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미소 블랙 캣(Black Cat) 2
프리드리히 아니 지음, 염정용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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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독일의 미스테리 소설 한편을 읽어 보았습니다.

영림카디널 블랙캣 시리즈 2탄인 <바람의 미소>는 2003년 독일 추리문학대상 수상작으로 독일 소설가 <프리드리히 아니>의 작품입니다. 실종자 수색팀의 형사 타보 쥐텐 시리즈로 독일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로 2002년 <쥐덴 형사와 타락천사의 맹세>라는 작품에 이어 이 작품으로 2년 연속 독일 추리문학대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지에서는 상당한 인기작가인 것 같습니다.

생소한 독일의 미스테리이어서 인지 미국의 이른바 프라임 픽션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입니다. 아이들의 실종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미국 소설의 단골 메뉴인 폭력, 살인, 강간 등과 같은 주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자극적인 요소들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이 소설은 다소 심심한 느낌마저 줍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바로 가족의 붕괴와 그에 따른 아이들의 돌출 행동입니다. 그리고 미스테리의 수준은 일상 미스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 한방울 나지 않고 살인사건 비슷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도 가끔 사실 아이들의 변화를 눈에 띄게 느끼곤 합니다. 물론 동양과 서양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똑같아 질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세상이 빨라지다 보니 우리가 어릴 적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들을 하곤 하는 아이들을 볼 때 마다 이것이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세상의 필연인지 아니면 잘못된 교육이 낳은 사생아와 같은 일탈인지 부모인 저로서도 혼동스러울 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소설에서 사라와 티모라는 두 아이의 행동은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제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잃어버리고 자신들의 감정에 충실하고 얽매이지 않으려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가슴이 불편해짐을 느낍니다.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대책도 없고 충동적인 행동이지만 어른들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마저 던져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과연 어른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잘못이 아닐까요? 이 책에서 묘사되는 부모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모든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이기적인 어른들이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는 듯 합니다.

성격이 독특한 미스테리이니만큼 오랜만에 다른 책을 읽을 때와 또 다른 고민과 감상에 젖어보게 해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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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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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다 읽은 지금 새삼느끼는 건데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소설의 내용을 제대로 표현한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론도(Rondo)는 클래식에서 자주 등장하는 음악형식으로 하나의 주제가 각각의 삽입부를 두고 반복하여 나타나는 음악 형식입니다. 제가 예전에 클래식 동호회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오페라 <마탄의 사수>로 유명한 작곡가 베버의 유명한 곡인 <무도회의 권유>를 주제로 론도형식에 대해 발표를 한 적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친근한 음악형식이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론도형식인 <무도회의 권유>를 자세히 들어보면 A-B-A-C-A...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음악형식에 대해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책 얘기로 넘어와서 이 작품에 론도를 붙인 이유는 바로, <환상의 여인>이라는 추리소설을 둘러싼 세 남자의 이야기가 마치 음악형식인 론도처럼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클래식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윤무곡 개념으로 돌고 도는 반전. 이 것이 바로 론도의 형태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오리하라 이치>의 이 작품은 최근 다소 시들해진 미스테리 읽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26회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심까지 진출한 작품이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때 최종심에서 탈락한 또 다른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었으니까요. 그러면 이러한 쟁쟁한 작품들을 물리치고 실제로 상을 수상했던 이자와 모토히코의 <사루마루환시행>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을까 새삼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미스테리에 있어 심한 표현으로 독자에게 사기친다고도 할 수 있는 기분나쁜 트릭인 서술자 트릭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트릭은 잘 사용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몰매맞기 십상인데요, 이 <도착의 론도>에서는 정말 세련되게 잘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2명으로 전개되는데 여기서는 다수로 전개되어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인지 작가는 책 속에서는 보기 드물게 설명서를 만들어 놓은 것 처럼 독자들을 위해 아주 자세히 해답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작가 오리하라 이치가 실제로  이 작품을 에도가와 란포상에 응모했으면서 과감히 작품내에 본인 및 타 작가의 실명을 걸고 수상작을 소개하고 낙선에 대해 얘기하는 등 타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미스테리의 열기, 그 열기를 타고 기구처럼 떠오르려는 신진작가들의 생활상을 다소간 엿볼 수 있어서도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재 역시 '도작' 즉 남의 작품을 도둑질해서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주제로 하는 등 작가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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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성 살인사건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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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흑조정, 호중암, 월궁전, 설화루, 홍우장, 절규성> 

