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수사 2 : 수사의 재구성 - 果斷 미도리의 책장 15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전작 <은폐수사>를 참 재미있게 읽은 바 있어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도 많은 기대를 걸었었는데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작품을 평하는 여러가지 요소를 떠나 정말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또한 그 만큼 작가 <곤노 빈>이 뛰어난 역량을 가졌다는데 새삼 공감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85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도 출마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의 작품에는 사회에 대한 고민 또한 무척이나 많이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 <수사의 재구성- 은폐수사2>은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제대로 표현할 만큼 전작 <은폐수사>를 뛰어넘는 후속작입니다. 곤노 빈은 이 작품을 통해 야마모토 슈고로상에 이어 2008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경찰소설입니다. 하지만 미국식 경찰소설과는 조금 다릅니다. 같은 경찰에 대한 얘기이지만 태평양을 건너면서 달라진 동서양의 의식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을 끌어나가는 주인공은 단연 별종이라 불리는 캐리어 간부인 류자키입니다.

류자키는 우리 사회에 어쩌면 이미 멸종해버렸을 지도 모르는 별종입니다. 지독한 원칙주의자에 그야말로 합리적인 사고로 일을 처리하려 애쓰며, 가정보다는 국가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철저한 경찰관료입니다. 더욱이 남녀차별론까지 과감없이 내뱉는 그는 21세기 사회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읽다보면 묘하게 그에게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평소 내 원칙을 희생하며 상사에 굴복하고, 가정일과 회사일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부평초같은 내 삶의 피로가 고집불통 원칙주의자인 류자키의 모습을 통해 왠지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의 원칙이 보답받는 결론은 책을 다 읽은 독자에게 주는 선물같이 느껴집니다. <역시 진실은 승리한다> 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류자키의 이런 모습은 왠지 코믹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류자키가 대책없이 완고하거나 가족을 사랑하지 않거나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그 역시 우리 주변에 어딘가에나 있는 합리적인 상사이고, 자식과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별종 소리를 들을만큼 독특할 뿐인 것이겠죠. 어쩌면 이런 별종을 우리는 원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못하지만 말이죠. 그게 문제입니다.

이 작품이 또 하나의 재미를 던져주는 이유는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당히 미스테리 즉 추리요소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순식간에 상당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반전은 놀랍다기 보다는 속 쉬원합니다.

이제 또 다시 따끈따끈한 신작 <의심-은폐수사3>가 국내 출간되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과연 류자키는 또 어떤 철학으로 우리를 만나러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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