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나 모짜르트의 협주곡, 비발디의 관현악 곡들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다시 듣고 싶은데, 브룩크너나 말러의 교향곡같은 곡들은 비평가들이 아무리 걸작이라고 한들 도대체가 들어도 뭐가 좋은지 제 자신은 솔직히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한 악장이 거의 몇 십분씩 하는 이 교향곡을 그나마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저 자신이 한번도 안 졸고 끝까지 들은 적이 없으니 말이죠.

아무리 이해해볼려해도 안 되어 결국에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감상에 대한 제 생각도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구요.

갑자기 흑사관 살인사건을 앞에 두고 왠 클래식 장광설이냐구요? 아마 이 책을 읽어보시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어려운 명곡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듯이, 추리소설계의 명작이라 칭속받는 이 작품을 저는 곱게 보기가 솔직히 좀 힘듭니다.

이 책은 원작의 난해함에다 번역의 딱딱함까지 겹쳐 도저히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경지에까지 끌어올려버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저 자신도 지금 다 읽었지만 아주 고군분투해서 읽어야만 했고, 솔직히 이렇게까지 머리아프게 이 작품을 다 읽었어야 하나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읽다보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흐름을 놓쳐버리기 일쑤고, 명탐정인 노리미즈의 장황한 대사와 뜸금없는 말들, 그리고 어디서 붙여온건지 알수가 없어져버리고 마는 수많은 문헌들, 논리들, 공식들....결국 이어서 오는 것은 무섭게 나를 짓누르는 졸음의 압력뿐입니다.

이 책을 진정 이해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제 부족의 소치를 사과드리겠습니다. 분명 가치없는 작품은 아닙니다. 다만 이 어려운 작품을 왜 이리 더 어렵게 번역했을까 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서운함을 느낍니다.

미스테리 장르는 문학적인 깊이를 느낌과 동시에 독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흥미거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명작의 깊이를 다시한번 음미할 수 있도록 더욱 간결하고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번역이 다시 이루어져 이 작품이 다시한번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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