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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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여덟 편은 '기억'으로 연결된 자아를 다룬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작가가 삶을 돌이켜보며 써 내려간 에세이가 아닌지, 책을 읽으며 가끔 고개를 갸웃할 때도 있었다. 그럴 정도로 실제 같은 이야기에 기기묘묘한 에피소드를 덧대어 몽환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슬프기도 하다.

감정의 질감이 다른 여덟 편의 에피소드는, 글, 이미지, 음악, 사랑, 마음의 감각, 스포츠, 가면에 대한 기억, 잃어버린 기억을 다루며 다양한 모습의 '일인칭'을 그려낸다.

「크림」 속 노인이 던진 화두 같은 말'중심이 여러 개, 때로는 무수히 있으면서 둘레는 갖지 않는 원'(43쪽)—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며 여러 가지 일인칭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것은 실재일 수도, 변형된 기억일 수도, 통째로 사라져버린 기억일 수도 있지만, 길고 먼 통로를 지나온 기억 속 '다면체이자 복수의 존재'는 결국 '일인칭 단수'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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