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시크릿 - 일류와 이류, 그 치명적 차이
한근태 지음 / 올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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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이상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하늘나라에도 컨베어 라인이 돌아갈까요?

컨베어 라인이 돌아가는 공정에서는 같은 설계, 같은 공정, 같은 부품, 같은 작업자들이 만드는 제품이 1시간에도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품질이 결코 같지 않습니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불량은 생깁니다.

저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노벨상 수상자부터 평범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어디엔가는 조금식 불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100% 완벽한 품질의 인간이란 솔직히 존재하지 않는게 아닐까하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뛰어난 사람, 존경받는 사람이란 100%가 아니라, 이 100%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란 생각입니다.

제품도 처음에는 완벽하다가 사용하면 할 수록 여기저기 잔 고장이 생기듯 인간의 정신도 처음 갓난 아기때는 같을 지언정 점차 성장해나가면서 아주 천태만상의 변화와 갖은 잔고장을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이 변화는 하도 무쌍해서 어떤 철학자도 명쾌하게 이거다 꼬집어 낼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하물며 저 같은 평범한 인간은 아예 가늠조차 할 수 없죠.

저자 한근태님의 이 오픈 시크릿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인생의 불량을 최소한 줄일 수 있는 지침서입니다. 즉 상품으로 따지면 제품설명서같은 것이죠. 인간이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 아니면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되는 일들과 하지 말아야 될 일들을 소개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휴대폰을 물에 넣지 마세요와 같이 사실 비밀도 아니고 우리 모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이 쓴 제목 <오픈 시크릿>은 참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어쩌죠... 사람이란 존재는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합리화의 대가인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인류가 목성에 아파트를 짓는 것 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분들 중에 저는 아마 극소수만이 변화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큰일을 해낸 것입니다. 한 명이라도 이 책을 일고 변화한다면 분명 무한한 가치가 있는 책이 되겠죠. 이 책을 읽고 변화한 사람이 훗날 우리나라를 위기에서 구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제가 변했냐 하는 것인데, 적어도 변화를 위한 실천을 한번 해볼려고 합니다. 저 역시 사람이고 인생을 의미있게 살고 싶은 1인 이기 때문이죠.

삶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참된 인생을 살수 있는 진리는 결코 비밀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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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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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확실한 데뷔를 한 작가 시마다 소지가 당시 일본 미스테리계를 주름잡던 사회파 추리소설과 완전 상반되는 본격 추리소설로 또 한번의 야심찬 도전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일종의 사회성이나 세상일과는 담을 쌓고 있으며, 기울어진 저택이라는 기괴한 설정 속에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에 대한 밀실, 트릭, 범인찾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마치 본격 추리소설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작품도 일종의 클로즈드 서클 테마를 차용하고 있는데, 완전 고립된 것은 아니지만 저택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용의자로 사건해결까지는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어차피 외부와 고립된 거나 마찬가지의 설정입니다.

즉 등장인물 모두가 용의자고 또 한편으로는 피해자인 설정으로 다음은 누가 희생자가 될까? 그리고 이들 중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등으로 오래간만에 독자의 추리력을 불태우게 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본격추리소설이 갖는 필연적인 단점들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 비해 이런 단점들이 조금 더 부각되는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일단 트릭이 너무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좀 어색해 보입니다. 아니 좀더 자세히 말하면 어색하다기 보다 아무리 살인자가 고심 끝에 고안해 낸 트릭이라 할 지라도 인간의 보통 상식으로서 보편적인 타당성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 소설의 트릭은 너무 난해하네요. 즉 소설을 만들기 위한 트릭이란 느낌이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동기 문제도 조금 납득이 안가고...너무 의욕이 강하다보니 도리어 부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게 많다는 게 단점입니다.

그러나 장점도 많습니다. 그만큼 의욕이 넘친다고 할까요? 또 시종일관 북해의 유빙이 내 방 창문 너머로 보일 것 같은 설정도 무척이나 신비롭고 좋았습니다. 읽는 재미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대책 탐정 미타라이가 보여주는 초반의 눈치없는 모습과 결말부분에서 360도로 확 바뀐 예리한 모습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본격 추리소설은 이래서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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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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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은 요 근래에 읽은 미스테리 소설 중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본격 추리소설을 미스테리 장르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한 진실과 독설을 가득 담고 있는 금서같은 느낌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이 본격 추리소설인 <방과후>로 데뷔해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고, 현재까지도 미스테리계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 그가 굳이 왜 이런 통렬한 비판을 작품을 통해 날렸을까 하는 불쾌감이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첫번째 단편(혹은 에피소드)인 <밀실선언-트릭의 제왕>편을 읽고 나서는 그냥 책 덮어버리고 싶더군요. 신성한 밀실을 이렇게 폄훼하다니... 하면서 말이죠.

이 작품은 유명 탐정 시리즈의 주인공인 명탐정 덴카이치(아무래도 요꼬미조 세이시의 전설의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연상시키는 듯 합니다)와 허접 조연 오가와라 경감이 본격 추리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인 밀실, 의외의 범인, 다잉 메시지, 클로즈드 서클테마(폐쇄공간), 살인트릭, 알리바이 깨기, 서술자의 트릭, 동요살인 등등의 소재를 가지고 각 에피소드마다 자학에 가까운 개그를 구사하며 각 소재마다 가지는 진부함과 단점들을 논하고 있습니다.

즉 이 두 사람은 이러한 진부한 본격추리소설을 써내려가는 작가를 비난하고 아무생각 없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경고를 뿌리는 셈이죠. 하긴 말이 좋아 경고지 너무나 적나라한 비난에 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이 이 책을 보면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까지 싸잡아 영양가 없는 장르소설에 빠진 매니아 정도로 치부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묘하게 점점 책 속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일단 이 작품의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제시한 틀에 박힌 해답이 은근히 말이 되고, 기발한 것이 많습니다. 밀실을 통렬히 비꼬는 <밀실선언-트릭의 제왕>에서의 밀실트릭이나 <폐쇄된 산장의 비밀>에서의 트릭도 좀 황당하긴 하지만 상당히 참신합니다.

