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물었다."강도처럼 내게서 차분한 체념과 적요를 빼앗으려는 당신은 누굽니까? 은은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면서 내 곁을 맴돌고 내 뒤를 따르는, 새파랗게 젊은 주정뱅이 아가씨는 대체 누굽니까?"놀란 그녀가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신도 없는데 이런 나쁜 친절은 어디서 온 겁니까?" - P41
요양원 사람들은 수환이 죽었을 때 자신들이 연락 두절인 영경에게 품었던 단단한 적의가 푹 끓인 무처럼 물러져 깊은 동정과 연민으로 바뀐 것을 느꼈다.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 P39
기대했던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보다 훨씬 직설적이라 맘에 든다. 아ㅡ 몰랐는데, 난 직설적인 걸 좋아하는구나? “한글 파일을 열지 않은 상태로”가 핵심.
혼자 그걸 다 마시고 나면 적당한 취기가 올랐고, 그러면 아무에게도 화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한글 파일을 열지 않은 상태로, 잠이 들 수 있었다. - P76
알 수 없는 무력증에 빠진 이후에도 나는 꼬박꼬박 그 일을 거르지 않았다. - P75
260쪽을 읽다가. 웃기시네. 모든 희생은 헛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