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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지금 살아있다. 우리는 모두 떠나고 있다." _p.79
지난 주말,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책이 한 권 있다.
순전히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시작한 이 책은 그날 참여했던 독서 모임 사람들에게도 모두 추천했을 만큼 굉장했다.
꽤 더운 5월의 한가운데. 12도의 추운 바람이 불고 강원도에는 대설이 예보된 5월 15일. 오늘의 날씨와도 꽤 잘 어울리는 책.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 부모라고 부르기도 그런 이들이 지어준 '이브 엔슬러'라는 이름 대신 'V'로 살아가고 있는 이의 이야기,『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다.
💭
이 책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어떤 말로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한참 늦은 오늘에야 겨우겨우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는, 다른 이들의 손을 꼭 붙잡고 싶다는 타오르는 갈망. 알지만, 앎에도 어쩔 수 없는 마음.
그런 것들을 담은 책이다.
📖
#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 는 소외된 이들, 잊힌 이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다.
이브 엔슬러는 노숙자 쉼터나 여성 센터 같은 단체에서 오래 활동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무려 1953년생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걸 직접 본 작가님)
그리고 그런 삶에서 직간접적으로 만난 이들에게 바치는 글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길로 내몰린 여성 노숙자들, 호주로 망명하려다가 마누스섬에 갇힌 난민들, 에이즈로 떠나간 수많은 친구들, 부모라는 이들로부터 학대를 당한 이들, 망치로 베를린 장벽을 깨부수던 이들.
사랑과 죽음, 이별과 외로움, 고통과 평안.
그 모든 걸 이야기한다.
'극작가'라는 그의 직업이 두드러지는 문체로.
🌪
"내 정신과 의사는 언제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연인들에게 나를 좀 안아달라 구걸하느라, 그들의 너덜거리는 팔에 풀을 붙이는 데 내 평생을 바쳤다고. 그러니 나의 글을 풀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_p.95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쳐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를
꽤 덤덤하게 담아내는 책,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한숨 쉬고, 아주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밤의 쓸쓸함, 찬 공기, 그 모든 걸 따뜻하게 감싸는 어둠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책. 인덱스로 잔뜩 담아놓은 문장들을 돌아보며 하루를 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