그리고 이인조(덴카이치와 오가와라 경감)가 펼치는 개그쇼도 가히 점입가경입니다. 나중에는 너털웃음을 터트릴 정도입니다. 특히 동요살인을 비난한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같은 것은 아주 웃겨서 혼났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작품 전반에 걸친 두 사람의 개그쇼는 정말 비난과 비꼼을 떠나 아주 재밌고, 나 또한 이들의 입담에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본격 추리소설이 맹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결과 현재 미스테리계에서도 다양한 장르에게 메이저의 자리를 빼았겨 어떻게 보면 주류가 아니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일본을 떠나 서양으로 가면 거의 본격 장르를 쓰는 작가는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그 만큼 트릭으로 독자를 속이고 계속해서 시리즈로 명탐정이 등장해 문제를 풀어헤칠려면 그만큼 포기해야 될 것도 많고, 창작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장르의 특성상 분명히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본격추리소설은 미스테리 소설의 출발이고, 범인 찾기라는 진정한 순수성이 살아있는 멋진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굳이 성향을 따지자면 본격추리소설 작가의 범주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는 작가로서(요즘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본격추리소설이 이제는 끝났다는 의미로 작품을 쓰지는 않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인 <명탐정의 최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본격 추리소설의 구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본격 추리소설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깨야할 벽을 과감이 깨고 나선 것이 아닐까요? 즉 환골탈퇴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더욱 발전해주기를 바라는 느낌이 이 작품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작가는 더욱 발전하기를, 독자는 본격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바꿔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작품의 흐름을 관통하는 맥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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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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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영화화까지 되어 국내에서까지 개봉했을 정도로 지명도나 인기면에서 두 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유명하고 또한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굳이 리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기있는 소설이지만 새벽잠을 아껴가며 재미있게 읽은 만큼 한 줄 남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제 감상을 적어봅니다.

우선 이 작품은  이미 살인자를 제시한 상태에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설정에 작가의 노림수가 있을 줄이야... 어찌되었건 독자들은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가 펼치는 놀라운 두뇌 싸움에 작품 내내 누가 이길까 손에 땀을 쥐며 작품을 읽어나가게 됩니다. 

조금 얄밉기도 하지만 야스코와 미사토 부녀가 이시가미의 피나는 노력 끝에 경찰의 수사에서 해방되어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죠. 물론 법치주의 사회에서 범죄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 절로 이시가미를 응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왠지 나하고 비슷한 캐릭터(수학 잘 하는 건 빼고 말이죠)가 아닌가 하는 감정몰입까지 선사하면서 말이죠(저 역시 사회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평범남이니까요).

이시가미의 두뇌도 대단하지만 이를 파헤치는 유가와의 추리 역시 매섭게 파고 들어옵니다. 이건 마치 예전에 읽었던 이시모치 아사미의 역작인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에서 문속의 살인을 모르게 하기 위해 문을 못열게 하려는 후시미와 이를 의심해 어떻게 해서든 문을 열려고 하는 유카와의 두뇌게임과 비슷해서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후시미와 유카 역시 연인감정을 갖고 있는 사이고, 이시가미와 유카와는 둘 다 서로의 천재성을 아끼는 대학동창생 관계(친구??가 더 맞을까요?). 이러한 인간관계가 둘 사이의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아 참 또 하나의 동창생이자 존재감을 어필하려고 애를 쓰는 캐릭터인 형사 구사나기 역시 너무 뛰어난 천재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지 보통

아 그런데 결말은...개인적으로는 너무도 강렬히 응원해서 일까요?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 결말이 실제로는 정답이긴 하지만, 요즘 얼마나 뻔뻔한 결말이 많은데, 이 결말은 너무 모범답안이 아니였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정말 불쌍한 건 바로 우리 주인공 이시가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두말 할 것 없는 명작입니다. 참 재밌고, 멋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진짜 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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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두 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1
안 세실리 지음, 우종길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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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영림카디널에서 나온 블랙캣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데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이든지 처음을 중요시하는 저로서는 이미 블랙캣 시리즈 중 4편(죽은자는 알고 있다, 저주받은 피, 돌 속의 거미, 유리망치)을 읽었지만 아무래도 첫 작품이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음으로서 이러한 마음은 모두 풀린 셈이 되었습니다. 

이 <천사는 두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얀 세실리라는 생소한 작가의 생소한 작품이지만 일단 읽는 재미가 있고 임팩트가 확실하다는 것을 먼저 밝히고자 합니다. 

얼마전 재미있게 읽은 코렐리의 호러단편집 <언더베리의 마녀들>과 비슷한 공포의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정작 살인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공포가 혼합된 스릴러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무대는 현대의 미국이지만 마치 근세기 유럽의 어느 마을이 배경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음습한 느낌이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앞서도 밝혔듯이 소설자체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역작입니다. 유럽 권위의 추리문학상인 코냑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재미나 분위기 면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고 있는 한 소녀(자신의 머리 속에 자기 여동생이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참 특이한)의 생각을 중심으로 사물을 파악하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특이한 설정이 자칫 평범한 스토리로 전락할 뻔한 소설의 수준을 상당히 높여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의 핵심은 복수입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여주인공 프랜(개인적으로 가엾다고 생각합니다)의 복수는 그나마 약간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찝찝한 결말임을 감출 수 없는 듯 합니다. 결국 끝까지 비극인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무척 어두운 색채를 띄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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