이 작품은 작가가 통일성을 부여한 이 여섯가지 집을 배경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작가 아리스와 히무라 교수가 해결하는 형식으로 이어지는 여섯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작품입니다. 역시 형식은 작가가 신본격의 기수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인 만큼 모두가 본격추리의 형태, 즉 트릭깨기와 범인 맞추기로 전개됩니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다소 실망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본격 추리소설인 만큼 상당히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다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에 비해 전체적인 작품의 질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2002년 일본 본격 미스테리 베스트 8위에 들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다지 추리소설로서의 날카로움은 상당히 무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특히 장편이 아니고 단편이다보니 한정된 분량안에 범인이나 트릭을 밝혀내야 하고, 따라서 왠지 생각지도 못한 결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용의자로 등장하는 인물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셋 중의 하나라는...이런 식의 생각때문에 당초 기대했던 흥미진진한 범인 찾기는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섯 개의 작품마다 편차가 좀 있다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괜찮다는 느낌이 든 작품이라면 <호중암 살인사건>을 들고 싶습니다. 밀실트릭에 충실한 작품이었고, 수수께기 해법도 신선했습니다. 이 단편집의 타이틀이기도 한 <절규성 살인사건>의 경우는 작가도 실로 많은 노력을 한 듯한 꽤나 뛰어난 작품이긴 했으나, 솔직히 범인이 누구인지 뻔히 보여 다소 실망이었습니다.

<홍우장 살인사건>의 경우 찜찜한 가족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고, 나머지 작품들은 약간 어이없는 결말로 인해 흥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좀 허무하다고나 할까요?

전체적으로 역작은 아니고 약간 범작 수준의 미스테리가 아닌가 합니다. 평소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고 학생 아리스 시리즈나 <46번째 밀실>로 대변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를 모두 재미있게 읽은 바 있어 이번 작품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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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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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스테리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진정한 미스테리라 보기 힘들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 뛰어난 미스테리 소설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소설 자체적인 작품성을 놓고 볼 때는 분명 아주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나오키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와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다보니 아무래도 여성의 심리에 치중합니다. 특히 오토미치라는 기수대 소속 여자형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 - 경찰사회, 결혼, 가족, 범죄, 동물 등등 - 에 대한 감상과 생각으로 지면 구석구석 풀어놓았습니다. 간혹 그녀의 황제펭귄 파트너인 다키자와의 입장에서 서술된 심리묘사도 있지만 그건 그저 남성들의 선입관을 재확인하는 것 외엔 별다른 감상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즉 이 작품은 오토미치를 위한 작품입니다.

형사가 등장하고 연쇄살인이 벌어지지만 이 소설은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왜냐면 사건 자체가 이 소설의 핵심주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사건 해결이 주 목적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시초부터 결말까지를 바라보는 여형사 오토미치의 생각 자체가 소설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작가는 애시당초 독자들에게 사건해결의 수수께끼나 실마리 등은 일체 내보이지 않고 범인도 자연스레 밝혀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물론 오토미치와 다키자와 조가 이것저것 밝혀내긴 합니다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수백명의 형사들이 발품파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범인의 실체가 다가갑니다. 

다시말해 범인이나 사건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범인의 실체나 실행방법, 동기 등이 전문 미스테리 소설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약간 어설픈 감마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같은 <질풍>의 모습도 솔직히 납득이 안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분명히 제 시선의 문제라고 합니다. 아무 선입견 없이 이 책을 읽었다면 미스테리 요소에 여성의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풀어낸 명작이라 찬사를 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역시 책을 읽기전 선입견은 재미있는 독서에 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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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의 산책
구로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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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소설. 특히 왠지 섬칫한 호러소설이 주특기인 일본에서 제1회 일본 유괴담 문학상 장편부문 대상수상작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솔직히 상을 받았다하면 왠지 2%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에 솔직히 기대를 많이 하고 읽어 보았습니다.

전체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역시 믿을 수 있는 호러작품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캄캄한 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읽으면 어째 뒷골이 땡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왠지 섬칫합니다.

이런 일본 호러소설들의 특징은 잔인함이 아닌 으스스한 공포이죠. 즉 심리적인 공포를 촉발시켜 찜찜한 기분이 오래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책을 읽고 나면 커튼 뒤나 어두운 화장실의 유리같은 것은 당분간 보고 싶지 않아집니다.

이 작품은 일본 작품 답게 한 여인의 원령과 빙의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한 광녀가 죽으면서 품은 원령이 빙의되어 이상한 죽음이 이어지고 결국 실체가 밝혀지지만 역시 원령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찜찜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문제는 이 책 표지에서 비교한 <링>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 작품이 따라잡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비교를 안했으면 나름대로 나았을 텐데 괜히 출판사에서 <링>하고 비교해서 작품을 더 초라하게 만든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링>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영화보다 저는 책이 100배는 더 무서웠다고 생각합니다. 다 읽고 나서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남아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왠지 그다지 많이 무섭다고는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리고 왠지 예전에 개봉해서 상당히 놀랬던(당시만 해도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아니라 솔직히 이렇게 재미있는 호러영화가 있나 싶었습니다) 영화 <폰>하고도 비슷한 일면이 있습니다. 즉 딸을 이용한 빙의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왠지 공포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입장에서 읽은 덕분에 이 정도는 견딜만한 공포였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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