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 그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 옳은 것과 그른 것 외에 또 한 가지, ‘백주기에 관한 것’이 있다고.
회옥은 생각했다. 남자는 정말이지 애지중지하면 안 되는구나. 한번 애지중지하면 구만리까지 둥실둥실 떠올라가서,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바다 넓은 줄도 모르는구나.
우리가 오늘날 ‘나’라고 부르는 거의 모든 것은 우리 자신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소 일관성 있는 스토리를 이루고 있는 타인을 합쳐서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인간은 달을 향해 날아갔다. 오직 이야기 때문에. 결코 사실이 될 것 같지 않았던 그런 이야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분명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의미한다. 그 이야기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동경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메리 더글라스와 미셸 푸코에 대한 빼어난 통찰, 한없이 순진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한 위로만으로도 약간의 불편함은 치워버릴 수 있었던 책.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으로 꼽았다던데 수긍이 가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생 책이라면 가질 법한 나이브함도 있긴 하다. 그래도 난 너무 좋았어. 이런 선배님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