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만큼 성 엑스페디투스 숭배가 흥한 곳도 없는데, 이 아이러니는 너무나도 빤해서 법석을 떨기도 뭣하다. 시간을 잘 지키는 게 어떻게 신앙의 토대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왜인지 몰라도 환락과 쾌락의 수도로 가야 하는 것이다. - P73

성 엑스페디투스의 가장 대단한 점은 그가 한 번도 세상에 존재한 적 없이 이 모든 신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다. (…) 고대 기독교는 미루기에 반대하는 교리를 전파하려는 4세기 마케팅 캠페인의 중심인물로 성 엑스페디투스를 이용했다. 성 엑스페디투스의 이미지는 자기 구원을 미루지 말고 너무 늦기 전에 즉시 개종하라며 이교도를 설득했다. - P75

엑스페디투스와 아우구스티누스와 포는 미루기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미루기는 기분이나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나 형편없는 시간 관리 능력의 문제를 넘어 삶과 죽음의 문제가 될 수 있다. - P89

내일을 향한 믿음은 일종의 신앙이다. 내일까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새로 태어나고 희망이 부활할 것이다. 일을 미루는 사람에게 있어 희망은 언제나 경험을 이긴다. 내 생각엔 이것이야말로 꽤 적절한 신앙의 의미다. - P92

투두 리스트는 일을 미루면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데 그 존재 가치가 있다. 지금 미루고 있는 일의 리스트를 먼저 작성하지 않는다면 그 일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할 텐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픽.

대체 얼마나 많은 전쟁에 대해 배워야 하는 걸까. - P1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흐메트도 헴시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다시 자리에 앉은 선생님이 뭔가를 속삭이며 등을 토닥이자 아흐메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아흐메트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겼고, 더는 클라리사 옆에 앉을 필요가 없었다. 옆자리에 자신을 피하려 들지도 않고 스카프에 다이아몬드 핀을 꽂은 사람이 앉아 있는 편이 훨씬 좋을 거다. - P61

문득 셀마 이모가 엄청나게 보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내다가 문득 그 사람이 이제는 가까이에 없는 걸 깨닫고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다니, 우습다. 때때로 난 아빠에 대해서도 그런 느낌이 든다. 침대에 누웠을 때 하루 종일 아빠를 단 1분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면 끔찍하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는 언제나 아빠를 기억한다. 아빠가 이야기를 해주고 내 이마에 재미있는 무늬를 그리며 간지럽히곤 했던 시간이기 때문이다. 셀마 이모는 좀 다르긴 하다. 진짜 이모가 아니니까 날마다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흐메트의 눈은 내가 본 중에 가장 기묘한 색이었다. 반은 해가 빛나고 반은 구름이 낀 날의 밝은 바다 같았다. 은회색이 도는 파란색인데, 금빛이 도는 작은 갈색 반점들이 있었다. 그 눈을 보니 언젠가 보았던 사자에 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 P20

난 아흐메트도 나에게 미소를 지어 주기를 바랐다. 누가 나에게 마주 웃어줘야 그사람이 정말로 친구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고개를 끄덕인 것이 약속처럼 느껴졌으니까. 머지않아 미소가 따라올 거다. - P41

우리는 모두 조시를 바라보았다. 조시는 머리칼 끝을 씹으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빠가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 어떻게 아흐메트가 위험한 아이이고 범죄자일 수 있을까? 몸집도 우리만 하고, 이제 막 나쁜 사람들과 진짜 전쟁으로부터 도망쳐 왔는데! - P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장 근대의 개막과 종교의 도래

하지만 1973년 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Natalie Zemon Davis)는 그의 유명한 글에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양쪽 모두 성경에 의지하여 거행한 대중적 의식, 예배의식, 적을 비인간화하는 민간 전통을 검토한 결과 프랑스 내전이 "본질적으로 종교적"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이후 학자들은 종교의 역할을 재강조했지만, 그렇더라도 이 시기에 ‘정치적인’ 것을 ‘종교적인‘ 것과 분리하는 것은 여전히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 P383

로크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사물의 본성 자체에 새겨져 있다고 가정했다. 물론 이 생각은 급진적 혁신으로서 같은 시대 사람들은 대부분 로크의 생각이 특이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대의 종교는 전에 있던 어떤 것과도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그러나 로크는 종교가 격한 감정을 분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종교를 정부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평화로운 사회를 창조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로크에게서 우리는 서양의 에토스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되는 ‘종교적 폭력 신화‘의 탄생을 본다. - P3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