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은 지금 새삼느끼는 건데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소설의 내용을 제대로 표현한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론도(Rondo)는 클래식에서 자주 등장하는 음악형식으로 하나의 주제가 각각의 삽입부를 두고 반복하여 나타나는 음악 형식입니다. 제가 예전에 클래식 동호회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오페라 <마탄의 사수>로 유명한 작곡가 베버의 유명한 곡인 <무도회의 권유>를 주제로 론도형식에 대해 발표를 한 적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친근한 음악형식이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론도형식인 <무도회의 권유>를 자세히 들어보면 A-B-A-C-A...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음악형식에 대해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책 얘기로 넘어와서 이 작품에 론도를 붙인 이유는 바로, <환상의 여인>이라는 추리소설을 둘러싼 세 남자의 이야기가 마치 음악형식인 론도처럼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클래식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윤무곡 개념으로 돌고 도는 반전. 이 것이 바로 론도의 형태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오리하라 이치>의 이 작품은 최근 다소 시들해진 미스테리 읽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26회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심까지 진출한 작품이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때 최종심에서 탈락한 또 다른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었으니까요. 그러면 이러한 쟁쟁한 작품들을 물리치고 실제로 상을 수상했던 이자와 모토히코의 <사루마루환시행>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을까 새삼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미스테리에 있어 심한 표현으로 독자에게 사기친다고도 할 수 있는 기분나쁜 트릭인 서술자 트릭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트릭은 잘 사용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몰매맞기 십상인데요, 이 <도착의 론도>에서는 정말 세련되게 잘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2명으로 전개되는데 여기서는 다수로 전개되어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인지 작가는 책 속에서는 보기 드물게 설명서를 만들어 놓은 것 처럼 독자들을 위해 아주 자세히 해답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작가 오리하라 이치가 실제로  이 작품을 에도가와 란포상에 응모했으면서 과감히 작품내에 본인 및 타 작가의 실명을 걸고 수상작을 소개하고 낙선에 대해 얘기하는 등 타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미스테리의 열기, 그 열기를 타고 기구처럼 떠오르려는 신진작가들의 생활상을 다소간 엿볼 수 있어서도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재 역시 '도작' 즉 남의 작품을 도둑질해서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주제로 하는 등 작가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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