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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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여덟 편은 '기억'으로 연결된 자아를 다룬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작가가 삶을 돌이켜보며 써 내려간 에세이가 아닌지, 책을 읽으며 가끔 고개를 갸웃할 때도 있었다. 그럴 정도로 실제 같은 이야기에 기기묘묘한 에피소드를 덧대어 몽환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슬프기도 하다.

감정의 질감이 다른 여덟 편의 에피소드는, 글, 이미지, 음악, 사랑, 마음의 감각, 스포츠, 가면에 대한 기억, 잃어버린 기억을 다루며 다양한 모습의 '일인칭'을 그려낸다.

「크림」 속 노인이 던진 화두 같은 말'중심이 여러 개, 때로는 무수히 있으면서 둘레는 갖지 않는 원'(43쪽)—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며 여러 가지 일인칭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것은 실재일 수도, 변형된 기억일 수도, 통째로 사라져버린 기억일 수도 있지만, 길고 먼 통로를 지나온 기억 속 '다면체이자 복수의 존재'는 결국 '일인칭 단수'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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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바버라 J. 킹 지음, 정아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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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있었다. (81쪽)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비인간 동물에게도 인간과 비슷한 감정이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기쁨, 두려움, 화, 외면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비인간 동물의 감정과 인간의 감정이 깊이나 구체성이 다를까? 종에 따라 고유한 감정이 존재할까? 이런 의문을 품으며 이 책을 펼쳤다.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를 쓴 바바라 J. 킹은 비인간 동물이 동료나 가족의 죽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이 책에는 비인간 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동물과 함께한 동물 보호기관 담당자나 평범한 사람들의 연구, 관찰, 경험담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동물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에 소개된 코끼리, 돌고래, 개, 고양이나 몇몇 동물들은 다른 동물 종보다 감정을 더 세심하게 자각하고, 슬픔이나 여러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죽음을 마주했을 때 보인 놀라운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비인간 동물의 감정과 행동에 감응하고 위로받았다.

바바라 J. 킹은 비인간 동물이 동료나 가족의 죽음 이후에 보이는 다양한 반응을 두고 '슬픔의 징후가 확실하다'고 단정 짓지 않았다. 서로 다른 종에 관해서 절대적인 결론을 내리기 전에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저자의 태도가 좋았다. 동물들이 복잡한 감정을 가지는지 아닌지를 결정하지 않더라도, 동물들이 슬픔 같은 더 깊은 감정을 느끼는 사례를 이 책에서 충분히 보았다.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 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또 다른 생명체를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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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의 뇌과학 - 움직임은 어떻게 스트레스, 우울, 불안의 해답이 되는가
캐럴라인 윌리엄스 지음, 이영래 옮김 / 갤리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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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에디터인 캐럴라인 윌리엄스(Caroline Williams)는 이 책에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움직임과 정신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인체의 근육과 신경, 뇌의 복잡한 개념과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알려준다. 최신 과학 정보와 실험 사례를 언급하여, 왜 · 어떻게 움직임이 뇌와 마음과 감각이 느끼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지 알게 해준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여러 선택지를 제시한다. 정보와 동기 부여를 조화롭게 결합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가 책을 읽다 보면, 오래 앉아 있으면 안 되는 이유, 일어서서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수긍하게 된다.

우리 몸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기본적인 움직임조차도 근육을 유연하게 하고, 기억력을 높이고, 우리를 훨씬 더 기분 좋게 만들어 두뇌 건강을 향상한다. 운동의 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저자는 다양한 움직임이 마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독자가 몸과 정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리고 다양한 움직임의 방법을 제안한다. 걷기, 춤, 스트레칭이나 바른 자세, 호흡, 웃음은 인지 능력을 향상하고 여러 정신적·신체적 질병을 이겨낼 힘을 준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움직임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독자에게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만한 움직임의 아이디어와 동기를 불어넣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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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 - 환경을 지키는 작은 다짐들
하루치 지음 / 판미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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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관한 한 가지 주제를 전문적으로 깊이 다루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환경 관련 문제를 담았다. 일러스트레이션과 정보를 결합하여, 글로만 읽을 때보다 이미지 정보가 곁들여져 이해하기 쉽고 잘 기억하게 도와준다.

스토리의 기본 틀은 주인공 부부와 고양이의 일상 기록이다. 집에 작은 자연을 일구고, 타인과 자연에 무해하기를 바라며 사는 모습을 그렸다. 살면서 마주치는 환경 문제, 기후 문제, 쓰레기, 플라스틱 문제, 비인간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동물 복지 문제까지도 광범위하게 다룬다.

전문성이 두드러진 자료라기보다는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주고받는 정보성 글에 가깝다. 그만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자 생활의 팁이 될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성격이 강하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나 · 우리 · 세계가 처한 문제,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보게 된다. 넓게 펼쳐진 다양한 주제를 생각하며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인간과 비인간, 자연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공존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마음의 스위치가 탁! 켜지고 실천 의지를 다진다. 내가 조금 더 무해해질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1초의 미래에 보탬이 된다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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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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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심리학자 캐서린 샌더슨(Catherine Sanderson)은 도덕적 용기를 내기가 왜 어려운지 설명하고,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고 훈련할지 전략을 제시한다.

인간이 얼마나 사회적인 동물인지, 집단에 순응하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렬한지 공감하였다. 필요할 때 개입하길 주저하는 이유에 관하여 신경 과학에서 원인을 찾고, 변화의 실마리를 제시한 점이 독특하고 신뢰가 갔다.

"도덕적 용기는 타고난 것이 아니다. 작은 행동과 올바른 교육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라는 이 책의 기조에 공감하고 응원한다. 침묵하고 방관하려는 뿌리 깊은 본능을 이기고, 주저하는 방관자도 도덕적 반항자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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